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조선일보가 숙명적인 대결을 시작할 것인가?

민주노총 손낙구 정책국장은 19일 민주노동당 총선 사이트 '판갈이넷'에 올린 <"문갑식 기자, 기사 좀 잘써요">라는 글을 통해 조선일보의 민주노동당 관련보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손 국장은 "숙명이라고나 할까, 조선일보가 슬슬 민주노동당에 표적을 맞춰가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칠수록 재벌광고가 더 들어올 것이라는 '경영전략' 차원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무척 탐나는 기사거리일 것"이라며 "문제는 질이다. 그런데 초장부터 격조를 갖춘 시합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4월17일자
손 국장은 조선일보와의 숙명을 설명하기 위한 첫 번째 근거로 문갑식 조선일보 차장대우가 쓴 지난 17일자 '조선데스크 칼럼' <'의사당 노동운동 드림팀'>을 꼽았다. 손 국장은 "칼럼의 3분의 2는 족보 따지기나 신변잡기 비슷한 내용"이라며 "핵심은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후에도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세력들은 계속 선명한 투쟁만 할 게 뻔하고, 그 결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얘기인 듯 하다. 그러나 왜 그런지 그 근거에 대해서는 뚜렷한 게 없고, 다만 기자 자신이 오랫동안 민주노총을 상대해보니 그럴게 뻔하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손 국장은 이어 "진보야당 시대를 민주노총을 겪어본 개인 생각을 근거로 뚝 잘라서 단정해버리는 것은 인과관계에도 문제가 있고 비약이 너무 심하다"며 "민주노총이 합법화 후 투쟁기조를 바꾸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이게 단지 민주노총이 원래 투쟁성향이어서인지, 상대편인 자본과 정권의 강경기조의 영향은 없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손 국장은 조선일보의 노동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조선일보 안에 '민주노동당을 치는 내용이라면 '질도 따지지 않고 막 실어주는 분위기'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1995년 민주노총 창립이후 10년동안 조선일보 노동보도는 '고립→분열→섬멸→확인사살'의 4단계로 구성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주장했다.

그 사례로 손 국장은 지난해 조선일보가 보도한 <현대자동차 노동자 1년에 반 놀고 6000만원 받는다>라는 기사를 꼽으면서 "허위사실이라며 노조가 고소한 상태이지만 국민여론으로부터 민주노총을 고립시킨다는 1단계 작전에 꼭 맞는 보도였다"며 "마치 내부에 큰 분열이라도 있는 듯 현미경을 대고 부풀리고, 경찰병력 투입해 진압하라 사설을 때리고, 파업 끝난 지 몇 달도 지난 회사 찾아가 '파업해서 남은게 없다'는 식으로 확인사살하고…"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손 국장은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서로에게 좋다"며 "수구냐 개혁이냐 따져봤자 도토리 키재기였던 보수독점정치 시대는 끝나고 수구-보수-진보의 3각 구도가 이미 출현했다. 조선일보가 수구세력을 이끌어 가는 신문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이야 자유이고, 따라서 조선일보와 민주노동당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겠지만 서로를 위해 수준은 좀 갖추길 바란다. 가뜩이나 할 일이 많아진 민주노동당은 정책으로 진검승부하기에도 바쁜 몸"이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민주노총 손낙구 정책국장이 판갈이넷에 올린 글과 조선일보 문갑식 차장대우의 17일자 데스크칼럼 전문.

<손낙구 정책실장> "문갑식 기자, 기사 좀 잘 써요"

숙명이라고나 할까, 조선일보가 슬슬 민주노동당에 표적을 맞춰가고 있다 예상컨대 조선일보는 보도의 양에서는 민주노동당을 제3당 이상으로 대우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대형 기획물도 마다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태생도 태생이고 성향도 성향이지만, 민주노동당을 칠수록 재벌광고가 더 들어올 것이라는 '경영전략' 차원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무척 탐나는 기사거리일 것이다.

문제는 질이다. 어차피 민주노동당과 조선일보의 대결이 숙명이라면 내용을 갖춰야 승부도 진검승부가 되고 보는 사람도 짜증이 덜하다. 그런데 초장부터 격조를 갖춘 시합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다.

'저질 비판' 짜증만 나게 만들어

2백77만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공당의 강령을 고치라는 논리를 펴는 조선일보 사설은 수구의 진보에 대한 공격 이전에 독립운동을 폭도와 비적 취급한 일제시대 친일 조선일보를 떠올리게 한다. 노동자 국회의원 배출했으니 데모 좀 그만 하라는 식의 주장은 퍽 어설프다.  

