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20일부터 코로나19 국내 감염이 시작했으니 1년7개월이 흘렀다. 같은해 4월말 한국기자협회 등 기자3단체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 보도준칙을 새로 제정한지는 1년4개월이 지났다. 보도준칙의 핵심은 언론보도가 감염병 관련 불안·편견·갈등을 조장해선 안 되고 여러 우려점을 전달할 땐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감염병 보도준칙에서 규정하거나 이미 수차례 비판이 나온 표현들이 아직도 언론보도에 쓰이고 있다.  

“‘뚫렸다’는 표현은 대체 언제까지 사용할 건가?” 

지난 7월 ‘뚫렸다’는 표현을 제목에 쓴 코로나 기사의 댓글이다. 미디어오늘이 수차례 지적했지만 언론사에선 ‘코로나 방역이 뚫렸다’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AZ 맞은 의료진 2명 뚫렸다”(뉴스1코리아 9월7일)
“상암 DDMC 코로나에 또 뚫렸다”(부산일보 9월7일)
“한국도 뮤 변이에 뚫렸다”(조선일보 (9월4일) 
“중국, 코로나 이어 탄저병에도 뚫렸다”(한국일보 8월10일) 

▲ 뚫렸다는 표현을 사용한 기사들
▲ 뚫렸다는 표현을 사용한 기사들
▲ 뚫렸다는 표현을 쓴 기사에 달린 댓글
▲ 뚫렸다는 표현을 쓴 기사에 달린 댓글

 

뚫렸다는 표현이 방역에 힘을 쏟는 당국자와 의료진, 확진자와 그 관련자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뚫렸다는 기사 댓글에는 ‘기자만 신났다’는 내용이 많았다. 독자들에겐 ‘뚫렸다’는 기사표현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마치 기자가 신나게 중계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상업적으로도 문제지만 현재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확진자 동선을 모두 추적할 수 없고, 무증상 감염도 있기 때문에 ‘방역이 뚫렸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은 서술이다. ‘뚫렸다’는 표현 대신 ‘코로나 확진’ 등 과장없는 표현을 쓸 수 있다. 

기자 3단체가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을 보면 주의해야 할 표현에서 ‘공포’ ‘대혼란’ ‘패닉’ 등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단어를 기사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울릉도를 코로나19 공포로 몰로갔다”(경북매일신문 9월7일)
“공포 영화보다 무서운 코로나19”(뉴시스 9월5일) 
“코로나 대혼란 시대”(동양일보 8월18일)
“남창원농협發 코로나 대혼란”(경남신문 8월5일)
“일본, 오키나와發 ‘코로나 패닉’”(국민일보 8월18일)
“강남 뒤흔든 ‘코로나 패닉’…이웃끼리 인사도 안해요”(뉴시스 7월9일)

▲ '코로나 공포'를 사용한 기사들
▲ '코로나 공포'를 사용한 기사들

 

불안을 조장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백신 쇼크’ ‘사망자 속출’ 등의 표현도 신중하게 써야 한다. 물론 백신의 부작용이 없지 않고, 백신을 맞은 뒤 사망자가 나온 소식을 언론이 전해야 할 의무도 있다. 다만 제목에 이러한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불안이나 분노를 자극하는 식으로 보도가 남용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부작용이나 죽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영국보다 접종률 높은데’ 백신 맞은 사망자 속출”(MBN 7월3일) 등과 같이 제목에 불안을 가중한 표현만 문제가 아니다. “NH농협생명, "백신쇼크 걱정 뚝"…아나필락시스 보장상품 출시”(데일리한국 7월7일), “미세먼지 질환, 백신 쇼크…꼭 필요한 '미니보험' 하나만 챙기세요”(한국경제 6월27일) 등과 같이 백신불안을 부추기는 표현을 사용하며 관련 보험상품을 홍보하는 보도까지 등장했다. 

지난 1월27일 한국기자협회 편집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둘러싼 일련의 보도”를 보면 “당시 독감 백신 일부가 상온에 노출된 채 유통된 사건과 한 고등학생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겹쳐 발생하자 ‘백신 쇼크’라는 제목의 뉴스들을 쏟아냈다”라고 지적한 뒤 “하필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과 백신에 민감해진 대중들은 불안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노르웨이에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퍼지는 과정은 한층 과격했는데 별다른 검증 없이 외신을 그대로 받아 쓴 뉴스가 ‘백신 쇼크’, ‘사망자 속출’ 등 자극적인 단어들로 장식돼 온라인 상을 떠돌았다”며 “두 번 모두 보건당국이 백신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껏 부풀려진 공포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보도준칙의 기본원칙의 첫 번째 원칙은 “해당 병에 대한 취약집단을 알려주고, 예방법 및 행동수칙을 우선적,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코로나 초반에 강조했던 이러한 내용은 어느새 보도내용에서 사라진 채 독자들이 지적해 온 ‘뚫렸다’는 표현이 반복되는 분위기다. 해당 보도준칙에 나왔듯 “감염병을 퇴치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데 언론인도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 손 씻는 모습. 사진=pixabay
▲ 손 씻는 모습.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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