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제도 ‘합리화’가 방송계 의제로 등장했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의 공익성·공공성 보장과 진흥을 위해 지상파·종편·보도채널 등이 광고 매출액의 6% 이내, 유료방송사업자가 서비스매출액의 6% 이내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납부하고 있다. 일종의 면허세 개념이다. 현재 방발기금 규모는 1.2조에서 1.4조 규모로 방송사 부담금은 전체의 15% 규모다.

오늘날 방발기금은 크게 세 가지 문제 제기에 부딪히고 있다. △면허세 개념이 타당한가 △기금 사용처가 정당한가 △납부기준이 공평한가다.  
  
2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준호 의원·김영식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협회가 후원한 ‘방발기금 제도 합리화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방발기금은 전파를 독과점으로 사용하는 대가였으나 기술 발달로 인터넷을 이용한 전송이 가능해져 주파수 자원의 희소성이 소멸했다”며 “현 시점에서 방발기금 납부의 정당성이 여전히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2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준호 의원·김영식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협회가 후원한 ‘방발기금 제도 합리화 방안 정책세미나’ 모습. ⓒ방송협회
▲2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준호 의원·김영식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협회가 후원한 ‘방발기금 제도 합리화 방안 정책세미나’ 모습. ⓒ방송협회

최우정 교수는 “방발기금 부과의 정당성은 포털사업자, OTT사업자, MPP사업자, 해외사업자에게도 존재한다. OTT의 경우 기능적으로 기존 방송사와 다를 게 없다.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망을 사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으나 미디어 생태계 균형 발전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다. 구글과 유튜브도 콘텐츠로 광고 수익을 올리지만 공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MPP사업자인 CJ ENM 역시 방발기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최 교수는 “미디어 인프라를 독과점하고 있는 미디어 사업자가 일으킬 수 있는 미디어 사용자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고 미디어 관련 기본권이 실현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기금부과의 정당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면허세 개념을 넘어 사실상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모든 영향력 있는 미디어 사업자에게 기금부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방발기금을) 미디어기업의 사회적책무 기금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9520억원이었던 방발기금 부담금 수입이 2020년 6629억원으로 줄었다. 방송사 현실을 투영하는 지표”라며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나 구글·유튜브·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사업자들에게 기금 부과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또 하나는 기금 사용처 문제다. 박성제 방송협회장(MBC사장)은 “방통위가 내년도 방발기금 예산 편성을 발표했다. 방송협회장으로 많이 실망스럽다. 지상파 공익콘텐츠에 대한 직접 지원은 감소시키고, 지역방송 지원 예산은 40억원 수준으로 동결한 반면, 아리랑TV나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타 부처(문화체육관광부) 기관에는 수억씩 증액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방통위는 2022년 ‘아리랑국제방송 지원’ 예산으로 전년대비 7억원 늘어난 236억원을 책정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지원 예산도 전년보다 2억 원 늘어난 129억원을 편성했다. 

역시 국회 과방위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금 부과 대상 기준의 재논의가 필요하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의 진흥을 위해서만 쓰여져야 한다”면서 “기금확대 방안, 기금운용 기준 등이 모두 재정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은 납부기준의 공평성이다. 김유정 MBC 전문연구위원은 “KBS와 EBS는 여러 방발기금 감면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다른 공적 영역에 있는 MBC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 기금까지 내면서 감면은 전무하다”며 역차별을 주장했다. 예컨대 KBS는 ‘공공성’을 이유로 3분의1 징수 감면을 받고 있다. 2019년 방발기금 분담금액을 보면 MBC는 2018년 광고매출액의 3.87%에 해당하는 106억을 낸 반면 KBS는 2.62%에 해당하는 87억, EBS는 0.38%에 해당하는 1.2억을 냈다. 

이성훈 방통위 재정팀장은 “기금 용도와 관련해 아리랑TV나 언론중재위원회 지원에 대해선 우리도 비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반복적인 지적을 받고 있다. 계속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발기금 부과 대상을 확대하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 역시 인지하고 있고 사업자 간을 형평성을 고민하고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야 법개정이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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