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이상철 편집국장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조선일보 이상철 편집국장이 '친일' 비판 등 안티조선 문제에 대해 "이제는 적극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심사숙고해 사안에 따라 기사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안티의 지적 내용 중에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소금이 과다하면 식품이 (맛이) 가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지면대응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언론중재위 등을 통해 반론과 정정보도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필요하면 민-형사 소송도 해서 악의적 왜곡보도를 막는 장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28일 오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김희섭)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회사 분위기에 대해 '소리가 나지 않는 용각산 편집국'이라고 표현하며 "기자들이나 데스크 모두 '용각산 편집국'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국장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자신에게 보내달라고 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아 모든 기자들의 이메일주소를 확보하고 주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티조선에 소송·비판기사 등 적극 대응"

이 국장은 조선일보 총선보도가 공정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국장은 총선보도 평가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공정했다고 자부한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100% 완벽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가 봐도 상당히 공정했을 것이다. 안티들이야, 다른 신문이 10을 잘못해도 눈을 감지만 우리가 0.5개만 잘못해도 침소봉대한다"며 "거기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미디어팀을 신설한 이유에 대해 이 국장은 "안티세력과 방송이 고의적으로 우리 신문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니냐"며 "우리 보고 왜곡했다고 하는데, 따져보면 이들이 정말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해 안티세력과 방송에 대해 지면으로도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안티세력에 대해 이 국장은 "안티세력 중에서 핵심은 전체의 1~2할이고, 나머지는 동조세력이라고 본다. 그 1~2할의 핵심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조선일보를 꺾으려 하는 것"이라며 "그 사람들까지 돌릴 수는 없다. 우리가 신문을 공정하게 만들려고 더욱 노력하고 지면의 콘텐츠를 높이면 동조세력은 자연히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본다. 그들이 소수가 되면 목소리는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티조선의 친일행적 비판과 관련, 이 국장은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했는데, 이제는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합리적 비판이라면 수용한다. 그런데 이들은 일제시대 조선일보의 역사 전부를 완전히 친일로 몰고 있다…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 개인 생각이다. 사내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 노조가 30일 노보에 게재한 이상철 편집국장과의 인터뷰
"조선 '왕보수' 낙인...나라와 함께 국민 행복도 같이 생각해야"

이 국장은 조선일보의 보수성향에 대해 "우리를 왕보수라고 하는데 그건 아마 옛날부터 나라를 중시하고, 민족지로서 국가지상주의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나라의 힘과 함께 국민의 행복도 같이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러면 왕보수라고 낙인찍힌 것에서 스스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이 국장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며 "사설에서 그런 원칙을 지키더라도 다른 지면과 기사에는 모든 목소리가 다 들어와야 한다. 우리도 주변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신문이 새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독자를 가르치거나 훈계하려고 든다는 지적에 대해 이 국장은 "그래서는 안된다. 기자들도 눈높이를 낮춰달라"며 "기업만 보지말고 그 안에 있는 근로자도 함께 봐야 한다. 위에서만 보지말고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국장은 젊은 독자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 추세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부차원에서 연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조선일보 노조가 30일 노보에 게재한 이상철 편집국장과의 인터뷰 <"한 발 앞서 생각하고, 한 발 먼저 움직이자">는 글 전문.

"한 발 앞서 생각하고, 한 발 먼저 움직이자"

   
▲ 조선노보 30일자에 이상철 편집국장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취임 직후부터 큰 사건이 많아 정신이 없으셨을텐데.

“정말 바빴다. 개인적으로 상(喪)을 당했고, 탄핵과 총선이 이어졌다. 편집국 인사도 해야 했다. 아직 각 부 업무보고도 다 못 받았다. 이제부터 각 부의 지면쇄신 계획을 듣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갈지 시작하는 단계다.”

-취임사에서 편집국을 ‘새벽 어시장’처럼 만들겠다고 했는 데 어떤 의미인가.

“어시장이 새벽에 열리니까 그런 것이지 꼭 ‘새벽’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웃음) 왁자지껄하고 활기찬 편집국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였다. 또 형(兄) 같은 편집국장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건 우리 조직에 인간의 피가 안 흐르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선후배간에 정(情)이 흘러야 한다.”

-지금 분위기는 어떻다고 보는가.

