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연합뉴스에서 앞으로 내부 제보자가 나올 수 있을지를 가르는 기로라고 봐요.” 

연합뉴스의 국고보조금 사업 방만·부실 운영 문제를 지난해 사내에 알린 연합뉴스 기획지원팀 직원 최현주씨의 말이다. 최씨는 지난 2018년 연합뉴스가 정부지원금으로 진행하던 업무포털·메일시스템 구축 사업의 문제를 회사에 보고했다. 이후 관련 자체감사 보고서를 사내게시판에 올린 뒤 정직 9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최씨는 국민권익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공익제보와 부당징계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연합뉴스와 소송 중이다. 그는 14일 미디어오늘에 “현재 연합뉴스에선 문제 제기자가 설 자리를 잃는다. 언제 같은 일이 반복될지 모르고, 그래서 지금 회사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기획지원팀 소속 직원 최현주씨는 국고 보조금 사업 방만관리 문제를 내부 신고한 뒤 징계 9개월 처분을 받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당징계를 인정 받았다. 사진=김예리 기자
▲연합뉴스 기획지원팀 소속 직원 최현주씨는 국고 보조금 사업 방만관리 문제를 내부 신고한 뒤 징계 9개월 처분을 받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당징계를 인정 받았다. 사진=김예리 기자

발단은 4년 전이다. 경영지원국에 근무하던 최씨는 미디어기술국에 발령받았다.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총 180억원 규모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120억원을 부담했다. 연합뉴스가 해마다 지원받는 300억여원의 정부구독료와 별개다. 최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내게시판이나 메일 등 업무포털 구축이 대표적인데, 문제가 많았습니다. 운영 매뉴얼이 없어 장애가 나면 매번 납품업체에 연락하고, 복구에 드는 시간은 길어지고. 주문했던 화상회의, 메신저 같은 기능은 누락됐어요. 이유를 알 수 없는 장애가 잦은데, 문제가 생기면 그날 근무자가 책임 지고 경위서 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된 거죠.”

들여다볼수록 문제가 심각했다. 그는 한 동료와 야근을 하면서 사업의 문제점을 문서로 정리해 상무에게 보고했다. 사내게시판에도 알렸다. 그는 “당시 회사 답변은 긍정적이었다”며 “조성부 사장은 내 글에 댓글을 달아 ‘연합뉴스가 궁극적으로 발전하려면 문제를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게 옳다’고 화답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가 연합뉴스의 ‘태세 전환’을 느낀 기점은 감사였다고 한다. 회사가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 관련 감사를 진행하던 2018년 말 연합뉴스 기획조정실에서 담당 부서로 이메일을 보내왔다. 

▲연합뉴스 미디어융합인프라구축사업 감사 중 기획조정실이 담당 실무부서에 보낸 이메일 갈무리. 국민권익위원회 결정문
▲연합뉴스 미디어융합인프라구축사업 감사 중 기획조정실이 담당 실무부서에 보낸 이메일 갈무리. 국민권익위원회 결정문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면 외부에 노출될 것이고, 이게 경쟁사에 들어가거나 문체부 등에 알려지면 회사가 흔들릴 것이다. 문체부 등 공조직에서는 이러한 건은 (문체부 차원) 감사를 의뢰하게 돼 있다. 그러면 회사가 흔들리고 향후 공적자금(구독비)에 영향을 미친다. 감사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내부에서 마무리를 지어 외부 유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우려를 실무 부서에서 경영진에 보고해 달라.” (기획조정실에서 실무부서에 보낸 사내이메일 발췌)

감사가 끝난 뒤 회사에 요청해 보고서를 받아봤다. 국민권익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그의 지적 다수가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을 수행한 계약업체는 부적절한 사양의 장비를 납품하거나 미등록 제품을 납품하며 정식제품처럼 속였다. 제안요청서와 다른 장비, 10개월 뒤 단종 예정인 장비를 도입하기도 했다. 실제 납품하지 않은 제품을 비용에 포함하는 허위계산도 발견됐고, 과도한 용역비 마진에도 문제가 지적됐다. 연합뉴스는 구매 심의에서 업체에 대해 신용등급이나 사업수행실적 등 평가를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작성한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 심층 감사 보고서’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작성한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 심층 감사 보고서’

