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17일 후지TV 국제국장이 KBS 제작본부장 앞으로 보낸 질의서에서 <스펀지>가 자사 프로그램과 네 가지 측면에서 유사하다며 해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 두 프로그램을 비롯해 그동안 '잡학'을 다룬 다른 프로그램을 VCR로 비교해 보여줬다.

<스펀지>의 박해선 CP는 기자회견에 들어가기에 앞서 "후지TV가 14일 우리측에 해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됐는데, 확인해 본 결과 우리가 직접 공문을 받은 것은 17일 저녁이었다"며 "공식적으로 접수하지도 않은 편지가 신문에 먼저 보도되는 등 재밌는 내용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공문 내용 가운데 후지TV가 <트리비아의 샘>이 <스펀지>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 동기에 대해 "KBS의 시청자 게시판과 '한국의 신문사로부터의 문의'라고 했다"며 기자들에 대한 서운함을 비쳤다.

표절 의혹 해명에는 <스펀지> 제작을 맡고 있는 박정미 PD가 직접 나섰다.

우선 △일상 생활에 각별하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누구라도 "아∼"하고 놀랄 정도의 정보를 제시하고 그 정보의 재미를 평가한다는 컨셉이 같다는 후지TV의 지적에 대해 박PD는 "잡학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이미 98년 5월 <확인 베일을 벗겨라>와 2002년 <스타집현전> 등에서 사용했던 컨셉"이라고 밝혔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최초로 정보를 제시하고 나서 검증한다는 표현의 구조가 같다는 점에 대해서는 "<트리비아의 샘>이 명제를 제시하고 해당 정보에 얼마를 줄 것인지 출연자들이 책정한 뒤 검증 VCR이 나가고 다시 돈을 책정하는 포맷이라면, <스펀지>는 완전한 명제가 아니라 키워드를 퀴즈 형식으로 만들어 출연진이 맞추게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증 표현의 구조에 대해서도 "명제를 주고 나중에 검증을 하는 것은 <스펀지> 뿐만 아니라 <역사 스페셜>과 뉴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하는 기법"이라고 해명했다.

△정보에 따라 재현화면을 보내거나 검증을 위한 실험을 해 보는 점이 유사하다는 지적 역시 "명제를 증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이 직접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보의 제시는 움직임을 멈추게 하고 화면에 자막을 흘려보내면서 내레이션을 씌우는 점이 같다는 지적에는 "이전에 제작된 <확인 베일을 벗겨라> 등 잡학 프로그램에서 이미 사용된 기법"이라며 "퀴즈나 정보 프로그램에서 해답을 제시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확인 베일을 벗겨라> 제작을 담당했던 하원 PD도 참석해 "당시 프로그램을 만들 때의 컨셉이 지금 <트리비아의 샘> 컨셉과 같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PD의 해명이 끝난 뒤 박해선 CP는 "이번 표절 의혹 기사들을 접하면서 우리 나라 프로그램을 다른 나라 방송사에 의뢰해 감정을 받게 된 것에 대해 문화사대주의적 발상인 것 같아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한편 그동안 KBS 시청자게시판에 줄기차게 표절 의혹을 제기해 왔던 네티즌 '로켓트단'이 이날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기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음은 '로켓트단'과의 일문일답.('로켓트단'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며 자신의 이름 공개를 거부했다.)

-무슨 일을 하나.

"일본의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다 몸이 좋지 않아 잠시 휴학하고 들어왔다."

-<스펀지>가 <트리비아의 샘>을 표절했다고 생각하나.

"누구나 숲을 보고 나무를 보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않는다. 일본에서 <트리비아의 샘>을 1∼2회 봤고, 한국에서 <스펀지>를 봤는데 전체적인 구성이나 전개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제작진은 지적한 부분을 모두 따로 떼어서 보여줬는데, 그것은 제작진 입장이다."

-여전히 표절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일부 오해는 덜었지만, 순수한 시청자 입장에서 아직도 그렇다."

-돌아가면 다시 게시판에 오늘 일을 올릴 계획인가.

"그렇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올리고 싶다."

-제작진에 대한 인신 공격을 포함해 왜 그렇게 게시판에 많은 글을 올렸나.

"악의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 조선족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들은 다 재밌는데, 오락 프로들은 일본 것과 비슷한 게 많아 재미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웠다. 또 솔직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SBS 와 <트리비아의 샘>을 비교하면 어떤가.

"는 표절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다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게시판에 글을 올리나.

"MBC나 SBS는 실명으로 글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올리지 않았다. 한 번 실명으로 썼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 하지만 KBS 게시판과 다음 등에는 '로켓트단'이라는 이름 하나로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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