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사 아르바이트생이 해당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해당사가 보도하기 이전에 인터넷에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언론사의 '정보 관리' 문제와 함께 향후 법정 선거운동 기간 중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의 실효성 문제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신문 도깨비뉴스(www.dkbnews.com)는 지난 15일과 17일 <"우리당 44%, 민노당이 3위" 신문사 알바는 정확했다>와 <신문사 알바의 정보 "이번엔 더욱 정확했다"> 등의 기사를 올렸다.

도깨비뉴스는 17일자 기사에서 "지난 15일 MBC의 여론조사 결과의 정확한 수치를 MBC 보도 보다 10시간 이상 먼저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화제가 됐던 '신문사 정치부 알바'가 이번에는 모(母)신문사(자신이 근무하는 신문사) 여론조사 결과를 인터넷에 올렸다"며 "그는 '오늘 아침 입수한 모(母) 신문사 여론조사 결과를 올립니다. 정체 탄로날 위기...ㅋㅋ'라고 말해 이 여론조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신문사에서 실시한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도깨비뉴스는 이어 "신문사 알바에 따르면 이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열린우리당 50.9%, 한나라당 14.7%, 민주당 3.6%, 민주노동당 3.0%로 나타났다"며 "그는 '기자분들이 한창 분석 기사를 쓰는 중'이라면서 이걸로 미뤄보면 '내일자 신문에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네티즌이 올린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18일자 한겨레의 여론조사 결과와 동일하다. 도깨비뉴스는 후속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18일자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면 한겨레 신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기사가 나온다. 이 기사를 보면 여론조사 결과 수치는 '신문사 알바'가 올려 놓은 게시물의 수치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도, 이 네티즌의 소속사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실제로 한겨레는 지난 16일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열린우리당 50.9%, 한나라당 14.7%, 민주당 3.6%, 민주노동당 3.0%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 도깨비뉴스 17일자 기사
   
▲ 한겨레 18일자 보도

이에 앞서 이 사람과 동일인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15일 <[펌 긴급속보] 오늘 MBC여론조사 민노당 3위 등극>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MBC 보도에 앞서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 시사갤러리에 올렸다고 도깨비뉴스가 전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이날 오후 9시 뉴스데스크에 보도됐으나, 보도에 따르면 이 네티즌의 게시 시점은 이날 낮 11시33분이었다.

MBC측이 이날 오전 각 언론사 정당 출입기자들에게 '오후 9시 엠바고' 조건을 붙여 자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알렸던 점에 비추어, 이 네티즌은 사내의 정보보고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도깨비뉴스가 해당 게시물의 출처로 밝힌 디시인사이드 시사 관련 게시판에서는 18일 현재 이 네티즌의 게시물을 찾아볼 수 없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는 "우리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삭제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해, 도깨비뉴스 보도가 맞다면, 당사자가 글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사 아르바이트'의 근무처로 지목을 받은 한겨레는 이에 대해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한 한겨레 기자는 18일 "아르바이트 학생이 있는 것은 맞다"며 "설령 우리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개별사의 문제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운동기간중 여론조사 공표금지 실효성 의문

이와 관련해 다음달 2일부터 적용되는 '법정 선거운동기간 중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각 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인터넷 공간 등에 유포될 가능성이 상존함을 이번 사례가 새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은 법정 선거운동기간 중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제108조 1항)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56조 2항). 법정 선거운동기간은 대통령선거의 경우 22일,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13일씩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언론계 일부에서는 이 조항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이 높지 않다며 개정이나 폐지를 촉구해 왔다. 이같은 여론은 특히 2002년 대선 당시 선거운동기간 중 여론조사 결과가 인터넷 공간 등에 돌아다니면서 더욱 고조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자문기구였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는 이같은 여론을 수렴,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7일로 축소하자는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정개특위에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도깨비뉴스에 보도된 건은 하나의 해프닝일 수 있지만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앞두고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언론사, 정치인, 증권사, 기업 등 '여론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보도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다 알고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여론조사 공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저해하고 선거 정보의 불평등을 야기할 뿐 아니라 실효성이 상당히 낮고 불법적 유통조건만 만든다는 점에서 관련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호·이수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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