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집사부’로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대선주자특집 윤석열편은 윤 후보의 8전9기 인생을 미화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출연자들의 질문도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이나 각종 현안에 대한 관점 등 유권자들이 알고 싶어하거나 민감한 주제에는 미치지 못한채 한 검사의 인생 성공담을 나누는데 그쳤다.

SBS는 19일 저녁 ‘집사부일체’ 대선주자 특집 ‘윤주부부터 석열이형까지 윤석열의 A to Z’ 편을 방송했다. 윤석열 예비후보의 집에서 촬영한 이날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윤 후보가 요리해준 식사를 함께 한뒤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승기씨가 ‘대통령을 하기 위해 퇴직한 것이냐’고 묻자 윤 예비후보는 “일단 퇴직부터 했고, 2년 임기는 국민과 약속이니 임기는 마무리해야 하는데,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굴욕이고, ‘그래, 내가 그렇게 미우면 나가주마’ 하고 나온 거지 뭐”라고 답했다. ‘출마결심이 은퇴전이냐 후냐’는 양세형씨의 질의에 윤 예비후보는 “출마 결심은 함부로 하기 어렵다”며 “정치경험도 없고 준비할 것도 많다. (사퇴한지) 한참있다가 한 5월경”이라고 답했다. 출마배경으로 윤 예비후보는 “청년세대가 직장생활해서 집구하기 힘들고, 결혼도 자꾸 안하려 하고, 애들도 못낳는 등 젊은 사람이 희망이 없다”며 “제가 좀 겁이 없다. 부족한 게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죽 밀고 나가면 된다. 그런 것에 대한 확신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예비후보는 ‘윤석열에 추미애란’ ‘추미애 장관시절 스트레스 받은적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는 답변을 하면서 거짓말 탐지기 실험을 해보니 ‘거짓말’로 나온 장면을 보여주며 출연진과 웃음을 터뜨렸다. 스트레스를 왜 받았는지,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추 장관의 검찰개혁엔 어떤 생각이었는지 등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9일 저녁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 대선주자특집 윤석열 편에서 출연진과 자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집사부일체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9일 저녁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 대선주자특집 윤석열 편에서 출연진과 자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집사부일체 갈무리

 

이밖에는 대부분 윤 후보의 인생 성공담에 대한 소개였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후보의 2013년 국정감사 때 발언과 관련해 윤 예비후보는 “후배들한테 사람에 충성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인사권자, 상사에 그런 사람 충성하면 안되고, 국민과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임관한지 얼마안된 친구가 검사장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나한테 혼났지. 검사장이 충성하는게 아니라 존경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집사부일체 제작진은 윤 후보가 대통령 측근 수사를 통해 쌈닭이란 별명이 붙었다고도 했다. 1999년엔 경찰청 정보국장을 구속했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안희정 시자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했으며, BBK 수사, 국정원 대선개입, 최순실 수사 등이다.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은 건가요’라는 양세형씨 질문에 윤 후보는 “대통령과 싸우고 도전하는 게 아니라 맡게 된 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한 것이고, 대통령에 도전할 이유도 없고, 대통령도 국가적 대사가 얼마나 많은데 일개 검사와 싸울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나는 권력의 편보다 법의 편이 되는게 든든하다”며 “권력자가 법을 어긴게 드러났을 때 처리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 할 수 없으니 권력자에 대해 법에 따른 처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좌천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는 이승기씨 질문에 윤 후보는 “많이 아니고 조금 당했다”며 “대신 요리가 늘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내가 낙천적이어서 그런 지 모르지만 지방 발령 가면 재밌게 보내자. 지방 가면 맛있는 집 찾아다니고, 지방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죠”라고 했다. 

이밖에도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연도 상세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재명 지사(사법연수원 28기)가 합격했을 때 함께 시험을 봤지만, 자신은 마지막날 형사소송법 시험을 보면서 20분 일찍 마치고 시험장을 나왔다는데, 친구들과 장충동 족발 먹을 생각에 그랬다고 했다. 그래서 떨어졌고, 마지막 9번째 사법시험 때는 내주 화요일이 시험인데, 주말에 결혼앞둔 친구의 함이 들어가는 대구까지 가겠다고 고속버스를 타고 뒤따라갔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때 차가 막혀 형사소송법 책을 꺼냈다는 그는 “책 제일 뒤에 보면 죽어도 시험에 안나오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봤다. 약식명령과 재심, 비상상고 등을 봤다. 친구집에 도착했더니 술판이 벌어졌고, 다음날 서울에 올라왔다”며 “이후 마지막 형사소송법 시험때 고속버스에서 본 게 나온거야. 일제 강점기 이후 한번도 안나온 게 나와 주변에서 곡소리가 나는거야. 난 기억이 나더라. 사진 찍듯 암기해서 합격한거야”라고 말했다. 얘기를 듣던 이승기씨는 파란만장하네요라면서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9일 저녁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 대선주자특집 윤석열편에서 출연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집사부일체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9일 저녁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 대선주자특집 윤석열편에서 출연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집사부일체 갈무리

 

그러면서 윤 예비후보는 자신이 9수를 한 것을 두고 공부를 꼭 시험에 필요한 것만 한 것이 아니라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시험과 관련 없는것도 하고, 내가 만족할 때까지 했다”며 “나는 재주는 없어도 어려움이 있어도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옷벗고 나올 때까지 긴장하면서 내 일에 대해 치열하게 살아왔다”며 “어떤 일이라도 성공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도리도리’ 습관과 다리 ‘쩍벌’ 자세를 두고 윤 예비후보는 “내가 봐도 심하다는 생각이었다. 유튜브로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정치 처음하는 분들 중에 도리도리 하다 고친 분들 꽤 있다고 한다. 쩍벌도 신경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윤 후보는 자신이 손수 김치찌개와 달갈말이 등을 요리한 음식으로 출연진을 식사대접한 뒤 출연진과 대화를 나눴다. 윤 후보는 “내가 검찰에 있을 때도 ‘밥먹고 하자’고 하는데, 안 먹고 일하는 애들은 꼭 대상포진 걸리더라”라며 “날보고 검찰 끝나면 변호사 개업하지 말고 식당 개업하라(고 하더라)”고 농담했다.

그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노무현 서거 이후 대구지검 부장으로 있을 때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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