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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 '독자참여란'은 구색맞추기용인가
지방신문 '독자참여란'은 구색맞추기용인가
[지역언론통신] 광주지방신문들 "공공저널리즘 포기"

지방신문이 지역민들의 여론을 지면에 반영하고 지역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공공저널리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농민과 노동자, 장애인, 동성애자와 같은 소수권리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광주지방신문들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공공저널리즘이라는 말을 꺼내기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독자참여'에 대한 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지역 11개 일간신문들은 독자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오로지 소수의 엘리트계층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기사의 제목이나 편집방향에서 뿐만 아니라, 독자란의 운영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신문이나 중앙지들이 독자참여를 강화하고 상호작용하려는 경향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1주일 1회 꼴' 등 낮은 빈도에 특정직업 독자 기고 번갈아 실려

필자는 최근 '지역언론발전방향' 토론회(광주전남언론학회 주최)에 토론자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독자참여에 대한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런데 지역신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주 놀랄만한 일을 발견했다. 독자참여가 매우 소극적이고 특정 직업군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지역신문들은 '독자참여란'으로서 <독자의 소리> <할 말 있습니다> <사이버 게시판> 등 신문에 따라 명칭은 다르지만 대부분 고정란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월 한 달간 광주지역 신문들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들 독자참여란이 파행적이고 수동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지방신문과는 차별화해서 평가해 달라고 외쳐왔던 광주일보의 경우, 고작 1주일에 한번 꼴이라는 쥐꼬리만한 지면에 독자의견을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문에서 경찰서나 소방서 직원들이 매일 등장하는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심지어는 특정인이 여러 신문을 번갈아 가며 동일한 제목의 글을 투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특정인이 특정신문의 독자란을 연속적으로 채우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호남신문의 경우는 광산경찰서의 안모씨와 양모씨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고, 무등일보는 조선대 외래교수인 박모씨가 연속해서 등장(12월 11일, 12일, 15일 등)한다. 또 광주타임스 12월 11일자에 실린 '무보험 대포자 범죄주범' 이라는 안모씨의 글은 호남신문 12월 18일자에 그대로 실리고 있다.

또, 독자투고란이 특정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까닭에 그 내용도 천편일률적이다. '교통사고 없는 연말을 보내자(전남일보 12월 13일)', '연말연시 음주사고 근절하자(광주매일 12월 18일)', '음주모임 잦은 요즘 교통사고 줄여야(호남신문 12월 16일)' 등의 내용이 그렇다.

이런 지적은 독자투고란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현상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광주지방 신문 대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물론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민중의 지팡이'로서 민중들을 계도하는 투고에 대해 나무랄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필자는 지방신문 독자투고란의 파행적이고 소극적, 수동적인 운영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독자투고란 파행상은 지방신문 현실 그대로 보여줘

독자투고란의 파행적인 운영은 지방신문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지방신문 입장에서는 공공저널리즘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해 온 것이며 독자들 입장에서는 지역신문에 기고를 할 만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방신문의 여론형성이나 의제설정의 기능에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선거 입지자들의 기고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입지자들의 약력과 이름, 그리고 사진이 함께 실린 기고문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독자들에게 일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언론의 공정성 시비나 특정후보 편들기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이것을 독자투고의 연장이라고 이해할 때, 입지자들의 각종 유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신문사의 대책이 필요하리라 본다.

차제에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자투고란을 개선해야 한다. 적극적인 독자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수용자(독자)들의 의식조사가 필요하고, 다양한 독자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박동명 /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의장

 
박동명 의장은 법학박사이며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이다. 언론개혁광주시민연대 신문방송위원장을 지냈으며, 남녀차별개선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 강사로도 활동했다.「여성과 법률」(전남대 출판부, 2003년),「클릭! 가정법률」(전남대 출판부, 2002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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