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의 심판을 토대로 결단을 내릴 것이며 야당의 탄핵 사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해 상당수 언론사 간부들은 '통치자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과 국회의 정면충돌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계일보 김기홍 정치부장은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이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솔직하게 얘기한 것 같다"면서도 "기자회견을 본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대통령 지지자들은 '잘 했다'고 할 것이고 반대자들은 '고집만 피우고 너무 뻣뻣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편집국 간부는 "노무현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끄댕이 잡고 '탄핵 철회하라' '사과부터 먼저 하라'고 싸우는 꼴"이라며 "오늘 기자회견에서 노대통령은 통치자로서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설령 야당이 미숙한 점이 있고 이로인해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국민을 생각해 통치자 다운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편집국 간부는 "탄핵정국에 불을 지핀 것 같다.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엿보기 어렵다. 회견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탄핵안 발의가) 잘 못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 현 정국을 더 꼬이게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한 발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경향신문 편집국 간부는 총선 재신임 연계 발언에 대해 "야당의 탄핵발의도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둘 다 선거용이다. 국정불안을 택하겠느냐 안정을 택하겠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 아니냐. 이번 총선을 양자구도로 몰아가면서 노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말했다.

국민일보 편집국 간부는 "총선-재신임 연계안은 일종의 협박이라본다"며 "일단 그 문제는 탄핵이후의 문제라 본다. 만약 탄핵이라도 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김기홍 정치부장도 "대통령이 탄핵과 관련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총선과 연계해 재신임을 묻겠다는 얘기를 꺼냈으니 총선 시 친노와 반노의 대립이 명확하게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엘리트 계층과 일반 서민들의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 중앙일간지 정치부 간부는 "이번 기자회견을 보면서 노 대통령과 언론과의 시비를 넘어서서 사회·정치 전반의 변화를 일으키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민초들은 '화끈하게 노 대통령을 지지할 것'으로 보이나 엘리트 계층은 더욱 더 혐오하게 될 것같다. 이 결과 전두환 시대만큼이나 국론분열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간부는 "이번 문제는 탄핵으로 심판될 사안이 아니며 총선으로 결정이 될 것"이라며 "300명 미만의 국회의원 결정 보다는 총선 유권자 3500만명의 결정이 노 대통령을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은 국회가 탄핵까지 몰고갈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총선에서 심판을 받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정치부 전영기 차장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회의 판단(탄핵 결정)과 국민의 판단(총선 민의)을 정면충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언론사 간부들은 또한 기자회견이 탄핵 표결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언론사 편집국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하나의 승부수를 띄우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본다"며 "야당이 오후 2시부터 밀어부칠 태세로 보아 탄핵정국이 상당히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YTN 강갑출 보도국장은 "대통령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발표했으나 야당은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 표결 절차에 들어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 국장은 또 국민들이 바라보는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성숙한 국민들이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는 뜻을 밝혔다.


 
신문팀(조현호·이선민·정은경·김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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