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낡은 언론관이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고발 사주’ 의혹에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국민들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메이저’ 발언에 비판이 뒤따랐다. 경향신문은 10일 사설에서 “제1야당의 유력 주자가 보도의 사실관계가 아니라 매체의 형태·규모 등으로 언론 신뢰성을 평가하는 차별적 발언을 하다니 유감”이라며 “모든 언론은 취재하고 보도할 자유가 있다. 메이저·마이너를 가르는 것은 위험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뿐 아니다. 현재 여·야 대선주자들은 언론을 상대로 싸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언론을 겨냥해 막말을 쏟거나 고소전을 불사하고 폐간을 압박하기도 했다. 위태로운 언론관을 보여주는 후보들을 살펴봤다. 내년 대선까지 이들과 언론의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해 해명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언론 막말’하면 단연 홍준표

2017년 5월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내가 집권하면 SBS 8시 뉴스 싹 없애버리겠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가 ‘언론 탄압’을 유권자에게 공약한 것이다. SBS가 ‘세월호 인양 오보’를 삭제하자 나온 발언이었다.

그는 또 “2015년도 내가 성완종 사건에 걸려 고생할 때 SBS 8뉴스는 첫 뉴스로 홍준표 출국금지를 보도했다. 나는 출국금지 당한 적 없었다. 도둑놈의 새끼들이 사과도 안 했다”면서 “(SBS는) 허위 방송이다. 연속극도 보지마라. 반성하려면 사장과 보도본부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도 “내가 당대표할 때 민주당과 싸워서 만든 건데 죄다 편파방송만 하고 있다. 종일 편파 방송한다고 ‘종편’”이라며 “집권하면 종편 4개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지상파 방송에도 “공영방송 인허가권이 정부에 있다. 엉터리 좌파에게 기울어서 아부나 하는 방송은 정리하겠다”고 거친 입을 자랑했다.

홍 후보는 언론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2019년 1월에는 KBS 라디오에서 진행자와 설전을 벌인 뒤 “써준대로 하지 않을 바엔 왜 (사전 질문지를) 주느냐. 앞으로 이런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고 끊어버렸다. 질문이 불쾌하다는 이유로 생방송 도중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끊어버린 것이다.

2011년 7월에는 불법자금 의혹을 질문하는 여성 기자에게 “너 그러다가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라고 막말을 쏟았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그해 11월에도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관해 “11월 내에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특정 기자에게) 100만원을 주고, 처리하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의 아구창을 날리기로 했다”고 말해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 후보는 ‘봉쇄 소송’도 거침 없었다.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3년 홍 후보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했고 그해 6월 한겨레는 칼럼을 통해 국정조사를 회피하는 홍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홍 후보는 “허위의 사실을 진실인 양 전제하고 적시해 독자 판단을 그르치게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모두 기자의 손을 들어줬고, 홍 후보는 상고를 포기했다.

도지사 시절인 2014년 2월 경상남도와 폭스사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홍 후보가 통역사에게 “통역하지마”라며 기자 질문을 막고 언쟁을 펼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그해 4월에는 경남신문을 겨냥해 “찌라시 신문이라서 안 본다. 신경도 안 쓴다”라고 매체 폄하 발언을 했다. 경남신문 기자협회 관계자들이 항의 방문하자 홍 후보는 사과했다. 홍 후보는 이처럼 언론에 독설을 던지고 자신의 지지세를 결집하는 전략을 즐겨 사용했다.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캠프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캠프

이재명이 집권하면 TV조선 폐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도 언론에 거칠 것 없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그는 사생활 질문을 하면 인터뷰를 먼저 끊겠다고 발끈하거나 “예의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선거 직후 MBC 앵커가 “선거 막판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셨다. 앞으로 도지사가 되시면”이라면서 질문을 던지려 하자 이 후보는 “감사합니다. 잘 안 들리는데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인이어 이어폰을 빼고 생방송 인터뷰를 돌연 중단했다. 

이후 페이스북에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감정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에 안팎의 우려가 커졌다. 이보다 앞선 2017년 1월에는 TV조선이 팩트를 왜곡하고 조작했다며 “TV조선은 반드시 폐간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인의 언론사 폐간 언급은 과도하다. 악의적 왜곡 보도라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나아가 법원을 통한 구제 및 규제 절차에 착수하면 된다.

2018년 7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성남 지역 최대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파’와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이 후보는 방송 전 SBS 본부장, 책임 프로듀서(CP), 사장 등에게 연락을 돌렸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보도해달라는 취지였다.

이 후보가 담당 PD에게 “우리 PD님에게 미안한데 ‘위쪽’에 전화를 해 죄송하다”고 발언하는 장면이 방송 전파를 타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졌고, 본인 스스로 “원래 제가 그런 건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할 만큼 이는 부적절한 행위로 평가됐다.

이 후보는 프로그램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씨 쪽에도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김상중씨 측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 사실을 배우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배우가 위축될까봐 우려해서다. 방송가에서는 “가장 저열한 방식의 압력”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SBS 그알 제작진과 사장 등을 명예훼손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고 SBS PD들은 “이 지사는 언론에 압력을 가하고자 한 행동을 사과하고 자신의 언론관에 분명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2019년 SBS 그알을 상대로 제기했던 민·형사 소송을 “대승적 차원”에서 모두 취하했다.

최근 이 후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골자인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을 지지하면서 “최대 5배는 약하고 고의·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내면 해당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 개혁이 절실하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낙연 페이스북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낙연 페이스북

친이재명 유튜버들과 불화하는 이낙연
연이은 언론계 인사 영입 실패 윤석열

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낙연 후보는 상대적으로 언론과 마찰은 적다. 그러나 이번 경선 국면에서 자신에게 적대적인 일부 유튜버들에게는 강경한 모습이다. 최근 이낙연 캠프에서 만든 ‘이낙연 후보 비방을 주도하는 유튜브 방송 실태’ 문건이 논란이 됐다. 이재명 후보에게 우호적인 유튜버들을 겨냥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다.

문건에 언급된 유튜브 채널 김용민TV, 이동형TV, 새가 날아든다, 이송원TV, 시사타파TV, 고발뉴스TV, 열린공감TV 등은 공동입장을 통해 “이낙연 후보가 직접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낙연 캠프는 “유튜브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인사가 일상적 업무수행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낙연 후보는 “대단히 부당하고 사실과 다른 보도와 논평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이들 유튜버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낡은 언론관’뿐 아니라 언론계 인사 수혈에도 문제가 많았다. 윤 후보 캠프는 지난달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언론특보에 임명했다가 거센 저항에 부딪힌 후 해촉했다. 이 전 사장은 MBC 공정성을 퇴보시킨 대표 인사이자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윤 후보가 정치권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대변인으로 영입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기소될 위기에 놓였다. 경찰은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 전 논설위원 등 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전 위원은 경찰 수사가 윤 후보를 겨냥한 여권 공작이라고 주장했으나 이 전 위원의 추락은 윤 후보에게 큰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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