“85년에 내가 (회사를 옮겨) 조선일보에 처음 왔을 때 당시 분위기는 소리가 나지 않는 ‘용각산 편집국’ 같았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내가 국장으로 있는 동안 기자 상호간에 인간적 정이 흐르고 피가 통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야 큰 일이 있을 때 서로 뭉치고 함께 할 수 있다. 아니면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꾸준히 기자들과 접촉하고 대화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

-후배기자들은 선배들에게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고 한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이 문제는 선배들 책임도 있지만 후배 기자들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데스크가 끌고 가는 지면이 잘못됐다고 느끼면서도 회의시간에는 입을 꾹 닫고 있다가 뒤에서만 얘기하는 경우를 본다. 기자라면 먼저 자기가 맡은 일에서 데스크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왜 이건 기사로 안 다룹니까’ 이런 얘기들을 데스크에게 해야 한다. 지금 편집국의 부장이나 데스크들 중에 후배기자들의 이런 얘기를 무시하고 안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취재현장에서, 편집국 내부에서 일선 기자가 먼저 얘기하고 문제를 푸는 단초가 돼야 한다.”

-일부 기자들은 아예 체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선배나 데스크들이 열의를 갖고 얘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후배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 대화를 안하거나 아예 입을 막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노보가 그간에 기자들이 잘 안끌어내던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분위기는 좋다고 본다. 사내에서 말을 하지 않고 가슴에 묻어둔 얘기를 노보가 끌어내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사내 문제점이 있으면 찬반토론도 붙여달라. 기자들이나 데스크 모두 ‘용각산 편집국’을 없애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런 국장의 생각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내가 편집국장이 된 뒤 일부 부서 기자들과 밥 먹으면서 당부한 게 있다. 나에게 제발 이메일 좀 보내라는 것이었다. 채팅을 하자는 건 아니고, 대면해서 말로 하기가 어려운 문제를 이메일로 들어보고 개선점을 찾아보자는 말이다. 우선 내게 문제가 뭔지를 알려주고 (그것이 해결 안되면) 책임을 물어야지, 알려주지도 않고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런데 몇사람 밖에 이메일을 보내오지 않았다. 반응이 신통치 않아 내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편집국 모든 기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확보했다.”

- 바쁜 와중에 이메일을 읽어볼 시간은 있는가.

“내가 아침 일찍 나오는데,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찬찬히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는 것이다. 그때가 나를 찾는 전화도 별로 없고 제일 차분하고 편안한 시간이다. 앞으로 일이 있으면 1대 1 방식으로 내가 기자들에게 직접 이메일 보내겠다. 그간 일부 기자들에게 훌륭한 기사를 쓰면 전화도 하고, 특종하면 잘했다고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앞으로는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기자에게 바로 문의하는 등 이메일을 활성화할 것이다. 기자가 보낸 이메일은 길든 짧든 꼭 답장을 보내겠다.”

-최근 편집국의 대대적인 인사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달라.

“이번 인사는 하다보니 커졌다. 부장단은 인사 요인이 적었다. 정치부장은 그간 너무 고생한 것 같아 바꿔주고 싶었다. 산업·경제부장을 바꾼 것은 후배들이 아직 부장이 될 연조가 안됐고, 당분간 그 체제로 갈 거라면 상호 상대분야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맞바꾼 것이다. 기자들 인사는 적재적소 배치, 적성, 기수 안배 등을 고려했다. ”

-편집국에 여러 팀이 새로 생기면서 인원부족이 심화됐다고 한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편집국 직할로 몇개 팀을 만든 것이다. 그간 이 부서, 저 부서에서 기자들을 임시로 파견받아 팀을 운영하다보니 일이 제대로 안됐다. 그래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인원은 불가피하게 차출하더라도 팀장 등 핵심이 되는 기둥은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만든 팀은 그런 의미다.”

-다른 고려사항은.

“그 외에 국제부 개편에 중점을 뒀다. 국제부를 조금 더 젊게 하자는 생각에 젊은 기자들을 보냈다. 특파원은 임기가 만료돼 바꿔준 것이다.”

-승진인사가 유보됐는데.

“이유가 있다. 앞으로 1년이 우리 신문에게 아주 중요하다. 어느 때보다 내부적으로 단합돼 있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승진인사에서 누락된 사람들에겐 불만이 생길 수 있고, 그러면 균열이 온다. 이 중요한 시기에 단합이 깨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해 일단 연말까지는 승진인사를 유보한 것이다.”

-그러면 추가 인사는 연말쯤으로 예정하는가.

“필요한 경우에 소폭 인사는 어제든 있을 수 있다. 이번에 승진 인사를 유보시킨 만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승진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나. ”

-파격적인 발탁인사도 생각하는지.

