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호반건설의 협상과 차기 서울신문 사장 선임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신문 구성원 사이 내홍이 커지고 있다. 두 국면을 둘러싸고 구성원을 대표하는 두 집단인 우리사주조합과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가 갈등을 겪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는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호반건설 사이 지분매매 최종협상안에 “호반의 제안을 그대로 옮기고 서둘러 총회에 부치는 협상팀은 대체 어느 회사 협상팀인가”라며 우리사주조합 협상팀에 호반과의 협상 녹취록, 사주조합 이사회 회의 기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신문지부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사주조합은 호반과의 최초 협상 때 (사주조합이 산정한 지분 가치인) 최소 1300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래놓고는 절반도 안 되는 610억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무슨 이유로 형편없는 수준의 협상안을 이리도 급하게 총회에 부치느냐”고 했다.

지부는 “제안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며 “(임금 인상과 시설 투자, 채무 조기상환 등) 약속을 실현하려면 최소 500억원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종협상안에 담긴 △‘편집인·발행인’ 분리 등 편집권 독립 조항 △분사와 구조조정 금지 조항 등에도 “노조와 경영진의 단체협상에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공수표”라며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사실상 분사를 뜻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김상열 회장은 앞서 지난 6일 구성원에 공문을 보내 “(서울신문을) 산업자본에서 완전히 분리된 별도 미디어 전문 법인의 그릇에 서울신문을 담을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서울신문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서울신문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지부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 이번이 아니라도 주식을 비싸게 팔 기회는 있다. 노조는 불투명과 불통 속에서 내놓은 허접한 협상안, 구린내가 진동하는 협상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사주조합과 호반건설은 지난달 24일부터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을 모두 호반건설에 넘기는 협상안을 논의해왔다. 조합은 협상 결과로 △편집인과 발행인 분리 △고용보장 관련 내용은 단체협약 준용 △주식 매매대금 310억원과 위로금 1인당 6000~9000만원 등을 담은 최종안을 공고하고 오는 13~15일 투표에 들어간다.

사장후보 ‘50% 컷오프’에 “직선제 훼손” “원래 있던 절차”

차기 서울신문 사장을 뽑는 과정에서 사주조합 이사회 측 진행에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감사와 구성원, 낙마 후보가 1차 컷오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9일 1차로 압축된 후보를 대상으로 투표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9~11일 서울신문 사장 후보 5명을 가운데 3명으로 추리는 투표를 진행한다. 우리사주조합은 앞서 사장 공모 지원자 10명 가운데 5명을 이사회 투표를 통해 비적격자로 탈락시킨 뒤 이들 후보를 조합원 투표에 부쳤다. 이후 후보가 3인으로 압축되면 서울신문 지분 3% 이상 주주로 구성한 사장추천위원회가 면접과 투표로 최종 후보를 선발할 예정이었다.

우리사주조합이 압축한 후보 5명은 △곽태헌 전 서울신문 상무 △김성곤 전 논설위원 △박선화 전 경영기획실장 △박홍기 전 상무 △손성진 전 편집국장이다. 사장 공개모집엔 이들과 △김양선씨 △손성진 전 서울신문 논설고문 △신기남 전 국회의원 △안용수 전 서울신문 부사장 △오풍연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등 10명이 지원했다.

그런데 ‘50% 컷오프에’ 우리사주조합 감사와 노동조합이 비판을 제기했다. 우리사주조합 이사회가 지원자 상당수를 자체 투표로 떨어뜨리면서 직선제 취지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강병철 우리사주조합 감사는 지난 2일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사회의 결정은 이호정 조합장이 약속하고 이사회가 앞서 의결한 ‘사장 후보 조합원 직선제’의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의 투표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강 감사는 감사 권한으로 10명의 지원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우리사주조합 투표 총회를 소집했다. 총회는 오는 23일 열린다.

강 감사는 통화에서 “우리사주조합 이사회가 사전에 컷오프를 거치겠다고 밝혔지만 상식 선에서 문제 있는 이들을 거른다고 이해했다. 그러나 10명 가운데 5명을 표결로 자르고, 조합원들은 남은 5명 중 3명을 뽑게 됐다”며 “지원자 면면을 떠나 구성원들에게 사장을 추천할 권리를 돌려주자는 직선제 취지를 거스른 데 문제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컷오프에 포함된 안용수 전 부사장도 법원에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가 취하했다. 안 전 부사장은 사주조합원이 아니라 신청 자격이 없고 조합 규약상 컷오프를 못 한다고 밝히지 않았다는 등의 재판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내부 성명을 내고 “이호정 사주조합장은 자의적 컷오프로 분란을 초래하고 조합원의 투표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지금 당장 컷오프를 철회하는 동시에, 이를 강행한 이유를 낱낱이 밝히고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이에 이호정 사주조합장은 “컷오프는 과거 집행부부터 해왔고 이번 집행부에서 처음 직선제를 포함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컷오프 과정도 자의가 아닌 조합장을 포함한 이사회 7인 투표에 따라 진행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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