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자막·사진 논란 MBC, 심의위원 퇴장 속 행정지도
올림픽 자막·사진 논란 MBC, 심의위원 퇴장 속 행정지도
3명 위원 ‘신속·무거운 후속조치’ 감안 권고, ‘경고’ 소수의견 위원 항의하며 퇴장
MBC “권고 의미 무겁게 받아들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도쿄올림픽 중계에서 부적절한 자막·그래픽을 내보낸 MBC에 제작진 의견진술을 진행한 결과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다수 심의위원이 MBC의 사과와 조사, 징계 등 후속조치를 감안했다고 밝힌 가운데, 중징계 의견을 낸 이상휘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이에 항의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9일 MBC의 올림픽 중계 자막·그래픽 논란 안건으로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MBC는 지난 7월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서 각국 선수단을 소개하며 우크라이나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사진을, 아이티엔 내전 사진을 쓰는 등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으로 시청자 비판이 쏟아졌다.

중계 당일 진행자 사과에 이어 회사 차원의 사과문이 나왔고, 박성제 사장이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MBC는 자체 조사 끝에 스포츠국장과 스포츠기획사업부장, 총괄PD에 각각 3·2·1개월 감봉 징계했다. MBC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중계 때도 차드를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문구로 소개하는 등 자막으로 방통심의위 징계(주의)를 받은 바 있다.

의견진술에 출석한 박준우 MBC 보도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도쿄올림픽 중계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 사용으로 시청자 신뢰를 저버린 데 매우 송구스럽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관련자 징계를 했고, 재발방지 조치하고 있다. 교육을 강화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 중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장면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 중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장면

심의위원들은 해당 방송이 걸러지지 않고 나간 과정과 MBC의 현 문제의식을 물었다. 윤성옥(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은 누가 실제 조사 실무를 했는지와 사전심의를 거쳤는지를 물었다. 박 본부장은 “MBC플러스로부터 파견 온 PD들이 MBC 총괄PD의 지시를 받아 사진을 찾았다”며 “지난 리우올림픽에서 쓴 사진에 의존했고 나머지는 일반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심의부서를 거쳤느냐는 질문엔 “보통 프로그램엔 사전심의가 있지만, 스포츠 중계의 경우 (심의가 없는) 일반 보도처럼 (심의가) 작동한다. 자체 검수와 심의가 중요한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윤성옥 위원은 대본이나 자막, 사진자료를 심의부서를 거칠 의향을 물었고 박 본부장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사고의 본질, 즉 어느 부분이 큰 문제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이상휘 위원 질문에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는 기준이 엄격해지고 감수성이 높아졌지만 제작진은 과거의 관행을 관성적으로 학습했다. 자막과 사진 선별 과정에서 각국의 명예나 역사적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단순 수습의 문제가 아니라 그 부분을 임직원들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성찰 중”이라고 했다.

박 본부장은 “MBC가 과거 12년이란 (공정방송 투쟁) 경과 속에서 일하는 분들이 바뀐 측면도 있지만 회사가 풍파로 상당히 많은 인원이 전출·복귀하는 과정에서 4년마다 오는 이벤트에 경계하고 조심하고 개선할 부분의 전승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국가에 대한 일반적 소개와 사진, 자막, 차이점 이렇게 4가지 차원으로 나눠서 리우 올림픽때와 같은 방식을 고집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윤성옥 위원은 “4가지 방식으로 소개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 자료를 충실히 찾아서 존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고 박 본부장은 수긍했다.

윤성옥 위원과 정민영(민주당 추천) 위원, 이광복(정부 추천) 위원은 권고 의견을 냈고, 이상휘 위원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고’ 의견을 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이날 불출석했다. 방통심의위 결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정지도와 법정제재로 나뉜다. 행정지도는 ‘의견제시’ ‘권고’ 순으로 이어지고 법정제재 징계수위는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과징금’ 순이다.

이상휘 위원은 이날 중계 논란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휘 위원은 “MBC는 지상파다. 국민의 전파를 본질적으로 공정하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사용할 책무가 어느 방송사보다 엄중하다. 올림픽은 국가적 이익의 사안”라며 “혐오와 차별을 증폭시킬 우려 있는 내용은 인용해선 안 된다. 방송법 규정에 나오는 사회통념상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사과 등을 했다고 정상참작을 이유로 (감경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심의는 곤란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정민영 위원은 “심의규정 위반했다는 점은 의문이 없다”고 말한 뒤 “(중계 당시) 아나운서 얘길 들어보면 이 나라의 어려운 상황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던지 나름 진지하게 언급하는 장면도 있었다”, “MBC의 후속조체를 제재 여부결정에 충분히 참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권고 의견을 냈다. 윤성옥 위원은 “문화와 관련한 부분에서 제재 조항을 강하게 했던 전례는 없고, 후속조치를 보고 제재 경중을 판단해온 전례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다수가 행정지도 의견을 내자 이상휘 위원은 “두 위원이 이걸 가볍게 보시는 것 같다. 이 기록은 역사에 남는다”며 “방송 부분의 책임은 의도가 아닌 결과가 문제다. ‘사과 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방통심의위 존재 가치에 회의가 든다”고 했다.

윤성옥 위원은 “조선구마사의 경우도 시청자 비판에 프로그램을 중지한 것을 감안해 행정지도를 했다. MBC도 관계자 징계 등은 적절히 취했다”며 “조선구마사 민원은 5100여건, 올림픽 관련해선 70건이 방통심의위에 들어왔다. 이것 역시 반영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이광복 위원장은 “중계가 큰 행사임을 알면서도 미리 철저히 준비하지 못하고 안이한 생각으로 자막을 낸 거라 본다. 후속 조치가 나름대로 대단히 크고 신속하다고 생각해 권고 의견을 낸다”고 했다. 이에 다수 의견으로 권고가 결정됐다. 그러자 이상휘 위원은 “방통심의위 존재가치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 퇴장하겠다. 회의하시라”고 말한 뒤 퇴장했다.

한편 MBC 측은 이날 “방통심의위의 권고 결정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MBC 측 관계자는 “‘콘텐츠 다양성 데스크’를 통해 모든 콘텐츠의 문화다양성을 사전에 검수하고, ‘공공성 강화위원회’를 통해 콘텐츠·조직 등 MBC내의 전반적인 문제를 진단한 뒤, 방송강령·조직 등 사내의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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