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에서 주목받는 논란거리가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언론관 문제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언론을 메이저와 마이너로 구분했다. 

윤 후보가 겨냥한 매체는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와 뉴스버스다. 두 매체는 각각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매체다. 윤 후보는 의혹 보도 자체를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마이너 언론이라면 비판 보도를 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KBS와 MBC 등을 자신이 생각하는 메이저 언론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아는 것과 달리 마이너 언론이 세상을 뒤흔드는 일도 있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중의소리

‘나발니 독살 미수’ 보도한 러시아 ‘디인사이더’

러시아에는 ‘디인사이더’라는 인터넷 기반  탐사 보도 매체가 있다. 윤 후보 기준에 따르면, 마이너 언론이라 볼 수 있다.

디인사이더는 지난 2013년 ‘푸틴 체제’를 반대하는 언론인들이 만든 매체다. 대표적으로는 ‘나발니 독살 미수’ 사건의 전모를 밝힌 매체다.

디인사이더는 지난해 8월 러시아의 야권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미수 사건 당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암살 요원들의 범행 증언을 직접 확보했다. 이후 해당 내용을 폭로하며 푸틴 정부가 이 사건 배후에 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 정적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에는 푸틴의 연인인 리듬체조 선수 출신 알리나 카바예바가 러시아 최대 언론사 네셔널미디어그룹 회장을 역임하며 연봉 115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푸틴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푸틴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드러지리포트, 클린턴 ‘성추문 스탠들’ 보도

1995년 만들어진 미국의 드러지리포트도 마이너 언론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드러지리포트를 만든 매트 드러지는 정통 언론인 출신도 아니다. 언론과 관련된 일을 했다면 미국 CBS 기념품 가게를 운영했을 뿐이다. 그런 그는 빌 클린턴의 대통령 시절 ‘성추문 스캔들’을 보도했다.

가십성 뉴스 큐레이션 성격이 강했지만 드러지리포트는 1998년 1월 전 세계를 뒤흔드는 보도를 한다. 바로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 간의 스캔들을 폭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클린턴의 스캔들 소식을 먼저 알고 있었지만 드러지는 뉴스위크 정보통에게 관련 소식을 전달 받은 뒤 한발 빠르게 관련 소식을 전했다.

정통 언론인 출신도 아닌 드러지는 이 보도 이후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언론인이 됐다. 같은 해 6월2일에는 세계 각국 특파원 모임 ‘내셔널프레스클럽’(National Press Club)의 초대 연사로 섭외되기도 했다.

▲미국 1인 미디어 드러지리포트 관련 이미지. 사진=드러지리포트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1인 미디어 드러지리포트 관련 이미지. 사진=드러지리포트 홈페이지 갈무리

변화 주도해왔던 ‘대안 미디어’ 인지 못한 윤석열

미디어 업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대안 미디어’(Alternative media)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아울러 윤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대선 주자임에도 ‘미디어 산업 구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미디어 생태계,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나온 용어 사용의 실수로 보인다”며 “너무 정치적 영역에서만 국한시켜 이런 언어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 언론들도 인터넷 매체를 만들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향하고 있다”라며 “CBS의 노컷뉴스, SBS의 스브스뉴스가 대표적이고 심지어 별도 법인으로 분리도 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지금 포털사이트에만 검색 제휴가 된 매체가 수천개가 된다”라며 “미디어 스타트업 영역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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