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또 다시 ‘왜곡·작문’ 비난에 휘말렸다.
자사 사장실 전문위원이었던 박갑철 아이스하키협회장이 연루된 ‘아이스하키 비리’ 공판 내용을 왜곡보도해 검찰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조선일보는 11월 26일자 초판 사회면에 실린 <“박갑철회장에 돈준 적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열린 공판에서 박씨 등 피고인들이 “(금품 수수)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검찰로부터 고문과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박씨와 김원기씨 등이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했고 △재판부가 고문이나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있다”고 대답했으며 △특히 김씨는 “사흘 가까이 밤잠을 재우지 않고 수사를 강행하면서 용변도 그 안에서 해결토록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박씨와 김씨의 이같은 주장에 따라 재판부는 12월 5일 특별기일을 잡아 고문과 협박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인 서울지검 북부지청의 정재호·김영종 검사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왜곡·작문됐다”고 주장했다.

김영종 검사는 “조선일보의 보도내용 가운데 ‘용변’ 부분은 전혀 사실무근의 내용을 작문한 것으로 김씨가 법정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검사는 또 “박씨가 주장하는 고문은 심문과정에서 금품수수 혐의를 부인해 여러차례 되물은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신적 고문’을 받았다는 것”이라면서 “정상적인 심문을 두고 ‘정신적 고문’이라고 주장하는 박씨의 말을 아무 여과없이 보도해 마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비쳐졌다”고 주장했다.

김검사는 이밖에도 “재판부가 특별기일을 잡아 고문·협박여부를 규명키로 했다는 내용도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5일에 특별기일을 잡은 것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주심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별도의 시간을 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판장인 서울지법 북부지원 송정훈 부장판사도 “고문·협박여부를 가리기 위해 특별히 기일을 잡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북부지청은 조선일보의 이같은 초판 보도가 나가자 즉각 담당 데스크 등에 전화를 걸어 “법정 취재는 물론 담당검사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어떻게 이런 기사를 쓸 수 있느냐”고 강력 항의하는 한편 언론중재위에 반론보도를 청구하고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북부지청이 항의를 하자 ‘용변’ 부분과 ‘특별기일’ 등의 내용을 삭제하는 한편 “고문이나 협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검찰의 반론을 뒤늦게 게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롭게 첨가한 내용이 또 다시 검찰의 반발을 샀다. 조선일보는 초판에서는 기사화하지 않았던 유대현 아이스하키협회 홍보이사의 진술 내용을 인용하면서 유이사가 “아들의 대학입학 대가로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검사는 “금품을 박씨에게 주긴 했으나 대학입학을 대가로 준 것은 아니라는 유씨의 진술 맥락을 왜곡해 마치 금품수수가 없었던 것처럼 기사화했다”고 주장하고 “유씨는 처음과는 달리 공판 말미에서는 검찰의 기소내용을 전부 인정했다”고 말했다.

김검사는 또 “조선일보가 계속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한 피고인들의 말만 인용보도했으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혐의사실을 인정했다”면서 “왜 이들의 진술은 보도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기사를 출고했던 송모 기자는 “하고 싶은 말이 없다. 회사로 알아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사건팀장은 “법정에 가 직접 취재하지는 못하고 변호인등을 통해 취재했다”며 그러나 “송기자가 쓴 것이기 때문에 기사내용이 맞다 틀리다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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