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언론현업 5단체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26일 “예고된 파국과 퇴행을 막는 유일한 출구는 사회적 합의 기구뿐”이라며 다시금 본회의 처리 포기를 촉구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구성한 8인 협의체는 오늘 마지막 회의를 갖는다.

언론현업 5단체는 26일 성명을 내고 “10번의 회의를 거듭한 지난 24일에도 양당은 소위 ‘핵심 쟁점’에 서로 다른 방향의 대안을 내놓았다. 협의체 소속 민주당 김종민 의원조차 ‘협의체 차원에서 합의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으니 남은 결정은 민주당의 본회의 강행처리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보도의 정의 조항을 삭제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의 기준이 되는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도 삭제한 대안을 제안한 반면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열람차단청구권 조항을 삭제하는 대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제5회의장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여야 협의체 4차회의가 열리기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제5회의장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여야 협의체 4차회의가 열리기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8인 협의체는 여당에는 강행처리의 명분으로 야당에는 대선용 강경투쟁의 명분 쌓기만 될 뿐, 언론자유와 사회적 책임 강화, 언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없는 장치”라면서 “시작부터 예견된 8인 협의체의 실패는, 언론개혁은 국회를 넘어 사회적 합의로 이룰 수밖에 없다는 명백한 반증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이 통과되면 한국을 언론자유의 롤모델로 생각하는 다른 국가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 것을 인용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의 결과가 오랜 세월 독재와 반민주의 역사를 시민의 힘으로 청산하고 이뤄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국제적 위상 추락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후퇴를 부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개정안 강행처리 중단과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27일 본회의 처리 방침은 이미 완전히 명분을 잃었다. 거대양당은 27일 언론중재법 처리 방침을 포기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 5단체는 “정치권이 이제라도 민주주의 역행의 폭주를 멈추고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을 통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에 화답한다면, 현업 언론인들은 무너진 언론 신뢰 회복과 피해자 구제 강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8인 협의체 대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규제 수준을 정비할 사회적 합의 기구를 구성해 6개월에서 1년의 시한을 정해 관련법 개정 및 제도 수립을 합의하자”고 했다. 

앞서 언론현업 5단체는 “조회 수에 매달린 천박한 기사, 사주의 이익을 위해 사실에 침묵하고 왜곡한 기사, 정파적 보도로 정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 기사 등은 법과 제도로 처벌해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라며 언론계 통합자율규제기구 구성과 함께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두 정당이 논의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모든 규제체계의 적절성과 피해 배상에 대한 실효성을 총괄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공개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 공식 제안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미디어 관련 시민사회단체, 언론현업단체, 언론학계 및 법조계 네 분야의 추천 인사 각 4인, 총 16명으로 구성하며, 언론중재법‧형법‧민법‧정보통신망법 등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규제체계 전반을 평가하고 핵심 개선사항에 대한 검토와 합의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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