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스태프와 미디어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드라마스태프 노동자성 확인 뒤에도 지속되는 제작현장 노동법 위반 실태에 KBS와 KBS의 드라마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을 고발했다.

‘드라마 방송제작현장 불법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위한 공동행동’ 소속 8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들은 16일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와 KBS가 설립한 몬스터유니온 등 드라마제작사 5곳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고발 대상이 되는 드라마와 제작사들은 △국가대표 와이프(한국방송공사 자체제작) △꽃피면 달 생각하고(몬스터유니온) △태종 이방원(몬스터유니온) △연모(아크미디어) △학교 2021(킹스랜드·래몽래인) 등이다. 김기영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원칙적으로는 KBS가 제작 중인 드라마를 모두 고발해야겠지만, 노동부의 조사가 수월하도록 제작기간이 충분히 남은 드라마 6개만을 고발한다”고 했다.

▲‘드라마 방송제작현장 불법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위한 공동행동’ 소속 8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들은 16일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와 KBS가 설립한 몬스터유니온 등 드라마제작사 5곳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방송스태프지부 제공
▲‘드라마 방송제작현장 불법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위한 공동행동’ 소속 8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들은 16일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와 KBS가 설립한 몬스터유니온 등 드라마제작사 5곳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방송스태프지부 제공

고용노동부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드라마 스태프들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확인했다. 이후 법원은 노동부가 노동자에서 제외한 감독(팀장)급 스태프마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아 확정됐다. 지상파3사와 드라마제작사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 2019년 드라마 제작현장 턴키·개인도급·프리랜서 계약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4자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해졌다.

방송스태프지부 법률의견서에 따르면 이들 제작사의 계약서에선 △계약 기간 불특정 △포괄임금 △임금 지급 시기 미특정 △근로시간·휴게시간 미지정 △휴일·휴가 미지정 △제작사 일방 계약 해지권 등의 문제가 동일하게 발견됐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나 제작사는 오히려 ‘4자협의체’를 핑계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턴키·프리랜서계약을 강요하고, 올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52시간제가 도입됐는데 여전히 20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한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철저한 수사, 강력 처벌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노동부가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시정지시를 하고, 상반기엔 스태프노동자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숱하게 1인시위와 기자회견을 했는데 달라지지 않는다.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고발장을 작성한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KBS는 그 중에서도 드라마제작 전 과정에 가장 직접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KBS는 자체 마련한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서 외주제작 담당 프로듀서를 통해 “외주 제작을 지휘‧감독”하며 외주 제작 “프로그램 제작의 전 과정을 지원하고 감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안타까운 건 KBS 제작현장이 타사보다도 열악하다는 스태프들의 증언이다. KBS는 근로기준법 준수 시 제작비 상승분을 책임질 수 없다는 태도인데, 공영방송이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책무를 분담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고 했다.

강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17조가 특별히 사용자에게 계약서의 작성 및 교부 의무를 부과한 목적은 근로자의 보호에 있다”며 “노동부는 팀장급 스태프를 비롯한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드라마 제작 현장이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들이 지켜지는 사업장이 되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KBS를 향해서도 △KBS가 제작하고 방송하는 드라마 현장 모든 스태프에 근로계약 체결하거나 지침을 내릴 것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시간 준수와 실질임금 보장, 연장근무 측정, 주휴와 연차수당 보장 △근로감독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지방고용노동지청에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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