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스타그램 속에서 아이와 부모가 카메라를 바라본다. 곧 부모 얼굴은 ‘아아아~’하는 타잔이 내는 듯한 소리와 동시에 말로 변한다. 화면 속 말로 변한 부모 얼굴을 보고 아이들은 울거나 소리를 지른다.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도 있다. 물론, 간혹 웃는 아이도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릴스(짧은 영상) 필터다.

#2. 인기 유튜버 겸 BJ랄랄이 개인방송을 하며 중학생으로부터 받은 ‘별풍선’(후원금)을 돌려주지 않기로 한 결정이 화제가 됐다. 중학생인 친언니가 BJ랄랄에게 ‘동생이 700만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보냈다’며 돌려달라고 주장했는데, BJ랄랄이 확인해보니 해당 계정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140만원 정도였고, 다른 BJ에게 지급한 것을 합하면 10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중 BJ랄랄은 “네 돈이 아니라면, 중학생이라면, 후원하지 말라”고 말했다면서 “이 친구가 이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 따끔한 충고와 깊은 경험이 됐길 바란다”며 환불을 거절했다. 이후 BJ랄랄은 후원금 1000만원을 청소년행복재단에 기부했다.

부모와 아이가 소셜미디어를 함께 즐기거나 아동·청소년이 혼자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연이어 이슈가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플랫폼 기업과 기성세대가 아동 청소년 보호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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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필터 가운데 아기를 안고 있는 부모가 말로 변하는 필터를 사용한 모습. 옆의 아기는 말로 변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서적 학대… 우는 아이를 공개 플랫폼에 올리는 것은 문제”

부모가 말로 변하는 필터 게시물에 경기를 일으키고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를 두고 “너무 귀여워요”, “놀란 모습 귀엽네요” 등 댓글이 달린다. 한편으로는 ‘아동 학대’를 지적하는 댓글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는 내가 잘 달래줬다”, “영상을 찍고 잘 설명해줘서 이제 아이가 재밌어 한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아는데 괜찮다”는 반박도 있다.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 행위가 모두 정서적 학대라는 말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고 웃는 모습을 전시하며 부모의 인스타그램 관심도를 높이는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매니저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이에게 보호자란 굉장히 큰 존재이며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어린 아이는 부모가 다른 존재로 변하는 것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정서적으로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겁을 먹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해당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우는 아이를 잘 달래주고 상황을 설명했다고 해도 놀란 아이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고 매니저는 “아이에게 이해시킨 것과 다수가 보는 플랫폼에 경기를 보인 아이 모습을 게시하는 건 또 다르다”며 “인터넷에 올린 아이 모습은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아동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타인으로부터 ‘너 우는 모습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이는 당혹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언론에 비친 잔혹한 사건만 아동학대일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유튜브 아동권리 보호 캠페인 웹툰 버전.
▲세이브더칠드런의 유튜브 아동권리 보호 캠페인 웹툰 버전.

지난 2월4일 UN아동권리위원회는 ‘디지털 환경 관련 아동권리에 대한 일반 논평 제25호’를 채택했다. 어린이들의 권리가 실제 세상뿐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도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논평에서 디지털 환경 어린이의 권리 실현 보장 가운데 세 번째 원칙은 “디지털 기술이 어린이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있어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용될 수 있도록 부모와 보호자에게 적절한 훈련과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SNS 필터가 아동학대 소지가 있다면 이를 제공하는 플랫폼 측에서도 필터 사용에 주의 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을 게시했다면 어땠을까. 현재 인스타그램 측은 이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 리뷰팀 등을 통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인스타그램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필터는 아니지만, 해당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며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가운데 어떤 것이 적용되는지 절차를 거쳐 살펴보겠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부적절한 필터는 먼저 AI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걸러진다.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에 관해서는 (AI가 아닌) 사람으로 구성한 2차 리뷰팀이 있다”며 “(논란이 된) 필터에 대해서는 리뷰팀이 확인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아동청소년과 뉴미디어 함께 쓰다가… 기업과 부모의 방치”

BJ랄랄이 중학생으로부터 받은 별풍선 후원금 역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방송 후원금 논란은 이번뿐 아니다. 지난해 한 초등생이 부모 동의 없이 BJ에게 1억여원의 후원을 한 사건이 있었다. 부모 휴대전화에 연동된 은행계좌로 돈을 송금한 것이다.

당시 인터넷 개인방송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비했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업체에 환불 조치를 요청했고, 업체는 환불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방통위의 이런 행정은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방통위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에 관한 이용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3월17일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주니어미디어오늘: 한 번에 1억? 인터넷 방송 ‘통큰 결제’ 막는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매니저는 “우선 민법에서 미성년자는 계약의 주체가 아니다”라며 “보호자가 미성년자에게 처분해도 된다고 할 정도의 용돈 수준이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법은 미성년의 경우 좀더 성숙이 필요하고 (미성년의 계약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환불을 해주지 않은 것은 교육 차원이라고 해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김아미 미디어교육연구자(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 객원 연구원)는 “부모가 말로 변하는 인스타그램 필터 문제와 부모 계좌 등으로 거액의 돈을 (BJ에게) 송금한 청소년 사례는 100% 유사 사례는 아니다. 그러나 부모와 아동 청소년이 함께 뉴미디어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온라인에서 계정을 활용하는 주체가 아이와 부모 모두일 때도 있고, 성인인줄 알았지만 아동인 경우도 있는 혼동스러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 연구자는 “기업이나 기성세대가 아동청소년의 뉴미디어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치해온 것일 수 있다”며 “생산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아동 청소년 보호에 적극 나서다보면 사용자가 줄어드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어 꺼려하는 것 같다. 아동 청소년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이 우는 아이 영상 등이 재밌다고 공유하는 이유는 인기와 반응 때문 아닌가”라며 “기업뿐 아니라 부모 개인도 이를 되돌아보고 아이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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