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 내용을 국내 기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데 대해 출입기자들이 "파병 당사자인 한국민이 외국언론 통해 장관 발언을 들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1일 9시30분부터 30분간 국방부 청사 집무실에서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한국군 이라크 파병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 인터뷰 내용을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국방부측이 거부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은 이날 오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인터뷰 중에 알자지라측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해 방송해야 하는 만큼 내용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해와 방송되기 전까지 알려줄 수 없다"며 "단독으로 와서 취재한 것이고, 과거 중동 언론인들이 왔을 때도 어떠어떠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정도 외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전례에 비춰봐도 내용 전체를 기자들에게 공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남 대변인은 "기자들은 외국만 우대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국내 방송사가 인터뷰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신의를 지키는 게 도리다. 이라크 파병 등 관심을 가질 현안이 포함돼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모든 내용을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는 무리하다. 원칙적인 차원에서 판단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CBS 홍제표 기자는 이날 오후 노컷뉴스 <국방부의 아랍언론 눈치보기?>라는 기사에서 "알 자지라가 아랍게 유력 방송이긴 하지만 정작 파병문제의 당사자격인 한국민들은 자국 국방장관의 발언내용을 외국언론을 통해서야 알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장관의 일거수 일투족을 홍보해왔던 국방부의 전례에 비춰보거나 21일 오전까지만 해도 장관의 회견내용을 설명해주겠다던 태도가 급변한 점은, 조 장관이 파병에 대해 민감한 문제를 거론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중앙일간지 국방부 출입기자는 "국내매체를 인터뷰할 때는 주요 내용을 미리 공개했지만 해외언론은 그렇지 않았던 것같다"면서도 "하지만 과거엔 그다지 큰 관심을 받을 만한 내용으로 인터뷰한 게 아니었던 반면, 이번에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 문제라는 뜨거운 관심사가 있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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