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를 주최해온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공동집행위원장 김기식·이하 범국민행동)이 27일 행사를 끝으로 더 이상 집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혀 지난 12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가결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여론과 마찬가지로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도 언론사별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언론계를 중심으로 지난 보름간 전국을 불타오르게 한 촛불집회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들어봤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촛불집회 행사가 갖는 일차적 의미로 국민의 의사를 표출시키고 사회단체들이 연대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또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언론들의 시각이 확연히 엇갈린 것도 한국 언론의 장기적인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출했다.

촛불집회 "자발적인 참여가 의미" 평가

한겨레 사회부 안영춘 기동취재팀장은 "촛불집회의 양태가 길게 보면 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87년 6.10 항쟁 주역들이 그동안 정치적인 행사에 참여한 일은 없으나 이번에는 넥타이부대로 현장의 주도세력으로 떠올랐고, 젊은 세대도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광장과 촛불의 경험이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안 팀장은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는 게 더 이상 결연하거나 무서운 게 아니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 김기식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촛불행사의 주역은 시민 그 자체였다"며 "이번 촛불집회는 시위 문화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변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범국민행동은 시민들에게 장을 열고,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뿐인데 시민 각자가 알아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과거의 시민참여와 다른 것"이라며 "지난 2002년 월드컵과 여중생 사망사건에 이어진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고, 규모에 있어서는 87년 항쟁에 비견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발성 면에서는 훨씬 더 강화됐고, 조직보다는 대부분 개인적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현상을 "일종의 광장문화와 촛불세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이같은 자발성이 늘어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6월 항쟁 이후 쭉 흐르고 있던 민주화의 흐름이 각자 생활 속에 묻혀있다가 (탄핵가결 등으로) 그 마지노선이 건드려졌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우리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저력은 뿌리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윤승용 정치부장은 "집회가 탄핵가결 직후엔 탄핵 반대에 대한 민심의 발현 수단으로 전개돼오다 시민단체가 조직화되고, 탄핵찬성 집회가 맞불을 놓으면서 좀 다르게 변한 것 같다"며 "다만 주최측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4월2일 이전에 집회를 정리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앞으로 여러 단체와의 연대의 틀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일간지 사회부장은 "탄핵 가결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탄핵 반대측이든 찬성측이든 합법적인 공간에 대해 피해를 주거나 부채질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어차피 국회의 결정이 났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으면 차분히 기다리면 될 일 아니냐"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기도 했다.

언론사 시각 확연히 갈려

촛불집회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태도와 관련 한겨레 안영춘 기동취재팀장은 "한겨레, 경향이 비슷했고, 서울신문이 기존의 '한경대'서 이탈했으며 나머지는 촛불집회 문제를 안정론에 입각해 풀어나갔다"며 "적어도 시민들의 움직임을 외면하거나 포착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접근한 것은 미흡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우리는 처음부터 민주와 반민주의 구도로 이 문제를 풀어갔지만, 아쉬운 점은 탄핵무효에 매달리다 보니 진보정당의 움직임 등 다양한 목소리가 묻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윤승용 정치부장은 "오히려 언론계의 시각이 분명하게 나눠진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다만 찬성과 반대측의 집회 사진을 똑같이 게재하는 등 계량적 평균주의의 함정에 빠져 지면을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일간지 사회부장은 "일부 신문이 오히려 촛불집회를 소개하는 것은 시민들을 선동할 수 있는 우려도 있는 일로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며 "촛불집회의 불법성에 대해 우리는 몇 차례 다뤘지만 언론이 적어도 시위를 부채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총선 투표율 높아질 것" 전망

촛불집회가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범국민행동 김기식 위원장은 "총선에서 아마도 투표율이 많이 높아지는 등 자발적인 정치문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어느 정당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에 대한 선택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윤승용 부장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파병안, 집시법, 노동관계법에 대해 그동안 반대해온 사회단체들도 이번에 탄핵에 밀려 이같은 현안이 묻혀져버렸다. 아마도 투표율을 제고하는데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 안영춘 팀장은 "특정정당에 유불리는 따질 수 있겠지만 촛불집회를 일부 세력의 집권을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 등으로 해석하는 의견은 인과관계상 말이 되지 않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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