오랫동안 노동부를 출입하고 있는 문갑식 사회부 차장 대우가 쓴 4월 17일자 <조선데스크 칼럼> - '의사당의 노동운동 드림팀'도 마찬가지로 기대에 못 미친다. 칼럼의 3분의 2는 족보 따지기나 신변잡기 비슷한 내용이다.

장관 퇴임 후 수구언론이 노동계 공격할 때 입맛 맞는 얘기해주는 걸로 주로 등장하는 방용석 전 노동부 장관 얘기로 시작해서,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과 배일도 서울지하철노조 전 위원장, 김영대 전 청계피복노조 위원장을 끼워 넣어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들 별명까지...

결국 이 칼럼이 얘기하려는 핵심은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후에도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세력들은 계속 선명한 투쟁만 할 게 뻔하고, 그 결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얘기인 듯 하다. 그러나 왜 그런지 그 근거에 대해서는 뚜렷한 게 없고, 다만 기자 자신이 오랫동안 민주노총을 상대해보니 그럴 게 뻔하다는 식이다.

민주노총이 최고 의결기구에서 조선일보 취재거부와 구독거부운동을 결정하는 데 문갑식 기자의 많은 기사는 상당한 구실을 한 게 사실이다. 그 동안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동계를 접해온 경험이 과연 조선일보 안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통용되는 객관성을 띄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비약과 인과율의 모순

더구나 국민 모두가 난생 처음 맞이하고 있는 진보야당시대를 민주노총을 겪어본 개인 생각을 근거로 뚝 잘라서 단정해버리는 것은 인과관계에도 문제가 있고 비약이 너무 심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합법화 후 투쟁기조를 바꾸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이게 단지 민주노총이 원래 투쟁성향이어서인지, 상대편인 자본과 정권의 강경기조의 영향은 없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독자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나 근거는 대지 않고 기자 생각에 그렇다는 식의 글은 언론보다는 일기장에 적는 게 맞다.

격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글들이 실리는 배경에는 조선일보 안에 '민주노동당을 치는 내용이라면 질도 따지지 않고 막 실어주는 분위기'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그 동안 조선일보의 노동관련 보도가 사실 그랬다.

1995년 민주노총 창립 이후 조선일보의 노동관련 보도는 일단 이름을 '민주노총'이 아니라 '민노총'으로 바꿔치기 하는 것으로 출발했다(그 유탄으로 50년 동안 불리던 한국노총이란 이름도 졸지에 '한노총'으로 바뀌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조선일보의 노동보도는 <고립→분열→섬멸→확인사살>의 4단계로 구성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 해 조선일보가 처음 쓴 '현대자동차 노동자 1년에 반 놀고 6천만 원 받는다'는 기사는 허위사실이라며 노조가 고소한 상태이지만, 국민여론으로부터 민주노총을 고립시킨다는 1단계 작전에 꼭 맞는 보도였다. 마치 내부에 큰 분열이라도 있는 듯 현미경을 대고 부풀리고, 경찰병력 투입해 진압하라 사설을 때리고, 파업 끝난 지 몇 달도 지난 회사 찾아가 '파업해서 남은 게 없다'는 식으로 확인사살하고….

언론보도라기에는 너무 민망한…

이 과정에서 언론보도라 하기에는 너무나 민망한 글이 많았다. 일선기자는 서툴러 그렇다 치고 상층 핵심부의 사설, 논설, 칼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핵심논객이라 할 강천석 논설주간은 2003년 9월 3일자로 [동서남북] '눈물 젖은 역사를 가르치라'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 칼럼에서 강 주간은 1964년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가서 고생한 사람들 이야기를 감동을 섞어 회상한 뒤 대뜸 단병호 위원장 등 몇 명을 거명하면서 '나라를 쥐고 흔드는 단병호 민노총 위원장이 그때 열네 살'이었으니 "'눈물 젖은 역사'를 알 턱이 없다. 역사를 모르니, 그 역사를 숨쉬던 사람의 모습이 보일 리도 없다"면서 "옛시절 용어로 '비국민(非國民)'이라 불려도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썼다. 한마디로 단위원장은 배부른 매국노란 뜻이다.

강 주간과 단위원장은 나이가 50대 중반으로 비슷한 또래지만 살아온 길은 완전히 다르다. 1등 명문고를 거쳐 1등 서울대를 나와 1등 신문 조선일보에서 논설위원 1등인 논설주간까지 승진을 거듭하며 모자랄 것이 없이 살아온 강 주간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다니던 상고조차 중퇴하고 10대 때부터 눈물 젖은 밥을 씹으며 잡초처럼 노동자로 살고 끝내 밑바닥 노동자를 대변하다 8년여의 구속수배로 40∼50대를 보낸 단위원장이다. 거꾸로 라면 몰라도 강 주간이 단위원장에게 '눈물젖은 역사'를 모르는 '비국민'이라 몰아붙이니, 차라리 코미디 대본으로 어울릴 글이지만 유감스럽게도 1등신문 논설주간이 직접 쓴 칼럼이다.

