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당시 학계 대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문정인 연세대교수(정치외교학)는 최근의 특검 관련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상회담 3주년 언론보도를 평가한다면.
언론은 6.15정상회담을 ‘DJ의 개인적인 목적(노벨평화상 수상) 때문에 현대에 압력을 행사해 5억 달러를 지불하고 성사시킨 지극히 개인적인 사업’이라는 시나리오에 끼워 맞추고 있다.

정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정주영 현대회장도 생전에 (북한을 상대로) 큰 사업을 하고 싶어했고, 대북 사업이 잘되면 투자한 돈 이상의 ‘정치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반대 시나리오의 한 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입장에서는 DJ취임 때부터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국정원의 가장 중요한 대북공작사업은 남북정상회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마당에 현대가 앞장서겠다고 나서니 국정원 입장에서는 예산도 절약하고 대통령의 의지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결국 남북관계도 좋아졌고 이런 긍정적인 결과가 인정을 받아 노벨평화상을 탈 수 있었다는 게 좀더 순리에 맞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특검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언론이 ‘대가성’ 시나리오에 맞춰 지극히 일방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여론몰이를 하는 바람에 특검도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언론에 흘리고 이 결과 국민여론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언론이 국정원도 문제를 삼고 있는데.
우리의 남북관계는 특수하다. 때문에 과거 국정원의 대북사업도 ‘침투·와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또 이 와중에 국정원 예산의 일부가 은밀하게 북에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언론이 접근하고 있는 시각대로라면 과거 국정원 사업의 상당 부분은 남북교류협력법과 외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든 대북사업은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 이는 국정원의 존재이유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언론보도를 위해 조언한다면.
남북정상회담을 불법으로 규정하면 6.15공동선언의 성과는 물거품이 돼 버린다. 이처럼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경우 남북관계의 해법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