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10일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또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 시도했다.

같은 날 TV조선 ‘뉴스9’은 4번째 소식으로 “[단독] ‘제보자’ 조성은, 보도 20일 전 박지원 만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로 드러난 조성은씨가 지난달 11일 자신의 SNS에 서울 도심의 한 호텔 식당을 찾은 사진을 올렸는데, 당시 조씨가 만난 사람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라는 것이다. TV조선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조씨로부터 텔레그렘 대화 캡처를 제보받았다고 밝힌 날짜인 지난 7월21일과 첫 보도가 나온 9월2일 사이의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자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10일자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13일자 조선일보 3면.
▲13일자 조선일보 3면.

제보자인 조씨와 박지원 원장이 만났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국민의힘은 ‘박지원 게이트’ 주장 공세에 나섰다. 장제원 윤 전 총장 대선 캠프 상황실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의 엄정 수사를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밝혀 내지 못한다면 이번 사건은 박 원장과 조씨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야당주자를 제거하고자 꾸민 정치공작 사건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또한 13일 박 원장을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났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 국민의힘이 ‘박지원 게이트’라고 주장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 대 ‘국정원 선거개입’ 주장이 맞부딪히고 있다. 다만 언론들은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났다는 사실 외에는 드러난 게 없어 둘의 만남 역시 ‘박지원 게이트’라고 말하기엔 섣부르다고 선을 그었다.

▲1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1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조선일보, “여 보좌관 출신 검사가 윤석열 수사” 비판

조선일보는 1면 “여(與) 보좌관 출신 검사가 윤석열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가 이 사건을 여당 의원 보좌관 출신의 수사3부 김숙정 검사에게 배당한 것으로 전해져 12일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공수처는 지난 6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윤 전 총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자 이를 수사3부(부장 최석규) 김숙정 검사에게 배당했다. 김 검사는 고발장 접수 후 이틀 뒤인 8일 사세행 대표를 조사했고, 9일 윤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13일자 조선일보 1면.
▲13일자 조선일보 1면.

 

▲13일자 조선일보 3면.
▲13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김숙정 검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김 검사는 변호사 시절 조국 전 장관의 딸을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등재해 준 혐의로 기소된 장영표 단국대 교수 변호를 맡았고,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서는 여당 전·현직 의원의 변호인단에서 활동했다. 김 검사에 대해선 지난 4월 공수처 검사로 임용될 때도 ‘정치 편향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 “박지원, 조성은 만남 수상” 한겨레·경향 “국민의힘 협조해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제보자인 조씨와 박 원장과의 만남이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국민의힘이 이번 사안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수사에 제대로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국정원장의 개입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외 각종 기밀 정보가 취합되는 정점이고 그래서 강력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이 대선 정국에서 야권 유력 대선 주자에게 불리한 의혹을 제기하려던 제보자를 호텔 식당에서 단둘이 만난 것만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만일 보수 정권 아래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지금의 집권 세력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했다.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13일자 중앙일보 사설.
▲13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하지만 지금까지 둘이 만났다는 사실 외에는 드러난 게 없다. 박지원 게이트 역시 섣부른 주장이다. 전례없는 강제수사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기력해 보인다.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국면을 타개할 전향적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박 원장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또 문제가 되고 있는 ‘고발 사주’에 대한 대화가 전혀 없었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국정원장의 처신에는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제보자는 국정원장 초대를 받아 공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주변에 알렸다고 하고, 국정원장을 만난 곳이라며 호텔 최고급 식당 사진 등을 스스로 공개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정원장이라는 자리가 이런 사적 관계에 시간과 신경을 할애해도 좋을 정도로 한가한 자리인가라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고발 사주 의혹 자체도 수상하고 납들이 안 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여야 간 정책과 비전 경쟁은 실종됐고 권력 쟁취를 위해 모두가 뒤엉키는 ‘3류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상황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13일자 경향신문 사설.
▲13일자 경향신문 사설.
▲13일자 한겨레 사설.
▲13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이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냉정한 대응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힘이 ‘고발 사주 의혹’을 여권의 정치공작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이 입건되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당혹스러워하는 것이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전후 맥락도 따져보지 않은 채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는 건 과도한 대응이다. 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국민의힘과 윤석열 캠프는 12일 박 원장과 조씨가 정치공작을 공모한 의혹이 있다며 이를 ‘박지원 게이트’로 규정하고 나섰다”며 “물론 국정원의 선거관여는 불법이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제보자 조씨와 박 원장의 회동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국정원장이 정치 낭인에 가까운 젊은 여성과 식사할 만큼 한가로운 자리가 아니니 정치공작이 논의됐을 것’ ‘두 사람은 친밀하고 특수한 관계’라는 식의 주장에는 어떠한 논리 구조도 없다. 저열하고 차별적인 공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이 공수처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고발장의 최초 발송자가 ‘손준성 (보냄)’으로 명시된 텔레그램 캡처 화면이 공개된 터다. 또 지난해 8월 국민의힘이 검찰에 낸 ‘최강욱 고발장’이 4월의 ‘손준성 보냄’ 고발장과 내용이 같고, 고발장 초안이 당시 법률자문위원장이던 정점식 의원실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정황들은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할 만한 근거가 된다”고 짚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지난 10일 공수처가 김웅 의원실에 대해 압수수색하자 김 의원과 국민의힘 당직자들의 집단 반발로 무산된 것에 대해 “그동안 각종 정권 관련 의혹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강조해온 국민의힘이 정작 자신들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영장 집행까지 물리적으로 방해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등 여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반발 없이 집행됐다는 점과도 대비된다”며 “김웅 의원과 국민의힘은 압수수색 자체를 계속 물리적으로 저지하려 들 경우 국민적 의구심만 더욱 키우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국민, 각각 1면과 사설에 직원 월급 주고 사망한 자영업자 보도

23년차 맥줏집 사장 A(57)씨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를 참아 내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월세와 직원 월급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결국 살고 있던 원룸을 뺀 돈에 지인들에게 빌린 금액을 더해 직원에게 월급을 줬다.

서울신문은 1면에 A씨를 “1999년 서울 마포구에서 맥줏집을 연 A씨는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가게를 4곳까지 확장하는 등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숯불바비큐 등 인기 메뉴가 방송에도 수차례 소개되는 등 유명세도 탔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영업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13일자 서울신문 1면.
▲13일자 서울신문 1면.
▲13일자 국민일보 사설.
▲13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이 소식을 사설로 다뤘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일했던 사람을 생각했던 그의 절망적인 선택 앞에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묻게 된다. 코로나 발발 1년9개월, 자영업자는 사회 최하층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지만 월세나 공과금 등 고정 비용은 그대로다. 특히 배달 산업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임무일 것”이라고 썼다.

국민일보는 최근 지급된 국민지원금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뒤 “처음부터 소득 하위 30%나 국민의 절반 정도로 대상을 제한하고 지원 액수를 늘렸다면 나았을 것이다. 국민지원금은 애초의 취지에 맞는 곳에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지원금을 일부 편의점에서 파는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명품 가방을 사는 데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보다는 형편이 어려운 동네 가게나 전통시장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영업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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