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당내 후보 적합도가 16.4%p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여론조사 업계는 다소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언론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급락한 지지율에 대한 분석은 생략한 채 해당 여론조사를 받아쓰기만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DCC컨벤션센터에서 대전-충남 대선 순회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DCC컨벤션센터에서 대전-충남 대선 순회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이재명, 당내 후보 적합도 16.4%p 빠진 조사 나와

여론조사공정은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3일과 4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전체 응답률 3.1%-무선 ARS 100%)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은 지난 6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값 부여(림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데일리안은 해당 결과를 7일 보도했다. 

논란이 된 여론조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항목이다. 여권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에서 압도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율이 한주 만에 무려 16.4%p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사 지지율은 전주에 46.8%로 집계됐다. 이번 발표에서는 30.4%로 떨어졌다. 이 지사 뒤를 이어 이낙연 전 대표가 21.0%(1.5%p 하락)를 기록했다. 뒤이어 △박용진 의원 8.0%(5.6%p 상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6.2%(2.4%p 상승) △정세균 전 국무총리 5.7%(1.3%p 상승) △김두관 의원 1.2%(0.3%p 상승) 순으로 조사됐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21.8%(9.7%p 상승),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8%(1.3p 하락)였다.

3일과 4일 진행된 만큼 4일과 5일 진행됐던 민주당 충청 순회경선 효과가 여론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충청에서 이 전 대표가 얻은 28.19%보다 26.53%p 높은 54.72%로 1위를 차지했다. ‘더블스코어’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여론조사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튄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 두 군데서 너무 튀는 조사는 금방 드러나게 된다”며 “그동안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의 조사에서 20%p 가까이 차이가 있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특정 여론조사가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가 없다”며 “지난 주말에 조사하기는 했지만 충청권 경선 이후 반영된 여론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언론들은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분석적 평가하기보다 여론조사 결과만을 받아쓰는 보도를 이어갔다. 9일 기준으로 네이버에 검색이 되는 매체 기준으로 여론조사공정의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관련 보도를 낸 곳은 총 16곳이다. 뉴스1,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MBN, 조선비즈, 조세일보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유력 후보 간 양자 대결에 대한 보도가 메인이었다. 곁다리 성격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를 기사에 녹였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항목 중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 대한 내용.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항목 중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 대한 내용.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튀는 여론조사’라고 평가

튀는 여론조사에 대한 분석을 한 곳은 포털사이트와 제휴되지 않은 개신교계 매체 평화나무 정도다. 평화나무는 이번 여론조사 검증에 나섰던 이유로 △비전문가가 봐도 특이했다는 점 △여론조사공정이 그동안 논란의 도마 위에 자주 올랐다는 점 등을 꼽았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은 “조사 자체가 여론조사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많이 튀었다”며 “정당 유불리를 떠나 이 지사 지지율이 한 주 만에 16%p 넘게 폭락했다는 점은 매우 특기할 만한 사안이라고 여겨졌다. 전문가들 역시 특별한 사유 없이 이렇게 지지율이 변동되는 건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공정에서 한 그간의 여론조사가 논란이 된 적도 많았다. 특히 극우 개신교의 의뢰를 받아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여론조사를 발표한 이력이 있었다”며 “그런 과정에서 MBC는 한겨레가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해 논란이 됐던 ‘에스더기도운동’과의 관련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업체 설립 자체가 의심스러웠던 곳”이라고 덧붙였다.

평화나무에 따르면, 여론조사공정은 보수 개신교계 입맛에 맞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많이 진행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도입 △제주 난민 논란 △에이즈 감염 경로 실태 △차별금지법과 경남학생 인권조례 제정 관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중앙여심위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공표, 보도 불가 판정을 받은 여론조사 2건 중 한 건이 여론조사공정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다. 기독교싱크탱크 의뢰로 지난 7월3일 진행한 서울특별시 전체 대통령선거 정당지지도 조사다. 

여론조사공정 측은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항목에서 튀는 여론조사가 나왔다는 것과 관련해 조사한 그대로 발표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여론조사공정 관계자는 “우리라고 여론조사 결과가 튀게 나왔다는 것을 왜 인지하지 못 했겠는가”라며 “그렇지만 여론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를 그대로 공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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