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산은 웅장하다. 아기자기한 우리네 산과 차이가 난다. 중국의 명산은 넓은 대륙의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으며 저마다 느낌도 다르다. 중국에는 높이 3천m 이상과 1천m 이하의 산들이 다양하게 산재해 있다. 사실 너무 많아서 다 돌아보지 못할 정도다. 중국은 지난해 초 10대 명산을 선정했다. ‘산중의 산’은 산둥(山東)성의 타이산(泰山)이 꼽혔다. 한민족의 영산인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은 6위를 차지했다. 순위별로는 1.산둥(山東)성 타이산(泰山) 2.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 3. 쓰촨(四川)성 어메이산(峨眉山) 4.장시(江西)성 루산(廬山) 5.시짱(西藏) 주무랑마봉(珠穆朗瑪峰·에베레스트산·해발 8848m) 6.지린(吉林)성 창바이산(長白山) 7.산시(陝西)성 화산(華山) 8.푸젠(福建)성 우이산(武夷山) 9. 대만(臺灣) 위산(玉山) 10.산시(山西)성 우타이산(五臺山)이다.

   
▲ 중국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절경(絶景)과 비경(秘景)을 자랑한다. 우람한 큰 바위와 함께 어우러진 소나무는 동양화의 한 폭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둥성 타이산 '산중의 산' 꼽혀…3천m이상 1천m이하 산들 다양하게 산재


이 순위는 중국 국토경제학연구회가 3개월동안 국민 1만2000여명과 중국과학원, 국가여행국, 국가문물국 등의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지명도, 전통 문화, 생태 환경, 경관과 과학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종합 평가한 것이다. 산둥성 타이산은 오악(五岳)중 첫째로 꼽힌다. 역대 황제들이 봉선(封禪)의식을 행한 신성한 산이다. 타이산 아래에는 의식을 행하던 대묘(垈廟)가 있어 타이산의 격조를 높이고 있다. 해발 고도가 1545m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산둥(山東)평야에 우뚝 솟아 ‘체감 고도’가 매우 높다. 태산을 경계로 해서 동쪽은 산둥(山東)성, 서쪽은 산시(山西)로 나누는 기준점이다. 타이산은 조선시대 양사언(楊士彦·1517~1584)의 “태산이 높다 하되…”란 시조로 국내서도 친근하다.

   
▲ 중국 베이징 근교의 샹산(香山)은 베이징 시민들의 주말 인파로 붐비고 있다. 샹산은 가을철 단풍이 유명해 ‘샹산훙예’(香山紅葉)란 표현이 있을 정도다. 샹산의 정상인 ‘샹루펑’(香爐峰)에서 놀러나온 사람들이 한껏 멋을 부리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타이산 못지않게 안후이성 황산을 좋아한다. 황산의 아래 자락은 거대한 ‘대나무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산전체가 온통 대나무로 뒤덮여 있다. 황산이 ‘우람한 돌봉우리들의 집합체’임에도 무너져 내리지 않는 것은 산밑을 단단히 떠받들고 있는 대나무 뿌리때문이란 얘기도 있다. 산 아래는 흐르는 계곡물에 대나무숲이 우거진 비경을 연출한다. 황산의 72봉우리는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수려하다. 황산은 기괴한 봉우리로 가득차 있다. 어느 방향과 각도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절경(絶景)이요, 비경(秘景)이다. 우람한 큰 바위와 함께 어우러진 소나무는 동양화의 한 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특히 바위에 걸린 소나무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국내와 달리 소나무 잎들이 납작 납작한 날렵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황산은 일출로도 유명한데 운무에 휩싸여 있는데다 기후변화가 심해 날씨 운이 따라야 한다.

산시성의 우타이산은 불교 4대 성지중 하나인데, 산세가 밋밋해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3000미터가 넘는 쓰촨성 어메이산은 계곡이 아름다워 마치 한국의 깊은 계곡에 발을 디딘 듯한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중국의 명산을 오르다 보면 높이에 질리게 된다. 지난해 7월 오른 타이산은 만만찮은 체력을 요구했다. 우선 놀란 것은 7412개의 돌계단이다. 태산을 오르려면 돌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돌계단의 폭이 20cm로 좁다는데 있다. 국내 지하철 돌계단의 폭이 약 30cm인데 비해 폭이 좁다. 산을 오르내리는데 계단의 폭이 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계단에 맞춰 보폭을 줄여 좌, 우발을 교대로 딛다 보면 다리에 알이 박힌다. 한계단씩 내려오는 것이 감질나 두 계단씩을 뛰어내려올 경우 급격하게 피로가 밀려와 지속하기가 힘들다. 돌바닥을 디디다 보니 피로도 쉽게 밀려오는 느낌이다.

