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이 날로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로 인한 불로소득의 크기는 납득 불가 수준이다. 연루된 인사 면면을 보면, 사회적 지위를 등에 업고 이해관계로 얽힌 기득권 세력이 공고하게 카르텔을 형성한 모양새이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와 변호인이 동시에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것은 이번 의혹의 상징과도 같다. 곽상도 의원 아들이 수십억 원 퇴직금을 받고,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 받은 것은 기득권 세력의 끼리끼리 생존 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화천대유는 누구겁니까’라는 질문은 그래서 잘못됐다. 여야가 정파적 입장을 앞세우기보다 부동산 개발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한국사회 구조를 파헤치거나 기득권 세력의 카르텔을 혁파시키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부동산 비리로 지금도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사건은 지난 1991년 수서비리 사건이다. 무주택 서민에게 분양하기로 돼 있던 수서지구에서 한보건설 정태수 회장은 뇌물을 제공하고 국회-정부-청와대 도움을 받아 이익을 챙겼다.

대장동 개발 의혹은 아직까지 정관계 로비나 특혜 등 비리로 볼 수 있을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제2 수서비리사건 진행 양상과 닮았다. 특히 현직 언론인 그림자가 아른거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수서비리 사건의 경우 정태수 회장이 서울시청 출입기자들에게 촌지를 돌리는 등 당시 언론인이 기득권 세력의 포섭 대상이었다면 대장동 개발 의혹은 언론인이 기득권 세력 중심에 서 있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9월2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용산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9월2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용산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에 보도된 김만배씨 행적을 살펴보면 그는 현직 기자로 재직 중 화천대유 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30년 기자경력과 법조 출입 경력이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여러 도움이 된 건 자명하다. 언론인이라는 공적 지위로 확보한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를 사적 이익 획득에 활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혹여 비리가 드러난다면 이번 의혹은 현직 언론인이 중심이 된 기득권 세력의 부동산 먹튀 사건으로 규정해야 할 판이다. 현직 언론인이 개발 업체 주주가 된 게 무슨 잘못이냐는 항변이 통할 수 없다. 일반 주식 투자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개발 이익 주체로 나서는 순간 개발 정보, 인허가 문제 등 현직 언론인 지위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무형의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직 언론인의 경제 활동과 관련 언론계는 기자 윤리에 저촉되는 문제가 없는지 머리를 맞대고 기준을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직전에 벌어진,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등장했던 언론인 문제를 포함해 언론계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윤리 규범의 강제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 1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발표한 언론윤리헌장은 “윤리적 언론은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고 언론의 힘을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으며 이해상충을 경계하고 예방한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금전적 또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언론사별로 현직 언론인 경제 활동 여부를 전수 조사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언론윤리헌장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언론인 윤리규범에 벗어나는 경제 활동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못 박는 차원이다. 현직 언론인이 해서는 안 되는 경제 활동을 분류해 보고, 언론사별 강령이나 취업규칙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일례로 현재 매체별 윤리강령에 ‘금융, 증권 시장 담당 기자와 데스크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라는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만 여기에 다변화한 환경을 고려해 경제적 이득을 불합리하게 얻는 사례를 추가 반영해야 한다.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시비가 일어도 과감히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언론계는 말로만 신뢰 회복을 외칠 게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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