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지난달 28일 ‘MBC 정상화 4년, 그 진실의 기록과 미완의 청산’이란 제목의 92페이지 분량 노보 특별판을 내고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의 부끄러웠던 MBC의 역사를 꼼꼼히 기록하는 한편 2018년 1월19일 출범했던 MBC정상화위원회 활동을 평가했다.

노사합의로 출발한 정상화위원회의 조사대상은 2008년 2월부터 김장겸 전 사장이 해임된 2017년 11월까지 벌어진 △방송의 독립성 침해 △사실의 은폐‧왜곡 △부당한 업무지시 또는 청탁 △방송 강령, 윤리강령, MBC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등 사규 위반 행위 △불법 대량 해고와 징계, 부당 전보, 노동조합 탈퇴 강요 및 조합원 불이익 처분, 구성원 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대체인력 고용 등 노동 탄압과 인권 침해 사건 등이었다.  

1년간의 활동을 목표로 출발했던 정상화위원회는 법적공방으로 한참이나 활동이 중단되었다가 지난 7월17일에서야 활동을 종료했다. MBC본부는 “조사대상자들은 지속적으로 조사를 방해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과 함께 MBC가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며 적반하장 공세를 펼쳤다. 더욱이 조사대상자 일부가 정상화위원회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받아들여지며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9월28일 발행한 노보 특별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9월28일 발행한 노보 특별판.

MBC본부는 “당시 1심 재판부가 이들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근로자대표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의 유효한 동의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우며, 주요 조사대상자가 주로 2·3노조 소속인데 이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것이며 정상화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무시하고 억지 논리에 따른 불합리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전체 근로자의 64%가 가입한 과반 노조였고 조합장이 정상화위원회 설치 동의서에 서명했으며, MBC 정상화위원회가 1년 동안 260여 명을 조사한 가운데 3노조 소속 근로자가 조사를 받은 건 전체에 9%인 25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MBC본부는 “결국 2019년 12월과 2020년 9월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주며 정상화위원회를 통한 조사 활동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이미 만시지탄이었다”며 정상화위가 신속한 진상규명을 통한 적폐청산의 적기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소송으로 MBC 정상화위원회 활동이 지연되며 방송 독립과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을 훼손한 책임자 처벌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실제 권력의 방송 장악에 부역하거나 공영방송 파괴에 앞장섰던 대부분은 이미 퇴사해 조사조차 할 수 없어 책임조차 물을 수 없었다”는 게 노동조합의 평가다.  

▲최승호 전 MBC사장. ⓒ미디어오늘
▲최승호 전 MBC사장. ⓒ미디어오늘

 

“최승호 경영진, 적폐청산 의지를 의심케 만들었다”

노동조합은 동시에 “최승호 경영진은 방송 장악의 적폐 청산에 대한 조합원들의 열망 속에 (2017년 12월) 출범했지만 의지와 열망에 비해 일관성 있는 청산, 엄정하고 치밀한 청산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원칙이 흔들렸다”고 평가했다.

MBC본부는 “최승호 사장 재임 2년 동안, 권력의 방송 장악에 협력하거나 보도 공정성을 훼손하는 등의 적폐로 해고 징계가 내려진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2명은 블랙리스트 작성, 3명은 중대한 왜곡 보도였는데 이마저도 재심을 통해 징계 수위가 낮아지거나 법원 판결로 해고가 무효로 되며 해고가 확정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는 것.

MBC본부는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폄훼한 박상후 전국부장과 아나운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최대현은 최근에서야 대법원에서 해고가 정당하다는 확정판결이 나왔다”고 했으며 “누구나 인정할만한 심각한 비위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본인의 퇴사 등을 이유로 징계 없이 사안을 마무리한 것도 4건에 이른다”고 했다.

이어 “불공정·반인륜 영상편집 지침으로 보도 영상을 통제한 A영상편집부장에게 내려진 징계는 해고에서 정직 6개월로 낮춰졌고, 뉴스영상 PD들을 김장겸 자택 경비요원으로 부당 노동시킨 B 비서실장은 감봉 3개월 징계만 받았다. 신경민 막말 파문 보도로 사측이 3600여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김장겸 사장과 해당 취재기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018년 10월 말 사측은 ‘2012년 파업 기간 중 이뤄진 전문계약직·계약직·시용사원 채용이 불법적인 파업 대체인력 채용’이라고 밝혔지만 두 달 뒤 김재철 전 사장 등 전임 경영진이 채용한 55명의 불법 대체인력에 대해 전원 고용계약을 종료할 것을 권고한 감사 결과를 거부했다”며 “불법 채용을 사실상 묵인해 적폐청산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전광판에 내걸린 고 이용마 기자 2주기 추모 화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전광판에 내걸린 고 이용마 기자 2주기 추모 화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MBC정상화를 위한 남겨진 과제 “완전한 방송 독립 쟁취”

MBC본부는 “다시는 정권이 방송을 함부로 장악하지 못하도록 완전한 방송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면서 MBC정상화를 위해 남겨진 과제로 “방송 독립을 위해 현업 종사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을 통해 완전한 제작 자율성을 보장받는 것과 함께 국회의 법 개정을 통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고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폐 경영진과 충성의 대가로 보직을 꿰찼던 관리자들에 의해 부당하게 징계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명예 회복 조치가 부족했다. 소송으로 확정판결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당시 보직자들의 부당한 아이템 검열과 표현 삭제 요구에 저항했지만, 지시 불이행 등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라면서 “이들 역시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고 법적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단체협약에 규정된 제작 자율성 강화 조치가 사규 및 실무 현장에서도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성혁 MBC본부장은 “정상화위원회 활동은 끝났지만 정상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권력에 의한 MBC 장악과정과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협력해온 MBC 내부자들의 행위들을 모두 기록함으로써 다시 퇴행의 역사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번 노보가 “지난 9년 방송 장악의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해 국민께 모두 보고드리겠다는 약속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면서 “조합은 사측과 함께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로 드러난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해 프로그램으로 국민께 알리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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