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부국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주주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뒤 수백억원의 배당을 받아 논란인 가운데, 같은 회사의 법조팀장도 화천대유의 자회사들인 천화동인 7곳 중 7호 지분을 100% 소유해 배당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은 화천대유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2019년부터 3년 동안 577억원을 배당받았다. 24일 중앙일보는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과 그의 가족이 가진 천화동인 7호가 투자금 1046만원으로 약 121억원을 배당받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또 이 법인이 지난해 9월 부산 기장군에 이는 한 2층짜리 건물을 사들이기도 했는데, 이 건물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있다고도 했다.

▲머니투데이 CI.
▲머니투데이 CI.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은 YTN 기자 출신으로, 2019년 2월18일 머니투데이에 입사했다. 배 전 팀장이 입사한 날 김만배 전 부국장은 사회부 선임기자로 승진했다. 배 전 팀장은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진 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17일에도 “[서초동 36.5] 고발사주 수사 ‘정치외풍’을 견뎌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배 팀장과 그의 가족이 천화동인 7호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지난 17일 저녁 방송 보도를 통해 알려졌는데, 이 시점에 퇴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만배 전 부국장은 1992년 1월 한국일보 공채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일간스포츠, 민영통신사 뉴시스에서 근무했다. 2004년 6월 머니투데이에 입사한 후 주로 사회부 법조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법조팀 차장, 부장 등을 맡았다. 2019년부터 편집국 사회부 선임기자이자 부국장 대우를 받았다.

김 전 부국장 “회사 허락받아” 머투 측 “투자 사실 몰라” 주장 배치

같은 회사 언론인 두 명이 대장동 특혜 의혹에 연루된 가운데, 김아무개 머니투데이 간부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회사는 직원의 개인 지분 소유나 투자 활동에 대해 알 수 없고, 알려고 할 수도 없다. 김 전 부국장은 영리를 위한 다른 ‘직무’에 겸업한 것이 아니고 주주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김 전 부국장은 2004년 입사 후 법조팀장으로서 근무해왔다. 장기간 법조팀장을 맡아왔고 건강이 악화돼 일선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2019년 2월 일선 취재현장에서 물러났고, 사회부 선임기자로 발령 났다. 이후 취재현장에서는 사실상 물러나 가끔 칼럼을 쓰는 정도였고, 회사에서도 특별한 역할을 주문하지 않았으며 예우 차원에서 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장동 개발 관련 정치적 공세로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껴 최근 본인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고, 회사는 이를 수리했다”고 썼다.

▲주간경향 기자는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1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과 인터뷰한 기사를 지난 21일 보도했다. 사진=주간경향 네이버 페이지화면 갈무리.
▲주간경향 기자는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1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과 인터뷰한 기사를 지난 21일 보도했다. 사진=주간경향 네이버 페이지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김 전 부국장이 지난 1일 주간경향과 한 인터뷰 내용과 배치된다. 김 전 부국장은 지난 1일 주간경향 기자와의 인터뷰했고, 주간경향은 김 전 부국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지난 21일 “[단독] 화천대유 대주주 언론인 ‘이재명 지사와 무관… 합법적으로 돈 벌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김 전 부국장은 화천대유와 관련된 일을 회사의 허락을 받고 했다고 주장했다.

‘화천대유나 투자 자회사 천화동인을 만드는 데서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겸직 근무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간경향 기자의 질문에 김 전 부국장은 “다 (회사의) 허락을 받고 했다. 전 사업주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회수했다. 현직 기자이며 대주주인 것은 맞다. 하지만 경영은 하지 않는다. 변호사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나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부국장은 이어 “직장에는 우리가 당선(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에 말씀을 드렸다”고 밝힌 뒤 “내가 경영하는 것은 아니고, 주식을 가지고 있다. 만약 내가 경영을 하려고 했다면 사표를 내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를 정치적으로 엮으려고 불법인 사실로 엮으려고 의혹을 가지고 기사를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SNS에 게시글을 올린 김아무개 머니투데이 간부는 24일 미디어오늘에 “페이스북에 쓴 글은 제 개인의 견해가 아닌 회사 내부 확인과 공감대를 거쳐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김 전 부국장의 인터뷰는 저도 봤다. 재차 확인했다. 회사가 김 전 부국장에게 참여를 허락하거나 당선된 뒤에 김씨로부터 말을 들었다는 것에 대해 회사는 아는 게 없다. 김씨 본인을 확인 취재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24일 미디어오늘은 김 전 부국장과 배 전 팀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기자들 “잘못된 게 있다면 바로 잡혀야”

머니투데이 직원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머니투데이의 A구성원은 “법적으로 문제없다. 회사는 모른다. 사표를 비밀리에 쓰고 기사 안 써도 월급 주고. 문제없는데 회사 다니게 하셔야죠. 같이 대박 나 사표 낸 사람 칼럼까지 사표 낸 날 대문짝만하게 실어주는 회사. 책임지는 윗사람이 없는데 우리는 왜 찌라시 직원이 돼야 하냐. 뭘 도대체 숨기는 거냐. 몇몇이 호의호식하는 회사다. 노사협회, 기자협회는 뭘 하고 있냐”고 비판했다.

머니투데이의 B기자는 “머니투데이 동료여서가 아니라 어떻게 소액으로 그런 돈을 벌 수 있는지가 의아할 뿐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에겐 모두 위화감과 회의감이 드는 일이다. 구조적으로 잘못된 게 있다면, 바로 잡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게 부지런히 사는 이들에 대한 예의 같다”고 토로했다. 머니투데이의 C기자도 “(이런 건으로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게)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5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대장동 일대 96만8890㎡부지(약 29만3089평)에 5903가구를 건설한 1조15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이 개발 사업에 참여한 신생 시행업체가 화천대유다. 출자금 5000만원인 이 업체는 3년 동안 577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이가 김 전 부국장이다.

2015년 3월26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3개 컨소시엄에서 사업 제안서를 받았는데, 다음 날인 3월27일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1조5000억원 규모의 개발사업 시행사 선정이 하루 만에 완료된 것.

화천대유와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1~7호는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뜰’ 지분을 각각 1%와 6%를 갖고 있다. 소수의 민간투자자 투자금은 총 3억5000만원. 이들은 각각 577억원과 3463억원 총 404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한편 경찰은 최근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씨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김씨와 이성문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업이 완료된 뒤인 2019년과 지난해 회사 계좌에서 수십 차례 걸쳐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것에 대해 자금 인출 경위와 사용처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화천대유로부터 지난해 장기 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렸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4월 경찰에 화천대유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고 보고 횡령 및 배임이 의심된다고 통보했다.

[관련 기사 : ‘화천대유’ 최대주주 머니투데이 부국장… “없는 번호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