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 조선일보 어디로 가나
방상훈 조선일보 어디로 가나
[심층분석] 방 사장, 조갑제 편집장에 "조심해달라" 충고…"한나라 공중분해될 것" 전망도

최근 조선일보 내부에서 자사 지면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고, 지면을 통해서도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기사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방상훈 사장도 최근 창간기념사에서 기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변화하려는 걸까? 조선일보의 변화 방향과 배경은 무엇일까?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내부비판

월간조선 조갑제 사장은 지난 12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자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글을 올려 "오늘 대한민국과 헌법, 그리고 국회 및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기회주의적 보수라고 비난받았던 최병렬의 한나라당이 행동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 하나의 암시다...대한민국 만세!"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조 사장의 글에 대해 "(조 사장의 글이) 마치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도 "조 사장의 글에 과거 동조하고 공감하는 내용도 많았지만 근래들어 대부분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조 사장이 홈페이지에 올리는 글이 조선일보 전체의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대해서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에는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김성현 기자가 노보에 기고한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께 드리는 레터>에서 "조갑제 편집장(겸 사장)의 글을 보면서 끄덕였던 고개를 언제부터인가 가끔씩 설레설레 젓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조 사장이 지난 2002년 조 사장의 홈페이지에 쓴 <전투적 우파에의 기대>라는 글에서 '한국의 우파는 이제 전투적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사회일각에 퍼지고 있는 친북 이데올로기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지만 '헌법 수호기능을 총동원해 반란을 저지하는 행동으로 나서야 하며 지금부터 그런 동원력을 준비할 때'라는 구절은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지적하며 "'국가와 헌법, 자유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서 반역 독재정권에 대해 국민은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군인도 포함된다'는 글에서 기자가 아닌 '시민운동가'의 모습이 자꾸 연상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라고 우려했다.

김 기자는 지난해 말 조 사장이 "탄핵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야3당의 합의만 이뤄지면 된다"며 조 대표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대신 개헌을 조건으로 다는 '시중'의 얘기도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불특정인을 취재원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에 대한 주의를 거의 매일 받고 있는 저로서는 이처럼 아찔할 정도의 이야기가 '시중'을 근거로 작성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내부비판

이에 앞서 조선일보 기자들이 자사의 지면과 방향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노보에 실명으로 게재하는 등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7일자 조선노보는 <"말 못하고, 막히고…미치겠다">는 글을 통해 기자와 데스크·국장간 대화부재, 일방적인 지휘체계 등 조선일보 내부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했고, 문화부 이선민 기자는 지난달 27일 노보에 기고한 <"다시 사회와 민족의 중심에 서자">는 글에서 "보수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공격하는데는 열심이지만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이끌어갈 적극적인 비전을 제시하는데까지 나아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일자 노보엔 국제부 전병근 기자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고 싶었다">라는 글에서 오히려 보수적 이념을 전파하려는 지나친 의욕이 독자들의 반감을 자초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밖에도 조선일보 노보에서는 지면과 내부 의사소통 부재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방상훈 사장은 지난 5일 창간사에서도 기자들에게 세상의 변화에 몸을 던져야 한다고 주문해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앞서 2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정부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해 유화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변화의 속뜻은

조선일보가 스스로 아래서부터 사장까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조선일보 관계자는 "사장이 열린신문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고, 다양한 이념과 스펙트럼도 포용할 수 있도록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사설 칼럼 등 우리의 논조가 들어가는 내용 이외에는 다양한 의견을 듣되 판을 열어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금이라도 따라가겠다는 것"이라며 "의제설정 방식도 그동안 다소 무리하게 초점을 한군데로 맞추고 몰아간 측면도 있는 점을 감안 부드럽고 유연한 방식으로 해야 독자들이 외면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최근 들어 지면과 사설등을 통해 각종 정책과 현안에 대해 같은 입장을 보여온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뭐라고 해서 우리가 썼다기보다는 우리가 쓰고 나니까 그들이 따라온 게 크다"며 "최근 들어서 문제점이 노출된 데 대해 우리가 비판하고 자기혁신을 바라고 있지만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이 지나고 나면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상훈 친정 체제 강화

한편 방우영 명예회장 체제로부터 방상훈 사장이 확고하게 내부를 장악해가는 과정의 하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방 사장의 창간사와 달리 같은 날 방우영 명예회장은 인사말에서 "요즘 친구들을 만나보면 너희 신문사 맥아리가 없어졌냐 한다"며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여러분"이라고 말해 오히려 더욱 강하게 지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실제로 김대중, 유근일 전 주필들의 일선 후퇴 또는 퇴직으로 지면과 조직운영에 있어 이상철 편집국장, 강천석 논설위원실 주간, 변용식 편집인의 3인 체제로 변화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방우영 회장 체제에서부터 조선일보 지면과 논조를 이끌어오던 내부 역학구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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