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방치돼 먼지만 풀풀 날리던 마을 공터에 새 주인이 들어온다는 말만 들어도 궁금한게 동네 주민들의 마음이다. 걱정과 기대가 엇갈리기도 한다. 옛날처럼 막돼먹은 넘이 들어오면 오히려 동네 이미지만 깍아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 좋은 주인이 들어와 공터에 풀도 심고 나무도 심고 주차장도 정비해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우리 동네 ‘핫플레이스’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기대가 엇갈리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1년6개월째 무음상태로 방치된 99.9 주파수의 새 사업자를 결정하는 공모가 임박했다. 지난 15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경기지역 라디오방송사업자 선정 심사에 대한 기본계획을 통과시켰다. 관련 분야 전문가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비교심사 평가 등을 통해 FM 99.9 Mhz의 새 운영자를 확정짓겠다는 것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쯤, 과연 누가 황금채널 99.9를 운영하게될까?

내가 99.9를 ‘황금채널’이라 부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순금의 농도가 99.9%인 만큼 기억하기 쉽다. 한번 들으면 까먹지 않는 주파수다. 두번째, 청취권역이 갑이다. 경기지역 가청인구 1380만명, 여기에 인천 일원까지 합하면 1500만 명이 들을 수 있는 메트로 채널이다. 세번째, 보도권까지 가진 종합편성채널로 허가되기에 음악채널과 달리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러니 새 사업자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할 수 밖에. 나는 99.9가 경기도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구체적인 지점을 그려본다.

▲ 지난해 3월 폐업한 경기방송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지난해 3월 폐업한 경기방송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① 방송사옥 : 라디오 방송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으니 건물 한 층 빌리면 된다는 사업자는 떨어졌으면 좋겠다. 뉴욕타임스 사옥이 있는 타임스퀘어가 뉴욕의 상징이 되었듯, 건축의 도시 시카고의 중심가 1층에 보이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운영되듯, 이제 경기도를 대표하는 구도심 한복판에 보이는 라디오 스튜디오를 만들고 ‘라디오 카페’를 만들어 걷고 싶은 길, 구도심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는 사업자가 들어오면 좋겠다.

② 뉴스 : 연합뉴스 기사나 관공서 보도자료 복붙하면 된다는 사업자는 떨어졌으면 좋겠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 설문조사에서 2년전에 은퇴한 손석희가 1위 유재석이 2위를 차지하는 이 언론불신의 시대에 ‘믿.듣.구’ 믿고 듣는 99.9 뉴스를 만들기 위해 신뢰도 향상에 모든 걸 쏟겠다는 사업자였으면 좋겠다. 보도자료하나라도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확인하고 묻고 풀어 써 초등학생까지 지역 의회 소식을 잘 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사업자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③ 드라마 : 라디오는 출근시간 시사 말고 뭐 있느냐는 사업자는 떨어졌으면 좋겠다. 드라마의 원조는 라디오다. 우주인이 침공했다며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것도 라디오 드라마 ‘우주전쟁’이었고, 영국판 전원일기로 무려 70년 넘게 방송되는 세계 최장수 드라마 ‘The Archers’도 라디오 드라마다. ‘격동 50년’의 집필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머니게임’이라는 tvn의 웰메이드 경제드라마를 쓴 이영미 작가는 “라디오 드라마야말로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고 신선한 콘텐츠를 풀어낼 상상력의 매체”라고 말했다. 실제로 헐리우드에서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신규 콘텐츠의 시장성을 미리 점검하는 ‘테스트베드’로서 오디오 드라마를 활용한다. 역량있는 신인작가들이 99.9 라디오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한류의 언덕’을 만들겠다는 사업자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 밖에도 무궁무진하다. 라디오하면 사연이다. 99.9는 사연 보낸 도민들에게 즐 상품협찬물로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로컬푸드를, 지역의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들이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 상품으로 채워나가겠다는 사업자가 왔으면 한다. 수익의 일정부분은 31개 시군의 마을미디어, 공동체라디오,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 투자해 99.9가 수많은 마을미디어의 허브로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날아라 99.9.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