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일부 진보 진영 일부 유튜버들을 겨냥하며 ‘수박’이라는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사용되던 호남 혐오 표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표 측은 ‘블랙리스트’ 논란 당시 자신들이 ‘친이재명계’ 유튜버로 분류한 이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표현이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목당한 이들은 “관용적으로 써오던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부모 등 정책 - 내 아이를 지켜주는 나라' 정책 발표를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부모 등 정책 - 내 아이를 지켜주는 나라' 정책 발표를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수박이라는 표현, 일베식 호남 비하”

‘필연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최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 전 대표 지지 국회의원, 지지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수박이란 용어는 일베라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칭이다. 사용을 멈춰달라”고 전했다.

이어 “수박은 ‘홍어’와 함께 일베 사용자들이 호남과 호남인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단어가 우리 당 안팎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특히 반이낙연 성향을 띠는 팟캐스트나 특정 후보 지지성향을 보이는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이 목격되고 있다. 호남의 아픔을 희화화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다수분들은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장면(머리를 내리쳐 다치는)을 연상하는 이 단어를 연원을 모른 채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 문제”라며 “더 이상 오월 영령들과 호남인들의 가슴을 후벼 파지 말아달라. 당신 안의 호남 비하, 호남 혐오를 버려달라”고 했다.

해당 논평을 낸 이 의원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블랙리스트 논란 당시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이들을 겨냥한 논평인가”는 질문에 “그렇다. 지금도 그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고 답했다.

▲ 지난달 24일 열린공감TV 방송 관련 이미지. 사진=열린공감TV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지난달 24일 열린공감TV 방송 관련 이미지. 사진=열린공감TV 유튜브 채널 갈무리

반면 이 의원 논평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은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 캠프 측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에는 온라인매체 고발뉴스와 열린공감TV, 시사 유튜브 채널 김용민TV, 새가 날아든다, 시사타파TV, 이동형TV 등이 이름을 올렸던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수박이라는 표현이 일베처럼 비하하는 식의 표현이 아니라 겉과 속이 다르다는, 관용적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겉은 푸르면서(민주당 상징색)이면서 속은 빨간(국민의힘 상징색) 모습’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수박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정봉주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서울 강서구갑 출마를 선언하며 해당 지역구 의원인 금태섭 전 의원을 향해 수박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금 전 의원을 겨냥하며 “빨간 점퍼 민주당”이라고도 표현했다.

새가 날아든다의 푸른나무PD는 이와 관련해 “몇 년 전 정 전 의원 정도가 정치권에서 사용했었는데 그걸 일베 용어라고 사용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서 '수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용민TV 갈무리
▲ 지난달 29일 김용민TV 관련 이미지. 사진=김용민TV 갈무리

지목된 당사자들 “관용어 성격일 뿐”

이 전 대표 측이 지목한 유튜버들 역시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수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던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안과 밖이 다르다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라며 “혐오 표현이 아니라 관용적 표현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촛불 시민들은 이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전부터 민주당 내 개혁에 비적극적인 의원들을 지칭하며 수박이라 표현했었다”며 “그때만 해도 이 전 대표를 수박이라고 부르지 않았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또 “그 말을 쓰지 말라고 하기보다 원래 촛불 시민들이 지지했던 그 시절의 이 전 대표로 돌아가 주시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르지 말라고 해서 대중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지난 7월24일 새가 날아든다 방송 관련 이미지. 사진=유튜브 채널 새가 날아든다 갈무리
▲ 지난 7월24일 새가 날아든다 방송 관련 이미지. 사진=유튜브 채널 새가 날아든다 갈무리

푸른나무 PD는 “오히려 이해찬 전 대표를 향해 ‘해골찬’이라 비하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애미추’라고 하며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과 손잡고 있는 곳이 이 전 대표 측”이라며 “민주당 내에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개혁적이지 않느냐며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민TV를 운영 중인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수박이란 표현은 일베가 생기기 이전부터 겉과 속이 다를 때 쓰이는 비유적 성격의 관용어로 사용됐었다”라며 “수박이 무등산에서만 나오는 호남 특산물도 아니고 가당치도 않은 헛소리를 후보씩이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영민 열린공감TV PD는 “수박이라는 단어가 호남 비하에서 비롯된 유례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며 “수박은 그동안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쓰여왔지 않은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들의 주장과 관련해 이 의원은 “전라도를 비판하는 ‘홍어 시리즈’의 연속 선상에서 수박이라는 표현이 일베를 중심으로 쓰여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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