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가 장기 복제에 성공했다는 12일자 중앙일보 보도를 둘러싼 ‘국제 엠바고’ 파기논쟁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언론계에선 이번 파문을 계기로 △국제적 엠바고에 대한 기준 마련  △생명윤리에 대한 존중 △과학보도의 전문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적 엠바고를 과연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사이언스와 네이처의 기자회원으로 등록돼있는 연합뉴스 이주영 기자는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 기자는 “사이언스의 엠바고 조치는 사이언스에 실리기 일주일쯤 전에 회원들에게 통보된다”며 “이는 회원들이 심층취재를 하라는 취지에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사이언스와 네이쳐는 기자회원 등록 때 엠바고 준수 서명을 받고, 어길 경우 취재불응·자료배포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고 설명했다. 역시 사이언스의 기자회원으로 등록된 동아 사이언스의 이영완 기자도 “과학보도의 생명은 과학적 팩트의 정확성과 철저한 검증”이라며 “이런 이유로 국내 기자들은 그동안 사이언스의 발행시점까지 엠바고를 지켜왔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이남표 강사(신문방송학)도 “연구논문의 경우 권위 있는 공식 루트를 통해 발표될 때까지는 보도하지 않는 게 과학자들과 과학전문기자들 사이의 보편적이고 오랜 관행”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이언스 측이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엠바고를 설정한 사실과, 연구팀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가 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이를 알면서도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로 생명윤리에 대한 한국언론의 이해부족을 질타하는 소리도 나왔다. 미국과 유럽의 권위 있는 언론들은 배아복제 연구에 대한 ‘찬사 보도’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좀더 신중한 보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독일 일간 쥐드도이체차이퉁(SZ)은 지난 14일자에 실은 <한국인들의 거짓말>이라는 칼럼에서 생명윤리에 무신경한 한국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합뉴스 이주영 기자는 “우리 언론들이 생명윤리 문제를 소홀히 다루어 온 것은 사실”이라며 “중앙일보의 엠파고 파기 논란에 묻혀 이 문제를 대충 넘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동아 사이언스 이영완 기자는 “엠바고 파기로 보도를 서두르다 보니 윤리적 문제에 대한 내용이 더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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