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언론들은 너도나도 ‘윤석열 대망론’을 언급했다. 윤석열 대망론과 함께 언급됐던 인물이 있다. 바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다.

윤 후보와 이 전 총재는 법조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총재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부딪히며 국무총리 시절 ‘대쪽’ 이미지를 남겼다. 윤 전 총장 역시 문재인 정부와 강하게 충돌하며 자신만의 지지세를 공고히 했다.

‘엘리트’ 이미지의 이 전 총재와 ‘보스 기질’의 윤 후보 사이는 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두 법조인의 공통점을 찾아 같은 선상에 놓고 비평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 같은 언론들의 예측이 틀리지 않은 것일까. 윤 후보가 이 전 총재와 비슷한 의식을 내비치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바로 ‘메이저-마이너 언론’ 발언이다. 이 전 총재는 ‘메인스트림’ 발언으로 비판에 휩싸였던 바 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언론을 메이저와 마이너로 구분 지어 표현했다. 여의도 정치인들은 이런 생각을 내심 갖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잘 내비치지 않는다. 언론과 척을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자신의 소신인 듯한 모습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연이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단호함을 내비쳤다.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주먹을 흔들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와 뉴스타파를 비난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메이저 언론이 어디인지 규정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구체적으로 KBS와 MBC를 언급했다. 이 밖에도 검찰 재직 시절 보수언론 사주 누구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그들까지는 윤 후보 기준 메이저 언론에 포함되는 것 아닐까 싶다.

이런 윤 후보 인식은 대선 캠프에도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진행됐던 강원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펜 기자들에게 “KBS랑 MBC 공영방송 카메라 들어올 때 같이 들어오라”며 입구를 막아섰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의힘 강원도당 관계자가 대신 기자들에게 사과했다는 후문이다. 윤 후보가 언급했던 KBS와 MBC가 또다시 언급된 가운데 국민의힘 강원도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으로 있었던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2001년 2월 16대 대선을 앞두고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바로 이 전 총재의 메인스트림 발언 논란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 ⓒ민중의소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 ⓒ민중의소리

이 전 총재는 당시 서울주재 일본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메인스트림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메인스트림이 다음 대선에서 새로운 정치 판단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전 총재 발언이 알려지자 언론들은 “자신은 메인스트림이고 자신에 반발하는 다른 사람들은 메인스트림이 아니라는 의미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 총재 본인과 한나라당은 주류이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은 비주류라는 인식을 내비쳐 비판에 휩싸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15대 대선을 앞둔 1997년 10월에는 기자들을 두고 “고려대를 나와도 기자를 할 수 있는가”라며 그가 추구하는 메인스트림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당시 관련 보도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과 이회창. 이회창과 윤석열. 같고도 다른 두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번 윤 후보의 발언을 보면 사회를 대하는, 언론을 대하는 인식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언론 자유는 어떤 의미일까.

같은 당 소속 현역 의원마저도 윤 후보 언론관에 의문을 제기한 상황이다. 아울러 언론을 상대로 사과까지 촉구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향후 사과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힌 윤 후보이지만 이번 발언에는 사과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윤 후보는 전날 강원도 일정 도중 “메이저 언론 발언 관련해서 당내에서조차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메이저 언론에 비해서 규모가 작은 인터넷 매체를 공작에 동원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라며 “그래야 책임도 지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마이너 언론사라면 정치 공작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고 자신들 보도에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를 또 내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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