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위안과 용기를 얻는 잡지’.

월간조선 11월호 광고문안의 한 귀절이다. 월간조선이 생각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과연 무엇이 ‘위안’이고 ‘용기’일까. 이는 월간조선 11월호 목차에서 금방 읽혀진다.

감청 문제를 비롯해 총풍 수사 과정에서 돌출된 고문 시비, 부산 민심 기행, 여기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단식중이던 이기택 전 의원 등에 대한 장문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특히 부산 민심 기행의 경우 부산의 풍경을 마치 ‘폭동 전야’로 묘사하기도 했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조선일보가 월간조선을 통해 현 정권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감안한다면 월간조선이 설정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분명해진다. 반DJ 성향에 철저한 반공의식, 그리고 개혁세력에 대한 거부감. 결국 구여권보수 세력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이런 점에서 월간조선은 이들의 대변자 역할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향점의 정점에는 단연 최장집 교수에 대한 사상검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월간조선 스스로가 시인했듯이 이 기사는 상당한 ‘파문’을 몰고 왔다. 월간조선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월간조선의 표현에 따르면 ‘김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중의 한명’인 최위원장이 ‘좌파’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측이 곧바로 법적 대응을 선언했고 시민단체와 우익단체들의 잇단 성명을 양산해내고 있다. 월간조선이 의도했든 아니면 의도하지 않았든간에 여야간의 정치적 파워 게임 양상으로도 비화되고 있다.

월간조선의 최 교수에 대한 사상 시비는 10월 중순 각 언론사의 정보보고 형태로 언론계 안팎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월간조선은 지난 8월부터 최 교수 문제를 아이템으로 올려 놓고 보도 시기를 저울질 해 왔다는 후문이다. 취재와 기사작성 과정에서 보수우익성향의 일부 정치학자들이 자문에 응했다고 한다. 보도에 앞서 최고위층의 결제를 받았고 주요 간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최 교수에 대한 월간조선의 취재는 당시 소문으로 나돌던 현 정권을 겨냥한 조선일보의 대공세설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조선일보를 둘러싼 소문은 비단 소문에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일부 수석을 중심으로 비리 수집에 나섰고 그같은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구체적인 대상자까지 흘러 나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검토작업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미묘한 기류가 형성돼 있었던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선 최 교수에 대한 사상 시비를 현 정권에 대한 ‘외곽때리기’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안보관과 사상성을 우회적으로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당국의 시각인 듯 하다. 조선일보를 둘러싼 반조선 기류가 폭넓게 확산되고 여기에 현 정부의 언론개혁 의지 천명 등 주변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이에 대한 견제용으로 내 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측의 ‘성동격서’식의 대응 전략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조선일보의 영향력 제고도 무시못할 배경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새정부 출범 초기 김태동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필두로 일부 인사에 대해 조선일보측이 분명한 ‘비토권’을 행사했음에도 이에 대한 소구력이 떨어지자 이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월간조선에 의해 촉발된 최 교수 등에 대한 사상 시비는 부가적으로 범 보수세력의 결집력을 보다 강화시킬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현재의 정국 구도속에서 조선일보의 입지를 한층 넓히는 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월간조선측은 ‘특정인에 대한 정치적 인신공격’이란 해석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월간조선측은 “최 교수가 ‘제2건국 운동’에 핵심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대통령 자문위의 핵심 공인”이라며 “그의 역사관과 국가관, 대북관을 분석해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논리에 근거한다면 조선일보측의 사상 검증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벌써부터 H교수 등 일부 학자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현재 청와대측은 “최 교수 저서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선에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초기에 조선일보의 보도를 ‘격하’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조기 수습’에 무게를 두고 ‘확전’을 애써 피하는 모습이다. ‘개인적 문제’로 국한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조선일보의 향후 논지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것을 애써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월간조선의 사상 검증 파문의 귀추는 주목거리이다. 월간조선을 비롯한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논지가 제어되지 않을 경우 단순히 ‘정치적 공세’에 머물지 않고 사회전체의 보수화와 개혁세력의 위축으로 연결될 소지가 농후하다는 점에서 향후 언론개혁 행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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