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시장에서 무료신문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무료신문이 서울지역에서만 하루 90만부 넘게 배포되면서 이들의 편집방향과 기사 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료신문은 ‘무사설·비논평’을 모토로 내건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지면편집을 통한 의제설정 기능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주요 사회 이슈를 어떤 크기, 비중으로 다루는지에 따라 독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와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 데일리 포커스(사장 이규행) 13일자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포커스는 1면에 <“한국경제 전투적 노조 제물됐다”>는 제목을 단 통기사를 실었다.

< “세계가 디플레이션과 씨름 중에 임금투쟁 몰두는 자충수 될 것”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일침>이라는 부제를 단 이 기사는 노동절 행사에 참가한 한 노동자의 모습이 붉은 깃발에 반쯤 가린 사진까지 곁들였다.

포커스는 또 같은 날자에  <삼성 이건희회장 글로벌시대 21세기 경영관 “천재두뇌 많으면 어떤 변화도 안 두려워”>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두 면에 걸쳐 실으면서 이 회장의 경영관, 노동관, 여성론 등을 관련 기사로 배치했다.

박영순 취재부장은 이와 관련, “기업철학 탐방은 미리 기획된 것으로 제작이 완료된 상태였다’면서 “1면 노조 비판 기사는 마감일 오후 통신에 실린 것을 보고 ‘기사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실은 것으로 의도성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편집권 영향력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우리 신문은 어떤 선입견도 없고, 사안에 대한 판단을 해서 몰아갈 필요도 없다”고 전제한 박 부장은 “노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 우리 재계나 노조 스스로도 얘기하지 못하는 내용을 외국인 칼럼니스트가 지적했길래 ‘곱씹어보자’는 차원에서 1면 기사로 올렸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 광고를 의식한 편집이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 박 부장은 “전혀 무관하다”면서 “삼성이 광고를 안줘도 독자가 궁금하면 다루는 것이고, 이미 광고를 실은 기업이 해당 기획에 포함될 수도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선 노동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전국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다른 언론사가 박스 정도로 다루거나 단신으로 처리했던 내용을 1면 통기사로까지 실어야 했는가”라면서 포커스의 기사가치 판단에 이견을 나타냈다. 그는 “더욱이 붉은 깃발 뒤의 노동자 모습은 ‘노동자=투쟁=빨갱이’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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