▲ ⓒ 이창길기자
"민주노동당과 나는 안티조선을 지지하고, 조선일보에 대한 적개심은 누구 못지 않다...그러나 조선일보는 발행부수가 많고, 기자의 수도 많고, 기득권 층과 면밀한 연관이 있어 많은 사안에 대해 많은 정보량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노회찬 사무총장의 조선일보 노조와의 강연이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노 사무총장이 17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강연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 초청 강연 및 만남'에서 최근의 논란에 대한 해명과 함께 조선일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총장은 총선 이후의 정치지형과 부유세 등 민주노동당 대표 공약을 설명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조선일보 노조 강연'과 관련해 참가자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러나 노 총장의 답변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노 총장의 조선일보 노조 강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총장은 "조선일보 노조 '강연'으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거부라는 당론을 어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스포츠조선 노조의 조선일보 규탄시위, 언론사 세무조사 등에서 보여준 조선일보 노조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시민의신문 정지환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잠시 굳은 표정을 비쳤으나 이에 대해 자세하게 답변했다.

노 총장은 먼저 "안티조선운동을 지지하고 여기에 위배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도 안티조선을 지지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정당이고 안티조선운동도 여러 층위가 있고, 민주노동당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며 "총선 이후 주간조선, 조선닷컴 등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당의 입장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이것은 조선일보가 새로운 큰 변화가 없는 한 유지될 것"이라고 '안티조선' 지지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노 총장은 "조선일보 노조 강연은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와 관련이 없다. 당에서 조선일보 노조와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강연을 하지 말라고 정해진 바 없다"며  "제대로 된 노조인라고 볼 수 없으나 여기에 간 것이 당론에 위배된 것은 아니다. 그럼 전경련을 만나는 것도 당론에 위배되는 것인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만나는 것이다. 노조라는 것은 감안됐지만 노조이기 때문에 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총장은 "제가 부끄럽지 않고 소신이 있고 또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다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적 소신도 드러냈다.

노 총장은 또 "주로 조선일보가 변해야 된다는 것과 신문개혁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17대 국회 활동계획을 이야기한 사실상 '선전포고' 자리였는데, 조선노보는 조선일보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는 최소화시키고, 앞뒤 곁가지성 덕담만 잔뜩 실었다. 신문기사라면 균형을 잃은 왜곡보도이므로 항의했겠지만 노보이기 때문에 내버려뒀다"고 조선노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노 총장은 가장 큰 논란이 된 '30년 독자' 발언과 '품질에서도 제일 낫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노 총장은 "민주노동당에 가장 적대적이고 민주노동당과 가장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신문(조선일보)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것은 사무총장의 책무이다. 그런 점에서 30년 봤다는 것은 의미없는 이야기다. 또 '30년'만 따로 떼어 조선일보 지지라고 말하는 것은 조선일보식 논리"라고 말했다.

노 총장은 '품질' 발언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발행부수가 많고 기자의 수가 많고 기득권 층과 면밀한 연관이 있어 많은 사안에 대해 많은 정보량을 갖고 있다. 신문을 보는 이유가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인데 조선일보의 많은 정보는- 그것이 전경련 시각이든 - 소중한 정보이다. 조선 중앙이 그런 정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논조가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과 저는 안티조선을 지지한다. 조선일보에 대한 적개심은 누구 못지 않다. (조선일보 노조에게 한 발언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한 말이지 맘에 없는 칭찬을 한 적은 없다. 이로 인해 민주노동당의 조선일보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도 아니고 언론개혁 의지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며 민주노동당의 '안티조선' 지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노 총장이 10분 여에 걸쳐 답변을 한 후, 안티조선운동을 하는 참가자 일부와 민주노동당 당원 일부가 노 총장에게 격렬하게 항의해 질의 응답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강연에 참석한 이기현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조반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노 총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발행부수가 많다고 했는데, 영국의 선(Sun)지도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고, 독일의 빌트(Bild)지도 독일의 시장점유율 법적 한도인 16%를 채우고 있다. 이들 신문이 점유율이 높은 것은 볼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채운 엘로우 페이퍼이기 때문"이라며 "이의 연장선상에서 조선일보는 부수는 많지만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지 못하고, 민주노동당이 추구하는 소외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노 총장의 조선일보 부수 발언은 민주노동당 당선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기현 위원장은 노보에 실린 신문시장 점유율 발언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은 독과점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야하는데, 노 총장의 발언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2시간의 강연이 끝난 후 노 총장과 참석자들은 자리를 이동해 조선일보에 대한 논쟁을 벌였으나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한 채 결론이 났다. 이 자리에 동석한 한 참가자는 "조선일보를 몰랐느냐는 참가자들의 비판과 노 총장의 사과가 있었으나 참가자들은 성에 차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참석자들의 노 총장을 향한 고성과 반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안티조선을 지지하지만 공개적인 강연장에서 반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며 "이런 일로 안티조선운동이 잘못 이해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선일보 노조 강연 논란과 관련해  17일 참여연대 강연에서 핵심이 된 시민의신문 정지환 기자의 질문과 노회찬 총장의 답변이다.