"게으른 수구 대표되지 말고 공부하는 보수 돼라"

1970년대 대학사회에서는 능력이 있든 없든 유신체제를 찬양하고 '반공'을 부르짖는 사람이 승진도 빠르고 출세하는 일이 많았다. 물론 그만큼 학문은 타락했다. 조선일보가 민주노동당을 공격하는 데 집착하는 나머지 최소한의 수준도 갖추지 않은 글들을 아까운 지면에 싣는 것은 안타깝다.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서로에게 좋다. 수구냐 개혁이냐 따져봤자 도토리 키 재기였던 보수독점정치시대는 끝나고 수구-보수-진보의 3각 구도가 이미 출현했다. 조선일보가 수구세력을 이끌어 가는 신문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이야 자유이고, 따라서 조선일보와 민주노동당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겠지만, 서로를 위해 수준은 좀 갖추길 바란다. 가뜩이나 할 일이 많아진 민주노동당은 정책으로 진검승부 하기에도 바쁜 몸이다.

손낙구 민주노총 정책국장

<조선데스크칼럼> 의사당의 노동운동 드림팀

방용석(方鏞錫·전 노동부장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제17대 총선 전날인 14일 두 가지 ‘예언’을 했다. “앞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가장 볼 만해질 것이며 한국 노동운동 세력이 선거를 계기로 세대교체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원풍모방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과 함께 1970년대를 대표하는 노동운동가다. 그의 말대로 곧 출범할 국회 환경노동위는 노동계 스타가 총 출전하는 무대가 됐다. 일약 제3당으로 약진한 민주노동당에 권영길, 단병호씨 등 두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에, 전노협·민노총 설립의 산파역인 천영세, 민노총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인 심상정, 유신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는 YH노조 사건의 주역 최순영씨, 노동이론 전파에 전력해온 노회찬씨 등이 망라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빨치산의 아들’ ‘거리의 투사’ ‘노동계의 대부(代父)’ ‘노동계의 대모(代母)’ ‘노동계의 호메이니’ 등등의 별명이 붙은 것만 봐도 그 혁혁한 ‘노동 훈장(勳章)’의 무게를 짐작할 만하다. 어디 그뿐인가.

한나라당에는 한때 민노총의 최정예로 불렸던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출신 배일도씨, 열린우리당에는 금융노련 위원장 출신의 김영주씨가 국회에 입성했다. 거기에 이번 국회 내 금배지를 달 것이 확실시되는 청계피복 노조 출신의 김영대씨까지 감안하면 17대 국회는 어떤 의미에서는 노동운동만으로 볼 때 ‘드림팀’을 완성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면면만이 아니다. 국민들은 한국사회에 1970년대형 노동운동의 퇴장을 명하면서, 1980~90년대형 투사들을 그 대안세력으로 인정했다.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 사회 불평등, 노사(勞使) 간 힘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이번 총선 결과는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이번 선거를 전후로, 민노당이 일정한 세력을 얻을 것을 전제로 민노당과 민노총에 “급진적 노동운동을 의회주의적으로 수렴하라”는 바람이 많았다. 하지만 민노당과 민노총의 태동과 성장의 10년사를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서 그런 희망은 달성될 확률이 매우 낮아 보인다.

민노당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민노총은 비합법단체에서 합법화됐을 때, 그 세(勢)가 한노총과 견줄 만큼 성장했을 때 비슷한 요구를 받았지만 결연히 투쟁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노총과 민노당은 2008년 선거에서 제1야당, 언제일지 모르지만 집권할 때까지 ‘선명(鮮明) 투쟁’으로 매진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투쟁으로 싸워 얻은 표의 주인들에 대한 일종의 ‘예의’ 같은 것이라고 그들은 판단할 것이다. 때문에 선거에 휘말려 잠시 잠잠했던 올해 춘투(春鬪)는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철폐, 공무원 노조에 대한 파업권 부여 등을 도화선으로 점화될 것이며 이제는 그 양상이 공장이나 가투(街鬪)뿐 아니라 국회에서의 전면전으로 변하리라는 것은 노동마을의 문법을 아는 사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이 국가와 기업, 근로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노사분규라면 진저리를 치는 쪽은 “나라가 이제 망하게 생겼다”며 이민이나 공장 이전을 꿈꿀 것이며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통이 필요하다”고 믿는 쪽은 드림팀의 활약을 기대할 것이다. 그 하회(下回)를 우리는 3∼4년 후 보게 되겠지만, 한 가지 두려운 것은 노동운동 9단(段)들을 상대하기에 정부의 역량은 아직 아마추어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문갑식·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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