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대통령 탄핵 발의에 대해 언론사 간부들은 대체로 법리적으로 무리한 행위이며 총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 결정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일부 간부들은 노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문제를 복잡하게 키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언론들도 헌정 초유의 탄핵사태를 몰고 온데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이다. 경범죄 위반에 사형을 구형한 꼴. 법리적으로도 그렇게 몰고 갈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A언론사 정치부장도 "탄핵 문제는 법리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다.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의도"라고 지적했다.

B언론사 편집국 간부는 "대통령이 무슨 명백한 범법행위를 해 국민의 공분을 산 것도 아닌데 임기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무슨 탄핵 발의냐"라며 "먼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 제대로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간부는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11일 발의안 처리를 위해 박관용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감옥에 가고 공천탈락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에서 의결 정족수나 나오겠냐"고 말했다.

세계일보 김기홍 정치부장은 "나라 사정이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데 대통령 사과여부와는 별개로 탄핵 발의는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부장은 "청와대는 내일 10시 대통령 기자회견에 사과는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나 대통령이 사과 표명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완충지대 없는 한국식 민주주의의 파탄이 오고 있는 것"이라며 "언론도 심도깊게 이 문제를 짚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TN 강갑출 보도국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사과성 해명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 되면 의결까지 가지 않고 자동 폐기될 것이고, 사과와 거리가 멀면 또 분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일단 정치권에서 일어난 팩트를 제대로 전달할 뿐이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정치권도 우리 경제가 어려운 바를 알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원칙으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한국정치 전공) 교수는 "국민들이 제일 똑똑하고 제대로 된 답을 알고 있다"며 "여론조사를 해보면 탄핵반대가 60%정도, 사과하라가 60%정도 나오는데 이게 정답이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야당 모두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도 있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작 사과하면 끝났을 일을 야당과 '핑퐁'게임 하다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물론 그렇다고 탄핵정국을 만든 야당의 공세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간부는 "언론 입장에서는 마땅히 양쪽 다 비판해야 한다고 본다"며 "우리도 양자를 비판하는 기획기사를 내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김진홍 정치부장은 "현상황은 한마디로 정치실종이라고 본다. 갈등 속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정치인데 사생결단으로 싸움을 하는 것 같다"며 "이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진 여권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서울신문 이목희 정치부장은 "사실보도에 충실하겠지만 이런 사안으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노 대통령도 '할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한 면이 있다. 국민의 안위와 관계없이 총선의 유불리만 따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글을 쓸 때 양비론이 제일 나쁜 것이지만 이번 상황은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문제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으면 대통령은 그 때 사과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그렇다고 이 것을 꼬투리 삼아 탄핵까지 몰고 간 야당의 책임도 매우 크다"고 지적하며 "정치인들이 순리대로,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 일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국일보 편집국 한 간부는 "남 잘되는 꼴 못보는 몇몇 신문사들이 있지 않나"며 "언론도 책임 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성한용 정치부장은 "어느 신문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소홀하게 보도한 측면이 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에서 '탄핵안 발의'를 공식적으로 밝힌 다음에도 신문 방송에서 보도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누가봐도 발의가 가능했던 시점이었는데도 그랬다"고 말했다. 

한 중앙일간지 정치부장도 "야당이 탄핵까지 오도록 정국과 여론을 호도해온 일부 언론의 책임도 있다"며 "언론은 국가와 국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정파적 호불호가 앞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이목희 정치부장은 "헌정 초유의 일인데도 하도 충격적인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일반 사람들이 무덤덤하다"며 "하지만 갈등을 예방해야 할 언론이 상처를 후비는 식의 보도로 감정을 격양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동아일보가) 야당의 탄핵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일부 수용할 부분도 있지만 우리는 사설을 통해 노대통령이 사과하고 해결하라고 수도 없이 얘기했다"며 "가장 큰 책임은 언론이 아니라 대통령과 야당 두 당사자 몫"이라고 반박했다.

신문팀(조현호·이선민·정은경·김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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