최씨는 회사에 감사보고서 사내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지난해 8월 직접 보고서를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경위서를 쓰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승호제한이 3차례 반복됐어요.” 그는 사내게시판에 승호누락에 불만을 표시했다. 같은 해 9월 연합뉴스는 그에게 △감사보고서 무단 유출 및 삭제 지시 불응(외부 유출 언급 발언 포함) △부서 내 불화 조성·업무지시 거부 △승호 제한 관련 부적절 사내게시물 작성 등 사유로 정직 12개월 처분했다. 최씨는 재심을 신청했고, 정직 9개월이 확정됐다.

그는 징계 절차가 진행될수록 회사의 관심사가 따로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재심 인사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그에게 “만약 중징계를 받으면 내부 감사보고서를 청와대게시판 글로 올리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은 뒤 “한 번 더 기회를 드리겠다”며 관련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최씨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게시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고 답했고, 해당 발언을 거두겠다는 내용의 소명서를 제출했다. 

국민권익위는 결정문에서 “외부기관에 회사를 상대로 문제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징계가 감면됐다는 것은 애초에 신청인에 대한 징계가 신청인이 외부기관에 회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것과 더불어 추후 이 사건 사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연합뉴스가 연 300억 넘는 정부구독료는 받고, 이 사업에는 120억까지 준 것이 왜겠나. 연합뉴스가 공적인 역할을 하라고 준 것”이라며 “그 공적 자금은 투명하고 엄격하게 쓰여야 했다. 회사는 국민의 세금이 사업의 방만 운영에 쓰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분보장 조치를 신청했다. 지노위와 국민권익위 모두 지난 1~2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 기획지원팀 소속 직원 최현주씨는 국고 보조금 사업 방만관리 문제를 내부 신고한 뒤 징계 9개월 처분을 받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당징계를 인정 받았다. 사진=김예리 기자
▲연합뉴스 기획지원팀 소속 직원 최현주씨는 국고 보조금 사업 방만관리 문제를 내부 신고한 뒤 징계 9개월 처분을 받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당징계를 인정 받았다. 사진=김예리 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징계 정직 9개월은 신청인의 부패행위 신고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부패행위 신고 등이 없었더라도 신청인에게 징계처분을 할 만한 별도의 사정, 즉 정직 9개월에 이를 정도의 다른 객관적인 징계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연합뉴스에 최씨 징계를 취소하고 향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조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지노위 판정 당시 제출한 의견서에서 “연합뉴스의 징계처분이 제보자의 내부고발과 무관하지 않다”며 “승호제한 처분에 대한 문제제기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린 것이 징계사유로 적절한지 의문이며, 징계양정 역시 연합뉴스가 제시한 징계사유에 비춰도 지나치게 무겁다”고 밝혔다. 비영리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도 의견서를 내 “연합뉴스의 제보자에 대한 중징계는 지금까지 여러 조직에서 해왔던 전형적인 제보자 입막기식 탄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지노위 판정은 받아들였지만 국민권익위 판정에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첫 행정소송기일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오는 17일 열린다. 그는 새 경영진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소송을 취하하고, 사과를 해 달라는 말입니다. 직무를 수행하다 알게 된 상황을 묵인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사람이 할 얘기는 하고 살아야 하지 않나요. 연합뉴스의 누가 날 보면서 ‘문제를 발견하면 공익제보해야겠다’고 생각할까요? 무엇이든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가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면 감출 이유는 더욱 없습니다.” 

연합뉴스 측은 행정소송에 대한 새 경영진 대응 방향을 묻는 질문에 “소송이 시작되는 만큼 성실히 소송에 임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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