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렇게까지 절약이 가능하네요. 비싼 보험료, 가입한 보험의 보장이 걱정되신다면, 02-XXX-3986 지금 바로 머니톡에 연락 주세요!”

유명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무료 ‘보험 리모델링 및 재무설계’를 표방해 주목을 받았던 교양 방송 EBS ‘머니톡’. 그러나 이 방송은 보험대리점 업체 키움에셋플래너의 협찬으로 제작됐다. 

[관련 기사 : ‘보험판촉 도구’ 재무설계 방송의 민낯 드러났다]
[관련 기사 : EBS ‘머니톡’ 보고 상담했더니 개인정보 팔아 8만원]

방송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이 업체 소속 직원들이었고, 방송에서 안내한 무료상담 전화로 연락하면 방송사가 아닌 키움에셋플래너에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온·오프라인 상담 과정에서 개인정보 이용 내역에 동의하는 순간 개인정보가 DB로 저장돼 건당 7~8만원에 판매됐다. 키움에셋플래너 내부 자료를 보면 “지상파 방송이 늘어나면서 DB(데이터베이스)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등의 표현이 있다. 즉, 방송을 보험업체 영업과 고객 정보 확보 도구로 쓴 것이다.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지난해 미디어오늘이 EBS 머니톡 등 보험 방송의 기만적 방송 실태를 조명하고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 제기를 하자 EBS는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1년이 지난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대응에 나서면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 대응, ‘검사’ 실시하고 ‘규제’ 도입

금융감독원은 보험방송을 적극적으로 기획해온 키움에셋플래너와 리치앤코 등 2개 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 방송에 대한 검사에 나선 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영업검사실 검사팀을 통해 보험방송을 활용해 계약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개인정보 수집과 기존 계약중단 및 가입 강제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보험 방송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보험영업검사실은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대외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 금융감독원. 사진=노컷뉴스
▲ 금융감독원. 사진=노컷뉴스

금융위원회는 보험 방송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지난 6월 금융광고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광고’의 기준을 정의하고 9월말 시행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특정 금융상품판매업자·금융상품자문업자의 서비스를 소개하여 금융거래를 유인하는 방송은 ‘업무광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대출모집인 또는 보험설계사가 금융정보를 제공하면서 ‘필요 시 상담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의 메시지와 함께 연락처를 제공하는 방송은 광고로 규정해 보험업계의 광고 심의 대상이 된다. EBS ‘머니톡’ 등 프로그램이 이 같은 방식으로 업체를 홍보해왔다.

▲ 금소법 광고 규제 가이드라인
▲ 9월 말부터 시행한 금소법 광고 규제 가이드라인

방통심의위 중점 모니터, OBS SBS플러스 KBC 등 적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보험 프로그램 내 광고효과’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방송심의규정상 방송 프로그램은 특정 업체나 상품에 대해 노골적인 광고 효과를 내선 안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필모 의원실에 제출한 보험 방송 심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8개 프로그램이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 OBS 보톡쇼 갈무리
▲ OBS 보톡쇼 갈무리

프로그램별로 보면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2월 EBS ‘머니톡’, OBS ‘재테크쇼 보.톡.쇼’, OBS ‘재테크쇼 돈직구’, OBS ‘리치라이프’, KBC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5개 프로그램에 권고 조치를 했다. 지난 8월에는 SBS FunE ‘쩐당포’ SBS플러스 ‘쩐당포’ OBS W ‘재테크쇼 돈직구’ 등 3개 프로그램에 의견 제시 조치를 했다. 방송사 계열별로 보면 OBS 계열이 많았다.

이들 방송은 공통적으로 특정 보험업체로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지속적으로 화면에 띄우고, 전화 상담을 유도하는 대목이 문제가 됐다.

EBS ‘머니톡’의 경우 “비싼 보험료, 가입한 보험의 보장이 걱정되신다면, 02-XXX-3986 지금 바로 머니톡에 연락 주세요”라며 지속적으로 안내 번호를 고지했다. OBS ‘보.톡.쇼’는 방송 시작부터 종료 때까지 좌측 상단에 보험상담 전화번호를 띄우며 주기적으로 상담을 유도했다. SBS계열 채널에서 방영된 ‘쩐당포’ 역시 번호를 주기적으로 띄우며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쩐당포로 문의해주세요”라며 연락을 유도했다.

보험 방송 대응 여전히 역부족

EBS 머니톡 논란 이후 관계 기관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지만 업계의 반발과 솜방망이에 그치는 심의 제재 등은 한계로 꼽힌다.

이달 말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광고 규제 가이드라인을 통한 규제가 시작되자 보험대리점업계는 보험 방송을 ‘광고’로 분류하는데 반대하며 금융 당국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일 보험신보는 “보험상담방송에 관한 광고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보험대리점업계는 보험대리점협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취합해 금융당국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 FM에셋의 보험설계사 대상 홍보물. 보험 방송을 통해 개인정보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 FM에셋의 보험설계사 대상 홍보물. 보험 방송을 통해 개인정보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바뀌는 건 없다”며 규제 완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업체 연락처를 통해 홍보하고 있었지만 2020년 기준 EBS ‘머니톡’ 문제 보도 이전에는 관련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EBS ‘머니톡’ 문제 이후 단 한 회차에 대한 심의만 이뤄진 데다 이후 KNN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채널만 바꿔 방송했지만 이에 대한 심의 제재는 이뤄지지 않는 등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방통심의위 집중 모니터링 이후에도 관련 방송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4기 방통심의위에서 심의가 이뤄진 보험 방송들은 행정지도 가운데 수위가 높은 ‘권고’ 조치를 했지만, 5기 방통심의위에서는 같은 문제를 드러낸 방송에 가장 수위가 낮은 ‘의견제시’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전 보험업계 관계자는 “채널을 돌리면 더 많은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이 같은 보험 방송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보험 방송이 여전히 빈번하게 아무런 여과조치 등이 없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필모 의원은 “협찬보험사가 자막으로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등의 명백한 심의규정위반 방송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린 작년과 달리 낮은 수위의 ‘의견제시’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금감원이 ‘금융광고규제 가이드라인’상  재무설계방송을  ‘업무광고’로 규정한 만큼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심의와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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