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은 변했는가. 지난 4월 새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서울 신문은 지면에 대폭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7월 초순부터 연재를 시작한 ‘정직한 역사 되찾기’ 시리즈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의문사당했던 장준하 선생,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외쳤던 전태일 열사 등을 다룬 ‘민주열사 열전’에 이어 지난 8월14일부터 ‘외국의 반민족자 처벌’을 시작으로 ‘친일파 청산’ 연재물을 내보내고 있다.

서울신문은 이에 앞서 지난 7월 ‘헌법제정 50돌’ 기념으로 우리 헌정사의 굴절사를 조명하기도 했으며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밖에 군사정권 시절 금지됐던 저항문화와 그 주역들을 재평가한 ‘금지문화, 금지인생 이제야 말한다’도 이전 서울신문에선 결코 볼 수 없었던 기사들이다. 이들 새 연재물들은 ‘서울신문〓극우보수’라는 등식을 완전히 뒤엎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 발굴에도 충실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서울신문이 경쟁전략의 주요한 축으로 신설한 ‘행정섹션’도 일방적인 정부 ‘선전기능’을 수행할 것이란 애초의 우려와는 달리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와 행정정보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자매지인 뉴스피플은 언론개혁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도 했다.

이처럼 서울신문의 변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신문의 변신은 정부 소유 매체가 갖고 있는 필연적인 숙명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신문에 대한 평가의 핵심 잣대는 다른 데서 찾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것은 정부에 대한 비판적 감시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것, 특히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여부다. 이 부분에 있어 서울신문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서울신문 내부에서는 ‘정부·여당은 비판해도 대통령은 비판할 수 없다’는 반공개적인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한 기자는 “딴 언론사로 치자면 대통령이 ‘회장’인데 비판할 용기를 누가 갖고 있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에선 ‘대통령’은 여전히 건드리기 어려운 ‘성역’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서울신문 지면에서 변하지 않는 또다른 관성이 있다. 노동문제에 대한 ‘재벌편향적’ 시각이다. 이번 현대자동차 관련 보도가 대표적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24일자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라’란 사설에선 현대자동차 노사타협을 원칙없는 협상이란 재계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으며 지난 17일자 사설 ‘현대차 사태 법대로 처리돼야’에서도 경찰력 투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편향적인 시각은 현재 연재하고 있는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기업’이란 연재물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듯 하다. 지난 7월부터 연재한 이 시리즈는 재벌그룹과 그 사주들의 행적을 미화한 연재물로 사회개혁의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는 재벌개혁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서울신문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울신문의 지면이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대 권력인 대통령과 재벌이 ‘성역’으로 존재하는 한 서울신문의 변신은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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