“앞으로는 기자들도 연공서열식 승진은 없다고 봐야 된다. 기사도 그렇게 쓰지 않느냐. 이제 승진은 연공서열보다 능력우선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겠다. 다만, 능력있는 사람을 발탁하려면 내가 그 사람을 잘 알아야한다. 남의 말만 듣고 할 수는 없다. 시간을 두고 직접 겪어본 뒤 사람 평가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승진인사 안까지 짰다가 유보했다. 기자들이 각오가 안돼 있는 상황에서 발탁 인사가 나오면 동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공서열 승진이 깨지면 기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을텐데.

“승진이 안됐더라도 다음번에 올라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도 조선일보에 와서 차장, 부장 올라갈 때 동기들보다 느렸다. 그래도 지금 편집국장까지 오지 않았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주변이 다 안다. 누가 봐도 열의가 부족하고 능력이 처지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한두 번 인사에서 처져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젊은 기자들이 그런 것 때문에 사기가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경력기자 스카우트를 추진하는 배경은.

“첫째는 편집국의 기자들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신문의 퀄리티를 높일 수 없다. 기존에 맡은 일을 하는데도 허덕허덕하는데 어떻게 수준을 높이겠나. 경력기자를 뽑으면 바로 전력에 플러스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편집국 인력구조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빈 구멍이 곳곳에 있다. 지금 그 구멍들을 메워둬야 나중에 대비할 수 있다. 그냥 이대로 가면 나중에 위급해지는 시기가 있다.”

-수습기자 채용은 어떻게 되는가.

“기본 인원은 유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수습기자도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가급적 빨리 뽑을 방침이다. 지방주재 기자를 공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있다. 특히 지방기자는 인력충원의 필요성이 시급하다.”

-모든 사람이 부장-국장이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전문기자제를 확대하는 것도 방안이 되지 않나.

“이 문제는 기자들의 의견을 좀더 들어보고 결정해야 된다. 전문기자제는 있지만 아직 활착이 안된 것 같고, 시스템도 어색하다. 기자들이 전문기자제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떤 형태로 갔으면 좋겠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

-지난 4·15 총선보도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우리 신문은 상당히 공정했다고 자부한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100% 완벽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가 봐도 상당히 공정했을 것이다. 안티들이야, 다른 신문이 10개 잘못해도 눈을 감지만 우리가 0.5개만 잘못해도 침소봉대한다. 거기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일부 보도내용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그간 실시한 여론조사도 다 제대로 공개했다. 탄핵관련 여론조사도 반대가 더 많다는 사실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우리에게 돌을 던질 수 없도록 (지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사람만 돌을 던진다. 여야에서 총선보도와 관련해 우리 신문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우리와 지향점이 다른 정강정책을 갖고 있지만 상당히 비중있게 다뤘다. 여야 기사도 균형을 맞췄다고 자부한다. 열린우리당의 대구지역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린 우리 신문을 지역구에 뿌리기도 했다. 나는 취임사에서 우리에겐 여야가 없고 정파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더더욱 정파를 벗어난 신문, 공정하고 합리적인 신문을 만들겠다. 여기엔 사내 이견이 없다.”

-신문이 정치과잉이라는 지적에 대한 생각은.

“독자들은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현재 정치의 중요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정치가 경제-사회-문화 모든 것을 좌우한다. 정치의 흐름은 나라의 장래와 직결된다. 정치기사의 중요성을 소홀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물론 동정이나 가십성 기사는 줄여야 겠지만 그런 기사는 별로 많지 않다. 우리 신문은 정치면이 많아야 3페이지 정도다. 비중으로 볼 때 경제면 등과 비교해서 정치면은 과다하지 않다.”

-미디어팀을 신설한 이유는.

“사실은 미디어부를 만들고 싶었는데 인력상황이 되지 않아서 팀을 만들었다. 안티세력과 방송이 고의적으로 우리 신문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니냐. 안티의 지적 내용 중에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24시간 감시하니까 우리가 썩지 않도록 소금 역할을 해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소금이 과다하면 식품이 (맛이) 가버린다. 우리 보고 왜곡했다고 하는데, 따져보면 이들이 정말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

-안티세력에 대한 기사를 늘리겠다는 뜻인지.

“신문 지면은 우리 회사의 것이자 동시에 독자들의 지면이다. 안티 문제는 심사숙고해 사안에 따라 기사화 시켜야 한다. 지면 대응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반론과 정정보도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필요하면 민-형사 소송도 해서 악의적 왜곡 보도를 막는 장치를 해야 한다.”

