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부끄러운 지역언론
부끄러운 지역언론
박광태 광주시장의 '언론사 간부 접대'와 지역언론의 보도태도

언론은 자칫 권력에 약해질 수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부조리를 파헤치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 만, 열악한 경영환경에 처해 있는 지방언론은 여러 가지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광주지역에서 비리의혹을 받는 자치단체장이 검찰 조사를 전후로 지방언론사 보도·편집 책임자를 접대한 일을 두고 말이 많다.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이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 받은 것은 지난달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조사를 받은 후, 박 시장은 현대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었다. 결코 현대 비자금을 수수한 적이 없다고 장담하던 박 시장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는 물론, 검찰조사를 받은 후 광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챙긴 사람들은 광주지역 언론사의 보도·편집국장들이었다. 시장 및 시청 일부 간부가 이들과 함께 폭탄주를 돌리며 보도·편집책임자들을 다독거렸다는 것이다.

지역신문, '뇌물 혐의' 시장 두둔·시민 여론 외면

아마 박 시장이 노련한 정치가이기에 언론플레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시민들의 여론으로 어쩌면 자신의 퇴진운동으로 번질 것이라는 예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론을 호도하려는 박 시장의 언론플레이도 볼썽 사납지만, 문제는 지역의 보도·편집국장들의 부적절한 처신이다.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 접대가 뇌물사건의 보도 논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광주시장이 검찰에 출두한 후, 지역 신문들은 지난달 22일자와 23일자에서 이 사실을 주요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검찰출두 원인이나 배경에 대한 분석기사는 없었고, 거의 박 시장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제목으로 뽑아서, 박 시장을 두둔하는 듯했다. 검찰출두를 하는 박 시장에 대해 '무죄'를 예견하는 듯한 제목을 붙였고, 시청 직원들의 우려의 목소리만 전할 뿐이었다. 그래서 시민들의 주장이나 반응은 거의 전달되지 않아 균형감각을 잃은 보도태도였다.

이처럼 지역언론사 보도·편집국장에 대한 박 시장의 접대와 그 이후의 보도기사와는 상관 관계가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이런 상관 관계로 드러나는 것은 지역언론들의 도덕적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은 일반 기업이나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언론인이 사주(社主)에 맹목적으로 충성하거나 출입처와의 관계가 '좋은 게 좋다'라는 식의 태도, 접대 받고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것은 그 만큼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졌다는 것이고, 관언유착이 관행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부끄러운 행동 하면서 남 꾸짖을 수 있나

검찰조사를 받고 박 시장의 비리가 드러난 이후에도, 지역 신문은 지난달 27일부터 보도를 했지만 자치단체장의 다른 비리연루 사건과는 달리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시민단체가 박 시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일부 신문은 이에 대한 자체 목소리를 내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듯하다. 또 어떤 신문은 박 시장이 해야 할 업무들을 나열해 놓고는, 시장이 예산 확보활동 등의 업무들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장의 '거취'를 논하기보다는 시정(市政)의 '공백'을 걱정하기도 했다. 박 시장의 편들기에 급급한 것이다. 이렇게 박 시장을 두둔하는 듯한 보도 태도가 보도·편집국장들과의 화려한 만찬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란 말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인들의 윤리의식이 좀더 강화되길 바란다. 언론인들의 도덕 재무장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윤리강령에는 '3만원 초과 식사 접대'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언론사에서도 자체적인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 언론사가 제정한 윤리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고, 독자들에 대한 사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작 언론인 자신은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서 남을 어떻게 감시하고 꾸짖을 수 있단 말인가.


박동명 /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의장

 
박동명 의장은 법학박사이며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이다. 언론개혁광주시민연대 신문방송위원장을 지냈으며, 남녀차별개선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 강사로도 활동했다.「여성과 법률」(전남대 출판부, 2003년),「클릭! 가정법률」(전남대 출판부, 2002년) 등의 저서가 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