시민의 신문 정지환 기자

"민주노동당의 경우 타당과 달리 의원 개인의 사상과 정당의 노선이 부딪힐 때 정당의 노선과 정책이 중시된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당론이고 이를 어겼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조선일보 노조이기 때문에 갔다고 했는데 조선일보 노조는 일반 노조와 다르다. 조선일보 노조는 업무국은 들어가지 못하고 기자들만 참가할 수 있다. 조선일보 조합원들이 지난 언론사 세무조사 때 15분간 총회를 열어 '탈세의 자유'를 주장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스포츠조선에서 여성 직원의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조선일보사 앞에서 여러 차례 시위를 했고, 나도 그 자리에 참석했지만 조선일보 노조는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무늬만 노조일 뿐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회찬 사무총장의 답변 요지

"조선일보가 유명하기는 유명한 것 같다. 농담으로 조선일보는 어떤 '조선'을 위한 신문인가라는 말은 한 적이 있다. 북조선도 아니고, 남조선도 아닌데 그럼 기자조선을 위한 신문인가 라며(웃음). 안티조선운동을 지지하고 이에 위배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도 안티조선을 지지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정당이다. 안티조선도 신문구독거부, 취재거부 등 여러 차원이 있다. 민주노동당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창당 이후 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지만 사실상 취재는 방치하고 있다. 인터뷰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전화응답을 한다.

대선 때 그 중요한 순간에도, 민주노동당을 알리는 것이 절실했음에도 눈물을 삼키며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말라는 것이 지침이었다. 그걸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인터뷰를 했을 때 주의를 주었고, 인터뷰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당선 이후에도 인터뷰가 쇄도하면서 주간조선, 조선닷컴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의문의 여지 없이 하지 않았다. 이것은 조선일보가 새로운 큰 변화가 없는 한 유지될 것이다.

조선일보 노조 강연은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와 관련이 없다. 당에서 조선일보 노조와 인터뷰와 강연을 하지 말라고 정한 바 없다. 제대로 된 노조인가라는 (정지환 기자의) 평가에 대해 동의한다. 정상적 노조라 볼 수 없다. 그러나 여기 간 것이 당론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전경련을 만나는 것도 당론에 위배되는 것인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만나고 만나지 않고 하는 것이다.

노조라는 것은 감안되었지만 노조이기 때문에 간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에서 왜 인터뷰를 안 하느냐고 항의하면서 신문에 보도하기 전에 기사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당 방침이다. 나는 조선일보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선일보 노조가 '조선일보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는데, 조합원에게 와서 직접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승낙했다. 가는 과정에서 주변에 상의하고 알리기도 했다. 아는 분들은 '가면 당할 것이다.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고 말했지만 제가 부끄럽지 않고 소신이 있고 또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다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주노동당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참석하지 않았고 미디어부,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등 민주노동당에 중도적이거나 우호적인 입장의 사람이 참석했다. 여기서 주로 조선일보가 변해야 된다는 것과 신문개혁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17대 국회 활동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상 '통보' 자리였다. 조선일보는 변해야한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을 예로 들며 세상이 변하는데 낡은 틀에 갇혀선 안 된다고 이야기했고,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민주노동당을 적게 보도하는 정도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크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을 없애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 변해야한다고 얘기했다.

