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이상철 경영기획실장을 신임 편집국장으로 기용한데 대해 내부에서는 지면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창간 84주년 기념일인 5일 오후 새 편집국장에 이상철(사진) 경영기획실장을 임명하고 변용식 편집국장 겸 편집인(이사)는 편집인(이사) 역할만을 맡도록 했다. 경영기획실장에는 박정훈 경제부 차장이 임명됐다.

이상철 신임 편집국장은 지난 8일 “기자들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불만이나 답답함도 수렴할 것”이라며 “(지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지난 5일 나온 노보(‘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말하고 싶었다’)도 봤다. 오해한 것도 있고 틀린 것고 있고 맞는 것도 있다. 종합적으로 모든 기자들의 의견을 듣고 지면과 조직을 운영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지난 5일 오후 편집국에서 가진 취임사에서 “시대가 변화하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변화를 주시하고 탐색하면서 스스로를 개혁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조선일보 편집국이 “인간적인 분위기가 사라지고 기자들이 일하는 기계가 돼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따뜻한 인간의 기가 흐르는 조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저희들의 울타리와 눈높이를 더욱 낮춰서 국민의 가슴속에 뛰어 들어가야 하는 문제,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문제, 이런 모든 문제들을 여러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서 정답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이상철 실장은 타신문 출신으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조선일보 편집국을 지휘하게 됐다. 조선일보는 부장급 인사는 총선 이후로 미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지난 5일 창간사에서 방상훈 사장이 “열린 신문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 뒤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조선일보 지면과 편집국 운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편집국장에 이상철 실장이 발탁된 것을 두고 방 사장의 ‘열린 신문’ 발언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이 국장 임명이) 조선일보 변화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며 “스스로 내부의 문제점이나 안팎의 변화 필요성을 잘 알고 있어 지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한 중견기자는 “국장이 바뀐다고 모든 게 바뀌겠느냐”며 “성급하게 진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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