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조선일보 / ‘원만한 처리’와 ‘한미동맹’만을 맹목적으로 강조하는 조선일보 / 미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상 심기, 항의시위에 대해서는 과격한 인상 심기 / 시류에 편승하되 반미는 막아라 / 촛불시위, 그 순수성 흠집내기.”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공동대표 김동민 교수 외)가 여중생 압사사건 관련 조선일보 보도 1년치를 모니터해 작성한 보고서 <잊어서는 안 될 죽음, 그러나 잊을 것을 강요하는 조선일보>의 소항목들이다.

시민연대는 여중생사망 1주기를 맞은 지난 13일 여중생 범대위(공동대표 한상렬 목사 외)와 함께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조선일보 여중생사건 보도 모니터 발표회’를 열었다.

시민연대는 보고서에서 “조선일보는 올해 6월12일자 <여중생 1주 되돌아보면…> 기사에서 ‘…월드컵 관련 소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몇몇 언론에서 짤막하게 이 사건을 보도했다’고 썼지만 정작 조선일보는 지난해 사건 발생 당시 단순보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첫 보도는 1주일 후인 6월20일자에, 그것도 <주한미군 여중생 추모행사 열어>라는 기사였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사건 이후 미군피의자 검찰 소환 불응, 재판권 이양 거부 등으로 파장이 커져갈 때에도 조선일보는 미군측의 성의있는 자세와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기 보다는 ‘원만한 처리’ ‘한미동맹’만을 강조하고 나섰다”며 “또 시민들의 시위·항의는 무척 과격한 것으로 묘사하면서도 미국과 미군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일이 생기면 ‘미담성’ 기사 등으로 여지없이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조선일보는 부시 대통령이 주한 미대사를 통해 ‘사과’를 전달하자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크게 보도했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항의 여론과 시위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정치권도 가세하는 형국이 되자 조선일보는 이를 ‘반미’와 ‘정치권의 편승’으로 몰고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한국상품 불매론’ ‘미군 철수론’ 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여중생 사망사건 항의에 대해서는 냉소와 비아냥을 보내던 조선일보가 올해 들어 ‘미군철수반대시위’ ‘반핵·반김정일 대회’ 등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으로 이를 보도했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특히 촛불시위나 범대위 집회 때는 ‘10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계와 대중연예인들이 자칫 너무 격앙하는 것만은 깊이 성찰해 볼 필요…’(02년 12월4일자) ‘그 어린 아이들이 무엇을 안다고 시위 현장에 나온 것일까’(12월18일자)라며 목청을 돋우더니, 보수집회 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딸과 함께 나온…’ ‘10대∼30대 대거 참석’ ‘고교생도 ‘미군철수 안돼’’(올 3월3일자) 등 칭찬하는 듯 보도하는 것은 조선일보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시민연대는 “여중생사건 보도 행태를 통해 조선일보의 뿌리깊은 친미사대주의와 기회주의적 본질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 사건을 애써 축소보도하고 미국을 감싸고 돌았던 것은 그 배경에 다름 아닌 ‘이념’이 복선처럼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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