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부동산 등 재테크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경제지 구독이 크게 늘었고, 특히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뜻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은 이런 현상 속에서 과연 경제지를 보면 경제를 제대로 알 수 있는가, 경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경제지들이 알리지 않거나 혹은 알리지 못한 우리 사회 이야기를 MZ세대 관점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나눠볼 예정이다.

“우리의 사명은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강조하는 미션이자 슬로건입니다. 그는 올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쿠팡을 상장할 때도, 미국 경제지 포춘이 주최하는 ‘2021 포춘 글로벌 포럼’에 연사로 나섰을 때도 이 말을 빼놓지 않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립니다. 최저가 판매시스템 ‘아이템위너’와 신속 배송시스템 ‘로켓배송’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습니다. 이젠 배달서비스 ‘쿠팡이츠’와 쿠팡 와우회원 전용 OTT서비스 ‘쿠팡플레이’까지 여러 분야로 진출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한때 100조원에 육박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혁신적 서비스를 성공모델로 내세우는 쿠팡이지만 이면의 그림자도 짙습니다. 민언련은 추석 연휴 기간 코로나19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해줄 택배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을 경제지가 어떻게 보도하는지 두 차례에 걸쳐 다룹니다. 7회는 그중에서도 쿠팡의 물류·택배 노동환경에 초점을 맞춰 봤습니다.

쿠팡 미국 증시 상장 ‘찬양 보도’ 쏟아낸 경제지

민언련은 여러 차례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을 통해 홍보 기사 써주기부터 대리 피드백까지 호위무사를 대기업과 산업계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경제지 보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런 경제지 보도행태는 쿠팡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월은 쿠팡의 명암(明暗)이 확연하게 드러난 때였습니다. 3월11일,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공모가 35달러로 입성합니다. 쿠팡이 전날 제시한 희망가격(32~34달러)보다 높은 금액이었는데요. 경제지는 “기업가치가 쿠팡보다 높은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라며 보도에 열을 올렸습니다. 3월 한 달 내내 경제지는 쿠팡 미국 증시 상장에 주목했습니다. 상장 직후인 3월12일부터 15일까지 3일 간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는 총 43건을 보도했고, 3월 한 달로 넓히면 관련 보도는 총 97건에 달했습니다. 

노동자 사망, 무보도 또는 쿠팡 대변하기

▲ 2021년 쿠팡 택배노동자 사망 후 3일간 경제지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21년 쿠팡 택배노동자 사망 후 3일간 경제지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하지만 같은 기간 숨진 쿠팡 노동자 세 명의 죽음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배우자와 자녀를 지방에 두고 서울로 올라와 홀로 고시원 생활을 하며, 송파 1캠프에서 심야 새벽배송을 전담하던 A씨는 3월6일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3개 경제일간지 중 매일경제와 서울경제만 단건으로 각각 한 건씩 그의 죽음을 전했고 한국경제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구로 배송캠프에서 ‘쿠팡친구’를 관리하던 캠프리더 B씨는 정오부터 밤 11시까지 근무를 끝내고 귀가 후 새벽에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3개 경제일간지 중 단 한 곳도 B씨의 죽음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3월24일 오후 1시경, 운전하던 쿠팡 택배차량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한 C씨도 마찬가지입니다. 3개 경제일간지는 무보도로 일관했습니다. 한국경제와 서울경제가 온라인에 각각 한 건씩 보도를 냈지만, 이조차도 “고인은 입사 후 배송업무에 배치된 지 2일 차였다”며 “신입 직원의 경우에는 배송물량을 다른 직원에 비해 적게 배정한다”는 쿠팡 입장문을 단순 전달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7회 영상 갈무리.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7회 영상 갈무리.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해부터 올해까지(6월3일 기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가장 많은 택배노동자가 사망한 기업입니다. 사람이 사망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어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하던 사람이 1년 반만에 열명 가까이 죽고, 심야노동과 과도한 업무량에 힘듦을 호소했다면 단순 논란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언론이 나서서 어떤 노동환경에서 이들이 일했고, 구조적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보는 게 마땅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지는 쿠팡 노동환경 문제에 대해 어떤 보도를 했을까요. ‘과로’ 혹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언급한 기사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다수 보도는 쿠팡의 홍보성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쿠팡은 계약직에게도 자사주를 나눠준다’거나 ‘더위로 힘들 쿠팡친구를 위해 에어컨을 설치했다’, ‘건강관리 케어 프로그램인 ‘쿠팡케어’를 운영한다’는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한국경제, 다른 센터와 비교하면 쿠팡은 천국이다?

눈에 띄는 기사도 있습니다. 한국경제 <화장실도 못 가게 한다고?… 누가 쿠팡에 돌을 던지나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8월19일)입니다. 이 기사는 쿠팡이 업계 산업재해 1위인 이유는 다른 기업과 달리 쿠팡 노동자 상당수가 직고용 형태이기 때문이며, 오히려 복리후생이 잘 마련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쿠팡 물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CCTV가 사방에 설치된 거대 물류센터에서 화장실을 못 가게 한다는 얘기는 워낙 비상식적인 비난이어서 쿠팡에선 별다른 해명조차 하지 않는다”며, “다른 중소 물류센터와 비교하면 천국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치켜세웁니다. 기사 말미에선 “쿠팡 노동은 최선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차선쯤은 된다. 이런 것을 진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라고 외쳤는데요.

