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한 키즈 유튜브 채널. 사람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생긴 눈알젤리를 먹는 콘텐츠의 조회수가 높다. 눈알젤리를 씹는 순간 빨간 액체가 흘러나온다. 이 제품은 특정 신체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등 혐오감을 유발해 ‘정서저해 식품’으로 지정됐다. 정서저해 식품은 판매가 금지되지만 정작 유튜브에서 먹방 콘텐츠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어린이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미디어 자율규제 방안’ 토론회를 통해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먹방’ 실태를 분석하고 자율규제 중심의 대책을 논의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유튜브 키즈 분야 상위 20개 채널의 영상(채널별 인기영상 5개, 최신영상 15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400개 영상을 살펴본 결과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상 어린이 기호식품이 노출된 콘텐츠가 48.75%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채널의 경우 A채널 100%, B채널 80%, C채널  75%, D채널 70%, E채널 70% 등 더욱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400개 영상 중 195개 영상에 어린이 기호식품이 등장했는데, 먹방을 전문적으로 하는 채널 외에도 일상을 보여주는 콘텐츠에도 먹는 내용이 다수 나왔다”고 설명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영상 유형을 보면 △ 유튜브 인플루언서 아동이 제품 모델로 출연 △신맛이나 매운맛 등 고통을 주는 첨가물 섭취 △ 키즈 콘텐츠에 주류 노출 △ 광고 받은 제품에 대한 과도한 권유 △ 먹을 것을 설정으로 한 장난감의 위험성 등으로 나타났다.

관련 식품이 노출되는 방식은 △ 대형화·다량화된 모습으로 등장 △하나의 콘텐츠에 ‘과자’ ‘사탕’ ‘젤리’ 등이 다양하게 노출 △ 과자, 사탕, 젤리 등을 두고 대결 및 상황극으로 자연스럽게 노출 등으로 나타났다. 빈번하게 등장한 식품으로는 △ 정서저해 식품으로 지정된 눈알젤리 △ 탄산음료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매운맛 식품 등이 있었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한 채널은 20개 영상 중 17개 영상에 식품이 나오는데 대형 캔디 등 대형 식품이 나오고, 댜량으로 나오기도 한다. 대형화 다량화 식품의 경우 식품위생법상 함량 등 기준을 무력화하는 문제가 있다”며 “맵거나 신 음식을 먹게 하는 등 신체에 고통을 주는 콘텐츠가 다수 제작되고 있어 출연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어린이 식품 콘텐츠에 대한 국내외 규제 현황을 분석했다. 

한국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통해 어린이 기호식품 제조 가공 수입 유통 판매사업자가 고카페인, 고열량 저영양 식품 등을 광고하는 광고시간 일부를 제한하거나TV광고를 금지할 수 있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상 광고 규정에 따르면 TV에서 해당 광고는 오후 5~7시까지 제한하고,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의 중간광고에 관련 광고를 금지할 수도 있다. 방송법 시행령상 고열량 저영양 식품 등은 가상광고와 간접광고가 금지된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영국은 ‘BCAP’라는 이름의 규제 체계가 있다. BCAP는 방송광고를 뜻하는 BAP(Broadcast Committee of Advertising Practice)와 방송이 아닌 광고를 뜻하는 CAP(Committee of Advertising Practice, 비방송광고)를 합친 용어로 방송 뿐 아니라 모바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에 적용한다. 영국은 16세 미만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 HFSS(high fat, salt, and sugar) 품목 광고를 금지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HFSS 품목 협찬도 금지하고,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유명인, 캐릭터는 초등생 이하 HFSS 광고 출연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시청각미디어지침을 통해 영상물의 경우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 식품과 음식을 다루는 상업적 시청각 커뮤니케이션에 어린이가 노출되는 빈도를 효과적으로 낮추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청각미디어지침은 자율, 협력규제를 권장한다.

미국의 경우 FCC(연방커뮤니케이션위원회) 차원에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은 주말 1시간당 10.5분, 평일 1시간당 12분까지 광고를 허용하고 판매되는 제품이 프로그램 안에 등장하는 것을 금지한다. 자율규제 차원에서 식사시간을 나타내는 광고에서 균형 있는 식습관 표시, 간식 식품을 식대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드러내게 하고 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한국의 규제 체계는 방송법상 어린이 시청보호 시간대에 관련 광고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유튜브 등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식품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아이들은 점점 TV를 덜 보고, 온라인 동영상 소비가 늘고 있는데 현행 규제는 TV에서만 아동을 보호하고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논의 대상을 유튜브로 확장할 필요도 있지만 동시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광고와 TV방송에 대한 조치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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