   
이는 어메이산 등 중국내 다른 명산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산길에서는 비포장 흙길을 발견할 수 없다. 이는 산을 찾는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의 명산을 찾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돌계단을 설치할 경우 이들은 계단만을 사용하게 된다. 흙길인 경우는 산길을 벗어나고 길을 잃을 위험성도 있다. 특히 어두울 때나 비가 내릴 때 돌계단은 안전하고 편리하다. 지난해 10월 쓰촨(四川)성 칭청산(靑城山)을 여행할 때 비가 내렸으나 돌계단 덕분으로 우의를 입고 정해진 시간에 하산한 경험이 있다. 중국의 명산에는 꼭 ‘쒀다오’(索道·케이블카)가 있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과 노약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타이산은 버스로 난톈먼(南天門)까지 오른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바로 밑까지 반나절만에 도착할 수 있다. 대부분 오를 때 케이블카를 이용한뒤 시간이 있을 경우 걸어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의 명산들은 일출 광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안개가 많은데다 공기 오염으로 저멀리 맑고 투명한 능선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노약자·힘이 부치는 등산객들 실어나르는 '화간'부대들 특이한 풍경

   
▲ 중국의 명산에서는 산입구에서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정상까지 나르는 지게꾼인 ‘화간’(滑竿)을 볼 수 있다. ‘화간’들의 어깨는 화상을 입은 듯 두터운 굳은 살이 박혀있다. 이들이 한 차례 정상까지 짐을 나르는데 받는 돈은 20~30위안(3천원~4500원)에 불과하다.
중국 명산에서 특이한 풍경은 가마에 해당하는 ‘화간’(滑竿)이다. ‘화간’ 부대들은 가파른 코스 시작 지점에 대기하고 있다가 노약자나 힘이 부치는 등산객들을 실어나르는 일을 한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 결정되는데 보통 1인당 50위안~100위안(7500원~1만5천원)한다. 그러나 고용된 인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된 노동뿐이다. 이들은 용역회사에 소속돼 한달 월급 500위안(약 7만5천원) 정도를 받을 뿐이다. 아무리 돈을 지불하는 ‘산(山) 가마’라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비탈길을 오르는 모습이 안스럽다. 특히 무더운 날씨에 웃통을 벗어던진 채 홀로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올라가는 ‘화간’들을 보면 옆에서 거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들은 산 정상의 음식점과 가게에서 필요한 프로판 가스, 채소 등 생필품들을 끈에 묶어 어깨 하나로 나르고 있다. 타이산 화간의 경우 한 차례 운반할 경우 인부 한명이 받는 돈은 20~30위안(3천원~4500원)에 불과하다.

   
▲ 중국 오악(五岳)의 하나인 산둥(山東)성 태산(泰山)을 오르기 위해서는 좁은 계단을 한계단씩 걸어 올라야 한다. 계단은 폭이 20cm로 보폭이 제한돼 다리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산에 관한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사람들은 불행하다. 베이징의 근교에는 ‘샹산’(香山)이라고 있다. 샹산은 30년전만해도 등산객이 수십명에 불과했다. 현재는 주말의 등산객이 수천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건강을 우선시하는 ‘웰빙’바람 때문이다. 베이징은 평평한 분지다. 공항에서 시내를 가로지르고 다녀도 주위에 산이 보이지 않는다. 샹산은 1200여만 베이징인들에게 정상을 향해 오르는 ‘갈증’을 해소해주는 유일한 산이다. 하지만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서울과 달라 현격한 대조를 보인다. 베이징인들은 샹산을 아낀다. 샹산은 가을의 단풍이 유명하다. 이를 뜻하는 ‘샹산훙예’(香山紅葉)란 표현이 있을 정도다. 샹산은 노인 등 체력 단련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베이징 사람들은 등산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고혈압 등 성인병과 질병을 예방한다는 의미로 농담삼아 ‘샹산이위안’(샹산 병원·香山醫院)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에 관한한 복받은 셈이다. 국내의 산은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러나 중국의 산은 저 멀리 떨어져 있다. 우람하고 든든하지만 다가서기에는 너무나 먼 대상이다. 보통 중국 남성들의 하체가 한국 남성 보다 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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