▲ 쿠팡은 물류·배송 노동을 하나의 안정된 직업으로 만들고 있다며, 쿠팡 노동을 최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쿠팡은 차선쯤은 된다’고 말하는 한국경제. 사진=한국경제 홈페이지 갈무리
▲ 쿠팡은 물류·배송 노동을 하나의 안정된 직업으로 만들고 있다며, 쿠팡 노동을 최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쿠팡은 차선쯤은 된다’고 말하는 한국경제. 사진=한국경제 홈페이지 갈무리

직접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쿠팡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경제 기사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2020년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이 공개한 ‘쿠팡 집단감염,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97.5% 이상이 비정규직입니다. 부천물류센터뿐만 아니라 쿠팡 물류센터는 대부분 계약직과 일용직 노동자로 채워져 있습니다. 비정규직 내부는 일용직과 3개월·9개월·1년 계약직, 무기계약직으로 분할해 승진처럼 내부 성과체계를 마련해두었습니다. 무기계약직은 2년 이상 일해야만 될 수 있는데 이 비율은 전체 계약직 중 20%를 채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 2020년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이 공개한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중 97.5%는 비정규직이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2020년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이 공개한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중 97.5%는 비정규직이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쿠팡 노동자들이 말하는 ‘사실은’

노동전문 일간지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쿠팡 노동자의 칼럼 <[‘안전한 일터 쿠팡’ 만들려면③] 재계약 걱정 없이 일하고 싶어요>를 보죠. 쿠팡은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사람을 선별하는데, 현장 노동자들은 재계약 기준을 알 수 없어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 해당하면 ‘계약거부를 당한다’고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근태가 좋지 않은 사람 △업무 성과가 낮은 사람(구UPH) △쿠팡 내 반성문으로 불리는 ‘사실관계확인서’를 자주 쓴 사람 △관리자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성희롱,괴롭힘 피해를 신고한 사람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한 사람 △노동조합을 준비한 사람 △쿠팡 물류센터 문제점을 사회에 공론화한 사람이라는데요.

실제 지난해 쿠팡 부천신선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때 유일하게 재계약이 안 된 인원은 두 명이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 산재를 신청하고 쿠팡코로나19피해자모임을 만들어 부천신선센터 코로나 집단감염 과정에서 회사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적극 밝혀내고 공론화했다는 겁니다. 즉, 쿠팡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고강도노동, 야간노동으로 힘들게 일하지만 고용이 보장되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경제지가 일제히 보도한 ‘계약직도 자사주를 받는다’는 내용도 뜯어보면 사실상 지급받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70% 가량을 점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주식 지급 대상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나머지 30%인 상시직 노동자에 한해 봐도 주식을 받긴 어렵습니다. <변혁정치> 128호에 실린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모임 대표의 글을 보죠. 쿠팡은 ‘양도 제한 조건부’(RSU, Restricted Stock Units)를 걸어 1년 근속할 경우 50주 절반인 25주를 지급하고, 1년을 추가로 근무하면 나머지 25주를 마저 지급한다고 합니다. 언제든 쿠팡 노동자들에게 계약거부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반절의 사실로 우리 눈을 가리는 쿠팡 노동환경 보도도 있습니다. 폭염이 지속되며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물류센터 내부 온도가 35도를 넘은 날이 10여일이 넘고,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쿠팡은 8월8일 전국 물류센터에 생수와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고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를 설치했습니다. ‘쿠팡케어센터’를 운영해 전 직원 건강 프로그램과 상담을 제공한다고도 합니다.

언뜻 들으면 좋아 보이는데요. 물류센터 노동자 폭염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용량이 작은 에어컨 3대로 넓은 물류센터 공간을 감당하지 못한다”며 “물과 아이스크림이 놓인 휴게실까지는 왕복 15분이 걸려 대부분 찾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실효성 떨어지는 면피용 대책인 것입니다. 또다른 매일노동뉴스 칼럼 <[‘안전한 일터 쿠팡’ 만들려면②] 쫌! 쉬었다 합시다!>를 보면, 노동 중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노동자에게 ‘의사 선생님들이 노조와 협력해 건강 상담을 진행하니 만나보라’ 말해도 ‘재계약이 코앞이라 그럴 수 없다’며 이용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고도 합니다.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그 이면에는 경제지가 철저하게 외면하거나 기업의 편을 들며 가려온 쿠팡 노동자의 피와 땀, 눈물이 있습니다. 언론이 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은 노동자를 동료 시민으로 대우할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혁신 성장을 이루지 않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7회 “한달 3명 노동자 사망한 쿠팡, 노동환경 ‘천국’이라는 한국경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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