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기각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언론사 간부들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결정문에 선거법 위반 등 노 대통령에 대한 지적이 포함된 데 대해서도 평가를 하는 등 균형잡힌 결정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 1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노 대통령 탄핵관련 선고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정학 사유는 되나 퇴학 사유에는 미치지 못했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탄핵기각은 기본적으로 예상됐던 일이었지만 우리는 절차상 제도가 있다면 법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며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헌법수호 의무 미비라는 헌재의 두가지 지적은 잘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런 문제가 탄핵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법적, 정치적 판단을 절충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간부는 "한마디로 비유하자면 '정학' 사유는 되나 '퇴학' 사유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신문 편집국 간부도 "탄핵 기각은 한마디로 헌재의 '솔로몬의 선택'이었다"며 "전체적으로는 '기각'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탄핵 직전의 대통령 기자회견과 재신임 발언 등이 선거법 등의 위반이라는 지적을 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에게 특정 정당에 치우친 발언을 자제하고 헌법에 나와있는 국리민복의 책임을 더욱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균형잡힌 판결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간부는 "탄핵 기각 결정은 여권의 일방적 승리가 아니라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를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에 안겨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간부는 이어 "대통령의 2개월 권한정지라는 비정상적 상황으로부터 정상 상황으로  회복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당·정·청이 우리 사회의 중요 화두가 뭔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 편집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이 정치권과 우리 사회에 잘 받아들여지기만 한다면 우리 사회가 건강한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작은 혼란으로 큰 혼란을 막을 만큼의 수준은 돼있다"며 "사회 정화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에게도 헌법 준수 의무 안겼다"

YTN 황성수 보도국 부국장은 "탄핵이 야기된 데에는 대통령에게도 문제점이 있었다"며 "국민들한테 미안한 것을 생각해서 앞으로 잘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황 부국장은 또 "정치권도 너무 정치적인 문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경제 등 국민 생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대통령의 위법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볼 때 기각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경고적 의미가 있는 기각"이라고 해석했다. 이 간부는 판결문 내용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송현승 정치부장은 "탄핵소추안 기각은 예상했던 바"라며 "이번 일로 국민 의식도 한 단계 더 올라선만큼 정치권도 경제문제 등 당면 현안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편집국 간부도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김기홍 정치부장은 "헌재의 결정으로 탄핵안이 기각된만큼 (정치권은) 보다 나은 안정을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헌재 결정의 정신을 잘 받아들여 그야말로 상생의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실 관계자는 "산적한 주요 사안들 가운데 특히 민생경제 부분이 제일 심각하다"면서 "다만, 일시적 효과를 노린 반짝 정책으로는 안될 것이고 과거와 달리 구조적 접근을 통해 서민경제를 살려내는 개혁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한겨레 편집국 관계자는 "대통령이 앞으로는 당신의 프로그램을 국민들도 예측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밝혀야 하며 그것을 국민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국가 경영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정치부의 한 간부도 "노 대통령은 일반인의 전망을 항상 깨왔다"면서 "감히 전망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간부는 "이제 열린우리당이 소수 여당이 아니라 과반 여당으로서 대통령이 너무 세세하게 앞에 나서고 노조나 야당과 직접 싸워서는 안되며 또 앞으로는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리드만 하고 내각과 집권 여당에 맡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언론보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일부 언론 보도가 탄핵을 부추기는 등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동아)가 잘했느냐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하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이어 "동아는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전제는 있었지만 '탄핵은 안 된다'는 게 입장이었다"며 "사과했으면 탄핵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신문 편집국 간부는 소수의견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헌재가 여러 가지 고려요소를 감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수의견이 무엇이고, 누가 그런 주장을 했는지는 언론에서 공개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여당에서 '누가 탄핵 찬성했다더라'라는 얘기가 도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서라도 소수의견은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측 "우리가 탄핵 배후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 안 돼"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벌어진 '안티조선'측과 '반 안티조선'측의 언론책임론 공방 시위에 대해 조선일보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날 저녁에 있을 시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안티조선측이 우리가 마치 탄핵의 배후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도 않고 말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오늘 행사가 있다고 하니 혹시 이상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팀(조현호·정은경·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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