신문과 관련해 편집권 독립과 대주주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 말했다. 시장점유율 문제는 당론이 뚜렷하게 없기 때문에 몇 %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신문개혁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므로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서 앞장서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뒷부분은 사실상 '선전포고'다. 당 간부가 조선일보 사옥에 가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 얘기가 끝나고 뒷풀이가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우호적인 기자 10여명이 참석했다. 그들은 '조선일보도 변하고 있다. 윗세대와 자기세대가 다르다. 수습기자들은 거의 민주노동당을 찍었을 것이다'고 말하면서 자기네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노조에서 이 강연을 공개할 것인지 비공개로 할 것인지를 물어와 내가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내 발언은 공개를 전제로 한 발언이다. 조선일보 노보는 조선일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최소화시키고, 앞뒤 덕담한 곁가지만 잔뜩 실었다. 신문기사라면 균형을 잃은 것으로 '왜곡'이라며 항의했겠지만 노보이기 때문에 내버려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전체 내용을 읽지 않고 조선 노보 내용을 보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해명하는 게 도리인 것 같아 말하자면 '30년 독자'라는 표현과 관련해. 이렇게(30년 독자) 말한 것은 사실이다. 조선일보가 특색있는 신문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때 보기 시작해 30년이 됐다. 조선일보가 오늘날처럼 '특징적인' 신문이 된 것은 1987년 대선 전후이다. 1980년대 조선일보의 전두환 미화를 말하지만 1980년대 전두환 때는 모든 신문이 그랬다. 이승복 사건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서울신문은 '독재정권의 앞잡이' 신문이다.

매일 아침 조선일보를 보는데, 민주노동당에 가장 적대적이고 민주노동당과 가장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신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것을 아느냐는 사무총장의 책무다. 그러므로 30년 봤다는 것은 의미없는 이야기다. 작년 1년 동안은 동아일보가 더 적대적이었다. 그렇지만 동아일보 노조가 불러도 그곳에 가서 예전에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때 학교 친구들과 돈을 모아 광고를 낸 적이 있다고 덕담을 할 것이다.

도입부에서 '30년 독자다'라고 말한 것에 불만이 많은데, '30년'만 따로 떼어 조선일보 지지라고 말하는 것은 조선일보식 논리다.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자랑하고 싶을 거다. (주변에서) '왜 하필 30년'이나며 말하지만 안 해야할 이야기라고 말할 수 없다. 삼성은 제일 싫어하는 기업이지만 삼성 텔레비전을 봤다고 욕할 수 없는 것과도 같다. 조선일보가 변해야 한다는 사람이 말하는 것인데 그것만 떼어낼 수는 없다.

'조선일보 품질' 발언과 관련해 최고의 품질이라고 말한 것 같진 않고 품질이 좋다고 얘기했고, 조선일보에 대해서만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중앙일보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했다. 한겨레는 재야소식, 민주운동 관련 소식을 많이 다뤄서 집에서 보고 나오고 또 하나 조선일보를 본다고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논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품질 발언)은 서비스가 엉망인 식당에 가서 '음식맛은 좋지만 서비스는 엉망이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품질이 좋다'는 발언은 네티즌들이 오해를 한 것인데, 오해를 받은 것에 대해 죄송스럽다. 업계의 시각으로 한 얘기다.

조선일보는 발행부수가 많고, 기자의 수가 많고, 기득권 층과 면밀한 연관있어 많은 사안에 대해 많은 정보량을 갖고 있다. 신문 보는 이유가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인데 조선일보의 많은 정보는, 그것이 전경련 시각이든 소중한 정보다. 조선 중앙이 그런 정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논조가 문제인 것이다.

4.15 총선 이후 (조선일보가) 보도를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조선일보 노조에) 해명하라고 했다. 과거에는 민주노동당을 없애려고 그랬는데 이제 없앨 수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 안티조선을 지지한다. 안티조선의 취지에 공감하고 운동방법 등에 변화는 있을 수 있으나 민주노동당과 저는 안티조선을 지지한다. 조선일보에 대한 적개심은 누구 못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한 말이지 맘에 없는 칭찬을 한 적은 없다. 이로 인해 민주노동당의 조선일보에 대한 입장이 변하거나 언론개혁 의지 등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예전에 당 게시판에 '우리 안에도 조선일보가 있다'고 썼는데, 조선일보를 미워하다가 닮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닮아서는 안 된다. 기본 논조도 문제 있지만 사실관계를 잘라다 조합해 엉뚱한 내용으로 왜곡시키는데 질리고 피해를 입었다. 민주노동당도 피해자다. 우리 스스로 그런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노보에 나왔는데 학교 다닐 때 선우휘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모신 적이 있다. 나중에 바로 유명한 반공주의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때는 몰라서 초청한 것이다. 그런데 한 신문은 내가 선우휘씨를 존경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야말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가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여러 곳에 있어서 어떻게 하냔 말이냐? 조선일보를 닮아서는 안된다. 이것을 기회삼아 잘못된 언론의 태도를 재확인하고 견결한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시간까지 조선일보에 대해 얘기하게 된 것에 대해 원인을 제공한 만큼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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