-안티들이 친일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있는데.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했는데, 이제는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할 준비를 해야한다. 합리적 비판이라면 수용한다. 그런데 이들은 일제시대 조선일보의 역사 전부를 완전히 친일로 몰고 있다. 조선일보는 1920년 3월5일 창간해 1940년 폐간됐다. 창간 이후 1937년 초까지의 조선일보는 민족지 그 자체였다. 다만 문제는 친일 문제는 주로 37년 7월 중일전쟁 이후 시기에 발생했다. 일제 군부가 전시라는 이유로 상상못할 정도로 검열을 강화했던 시기였다. 5공때 까지만 해도 계엄령이 났을때 모든 신문이 물대장을 들고가 계엄당국의 검열을 받지 않았는가. 우리 대한민국 에서도 그랬는데 일제 식민지 시대엔 어떠했겠는가.

내가 작년에 경영기획실장으로 있을 때 37년 이후 우리 신문을 철저히 검토했다. 그 혹독한 시대에도 기자들이 무엇인가 알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리 신문이 일제 시대에 민족을 위해 한 일이 신간회, 문자보급운동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37년 이전의 민족지 역할은 묻어두고, 일제가 전시 때 총칼로 억압했던 시절만 얘기하면 말이 되나. 그리되면 조선일보는 일제시대 내내 친일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우리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 개인생각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내 논의가 더 필요하다.”

-안티세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

“안티세력 중에서 핵심은 전체의 1~2할이고, 나머지는 동조세력이라고 본다. 그 1~2할의 핵심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조선일보를 꺾으려 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까지 돌릴 수는 없다. 우리가 신문을 공정하게 만들려고 더욱 노력하고 지면의 콘텐츠를 높이면 동조세력은 자연히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본다. 그들이 소수가 되면 목소리는 작아질 것이다.”

-우리 신문이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우리의 대원칙이다. 다만, 사설에서 그런 원칙을 지키더라도 다른 지면과 기사에는 모든 목소리가 다 들어와야 한다. 우리도 주변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신문이 새로워질 수 있다. 포용력을 발휘해 외부 필자들의 경계를 넓혀야 한다. 울타리를 낮춰 다양한 목소리를 담도록 기자와 데스크 모두 노력하자.”

-조선일보의 보수 성향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우리를 보수, 그중에서도 왕보수라고 하는데, 그건 아마 조선일보가 옛날부터 나라를 중시하고, 민족지로서 국가지상주의적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제는 나라의 힘과 함께 국민의 행복도 같이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러면 왕보수라고 낙인 찍힌 것에서 스스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이 독자를 가르치거나 훈계하려고 든다는 지적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국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기자들도 눈높이를 낮춰달라. 기업만 보지 말고 그 안에 있는 근로자도 함께 봐야 한다. 농민과 서민 등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위에서만 보지말고 국민들 눈 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소외된 사람들, 가난한 사람, 장애인들에게 빛을 비추자. 그게 우리이웃 캠페인의 정신이다. 기자나 신문도 좀더 겸손해져야 한다.”

-젊은 독자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 추세가 점점 확산된다고 하는데.

“사회부에서 현재 이 문제를 연구중이다. 우선 젊은이들이 어디에 가 있는가, 왜 거기 가 있나를 파악하고 그들이 신문을 볼 수 있도록 우리가 뭘 할 수 있는가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개 인터넷이나 TV에 가 있다. 인터넷에 가 있는 이들을 잘 이해해 지면에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후배 기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한발 앞서 생각하고 한발 먼저 움직이라는 것이다. 특종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의 결과다. 특종을 하려면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사건이 생기면 앞으로 뭐가 중요해지고 어떤 방향으로 굴러갈 건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 길목에 미리 가서 서있으면 특종이 나온다. 남들을 뒤쫓아가다간 매일 물을 먹는다. 특종은 생각이 8이라면, 행동은 2다. 앞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조선일보에 왕성한 특종이 나올 수 있다.”

-과거 특종기자로서의 경험을 소개해달라.

“지금 중요 현안이 걸린 부처의 장관을 취재한다고 치자. 다른 기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이나 사무실에 바글바글할 것이다. 특종은 단독으로 만나야 나오는데, 그럴 기회를 잡기 힘들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장관의 하루 일과를 철저히 체크했다. 몇시에 일어나 어디서 운동하고 어느 이발소에 들르는지, 점심 약속은 어디인지, 저녁에는 뭐하는지를 알아보고 그 장소에 먼저 가 있는 것이다. 한 번은 고위 인사가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는데, 기자들이 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더라.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탄 차가 지나갈 길목에서 지키고 있다가 차를 세우고 함께 탔다. 어려운 취재원이라도 곰곰히 생각하면 단독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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