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잇따라 정간법과 방송법 개정 의지를 밝히는 등 언론개혁입법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치권=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지난 16일 당선기자회견에서 정간법과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영길 대표는 “공영성 강화와 소유지분제한을 바탕으로 방송법과 정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공약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이미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과 정책협의를 거쳤던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이들 단체의 개혁법안을 적극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상임중앙위원도 오는 9월 열리는 17대 정기국회에서 정간법 개정 등 언론관계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 측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피해구제 조항을 강화한 형태의 정간법 개정안이 될지, 언론노조에서 주장하는 신문진흥법(가칭)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법안의 핵심은 편집권 독립과 사주 소유지분 제한이 될 것”이라며 “해당 언론사와 법조계 일각에서 이견을 제기하더라도 언론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단체= 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여론독과점규제 등을 포함한 ‘신문진흥법’(가칭)의 제정, 언론산업 정책 수립을 위한 미디어발전위원회 구성, 공정위의 신문고시 개정을 통한 규제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오는 5월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정거래위원장 퇴진 시위를 개최하는데 이어 6월 중순 신문개혁 입법의 필요성을 알리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이명순)도 21일 언론개혁 입법 추진을 위한 신문개혁TF팀 첫 회의를 갖고 언론개혁법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신문·방송계= 방송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과 SBS 세습경영 문제가 주된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목표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방송정책을 여전히 정부가 가지고 가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이어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언론시민단체와 각 방송사 노조들도 SBS 세습경영 문제를 비롯해 방송의 사영화로 빚어진 폐해들을 개선하는 문제도 공론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사주가 있는 SBS는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반면 공식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SBS의 한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무리한 법 추진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사주가 있는 신문사들도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법안의 타당성을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언론학계= 언론학계에서는 언론개혁 법안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창룡 교수(인제대 언론광고학)는 “조중동 등의 신문사들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가족소유 언론사를 예로 들며 개인 소유 언론사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소유와 경영 편집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언론사 사주가 인사권을 통해 편집권에 개입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유지분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동황 교수(광운대 신문방송학)는 “과거 아무도 언론에 대항하지 못했을 때 신문을 비판하기 위한 논리로는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익숙한 상황에서 얼마나 설득력있는 이야기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조현호·이선민·민동기·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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