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기각으로 국정 2기를 맞은 청와대가 대통령의 언론노출을 줄이고, 내부회의 성격의 일부 회의를 기자들에게 비공개하는 것을 뼈대로 한 국정홍보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신언론통제'가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도중 의전비서관으로 부터 무언가를 보고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달 초 작성된 탄핵 이후 국정 운영방향에 관한 보고서를 참조한 뒤 "무분별한 언론노출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자"는 국정홍보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방침을 구체화하기 위한 취재시스템 개편의 하나로 지난 12일 열린 홍보수석실 회의에서는 그동안 대통령의 발언 등이 언론에 잘못 전달돼 문제를 빚기도 했던 청와대 내부회의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7일부터 매주 1회 있는 정례 수석보좌관회의도 공개되지 않았고, 오는 20일 국정과제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기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한 내부회의는 '수석보좌관 회의'와 '국정과제 회의' 등이다. 수석보좌관 회의 등은 지난해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기자들의 청와대 비서실 출입 제한 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풀기자(3명)에 한해 취재가 허용돼 왔다.

청와대 안연길 춘추관장(보도지원비서관)은 1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수석보좌관 회의 등에 대한 취재가 회의의 본질적인 부분보다는 자신들이 미리 짜놓은 몇가지 질문에 맞춰 기사를 쓰는 등 불합리한 측면과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수석보좌관 회의, 국정과제 회의 등 내부회의로 규정할 수 있는 일부 회의 취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관장은 불합리한 취재·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갈아마셨을 것'이라는 조선일보 보도를 들었다. 안 관장은 "대신 필요하면 수석보좌관들이 직접 기자들에게 나와서 브리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관장은 또 "이는 정제되지 않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기사화돼 물의를 빚었던 과거 사례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수립한 2기 국정홍보의 큰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대통령이 가능하면 말을 적게 하고 한발 뒤로 물러나서 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도 들어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청와대의 논의과정을 다 공개하겠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공식적인 브리핑 횟수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기자들의 문제제기와 비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방침은 기자들로부터 '신언론통제'가 아니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그동안에도 청와대 취재가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한줄기 낙수와도 같았던 수석보좌관회의 등 일부 내부회의에 대한 취재가 막혀 기자들의 심리적 위축감이 크다"며 "청와대의 이번 조치는 기자들의 직접 취재와 접촉 기회를 줄이고 브리핑과 같은 공식회견을 강화해 자신들이 취재 '소스'를 관리하겠다는 목적에서 나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취재기회를 더 박탈함에 따라 앞으로 개별 전화취재에 더 의존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조치는 16일 개편한 청와대 비서실에서 대변인실의 브리핑 기능을 강화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청와대는 대변인팀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겸임부대변인과 함께 상근부대변인을 추가로 신설해 공식적인 브리핑의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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