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두 장의 현장 보도 사진이 한국 언론 중심에 섰다. ‘황제 의전’ 논란을 일으킨 사진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에게 향했던 ‘망원 렌즈’ 사진이다.

최근 논란이 된 두 장의 사진을 놓고 ‘포토 저널리즘’을 되돌아 봐야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제 의전 논란 사진은 촬영 기자 갑질 논란으로 이어졌고 아프간 특별기여자에게 향했던 망원 렌즈는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관련 사진을 취재했던 한국일보는 공개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포토 저널리즘은 현장 최전선에 있는 생생함을 그대로 전하는 데 있다. 사전적으로는 “대상이 되는 사실이나 시사 문제를 사진으로 표현해 보도하는 저널리즘”으로 풀이된다. 때로는 현장 사진 한 장이 갖는 힘이 기사 몇 줄보다 더 강력하기도 하다. 감동적인 울림을 주기도, 경각심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자 한국일보 아침신문에 실린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모습. 사진=한국일보 갈무리
▲지난달 30일 자 한국일보 아침신문에 실린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모습. 사진=한국일보 갈무리

현장 사진 기사 한 장의 힘, 펜보다 강력하기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저널리즘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자극적 보도’에 대한 내용이다. 한국 언론이 속보전과 함께 포털사이트 매몰 속 ‘클릭 장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 담론으로까지 번졌다. 최근엔 ‘기더기’(기자와 구더기의 합성어)라는 단어까지 나온 상황이다.

사진 기자라고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논란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타블로이드지’(황색지) 경우에만 기자들과 사진 기자들이 자극적 요소를 찾는다.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라고 불릴 수 있는 기성 매체들은 비교적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하는 현장 보도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사회는 언론들이 클릭 경쟁에 치우치게 되면서 기성 매체의 현장 보도 역시 ‘옐로우 저널리즘’(황색 저널리즘)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망원 렌즈를 활용하는 취재 행위, 파파라치 같은 형태는 서구 사회 기준으로는 제도권 언론 보다 옐로우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에서 보이던 취재 행태다. 사진 기자는 신문사만의 사회 문제를 찾을 때, 그 때 망원 렌즈를 써야 한다”라며 “권력에 대한 망원 렌즈라면 모를까 유의미한 사안이 아닌 상황에서 내거는 망원 렌즈는 상업적으로만 쓰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논란이 되는 사진 기사 경우는 옐로우 저널리즘, 타블로이드판, 황색지들에 국한된다. 이들은 원래 출발 자체부터 선정적인 목적이 있는 언론사들”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선정적인 보도, 자극적인 영상을 일부러 찾아서 촬영하지는 않는다. 기성 언론들이 옐로우 저널리즘에 빠지고 있는 건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연합뉴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연합뉴스

“사생활 염탐 취재 방식은 반드시 중단돼야”

특히 아프간 특별기여자 망원 렌즈 사진을 두고선 어떠한 메시지를 내려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남는 사진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공적인 메시지는 없이 단순히 호기심만 자극하려는 현장 보도였다는 것이다.

이종혁 교수는 “아프간 특별 기여자 현장 보도에 어떠한 공적인 메시지가 담겼는가”라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팔짱 사진에 망원 렌즈를 들이댄 것은 권력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지 이번엔 호기심, 자극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사생활을 염탐하는 취재 방식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며 “매번 논란이 되지만 사람들의 눈물을 부각하는 포토 저널리즘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사진 기자 보도 업계에 자리잡은 관행적 취재 행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종혁 교수는 “우리 사진 기자들은 현장에서 자기가 움직여서 새로운 프레임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며 “취재 현장에서 사람이 많아지면 ‘풀’을 꾸리고 늘 찍던 방식으로 사진을 촬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제 의전 논란은 ‘보여주기’를 하려던 법무부에도 책임이 있지만 ‘사진은 이래야 해’라는 사진 기자들의 관행에 빠져 일어나기도 한 일”이라며 “지면 영향을 받아 필요한 현장을 가기보다 관행적으로 정치 기사, 사진 기사를 찍어오는 행태도 문제”고 말했다.

▲7일 자 국민일보 아침신문 1면에 실린 사진. 해당 사진 속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이 아닌 국민일보 소속 사진 기자와 동료 기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민일보 갈무리
▲7일 자 국민일보 아침신문 1면에 실린 사진. 해당 사진 속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이 아닌 국민일보 소속 사진 기자와 동료 기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민일보 갈무리

해외 사진 기사 논란, 저널리즘 본질 부각

국제사회에서 포토 저널리즘 개념은 1920년대 인쇄물의 등장과 함께 탄생했다. 해외에서는 보다 취재 윤리적인 측면에서 포토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케빈 카터(Kevin Carter)는 지난 1993년 남수단에서 한 소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잘 알려진 ‘독수리와 소녀’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사진 속 소녀는 굶주림에 야윈 상태였다. 카터의 사진이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남수단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각종 논의가 이어졌다. 카터는 이 사진으로 1994년 퓰리처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사진이 높은 호응을 얻으면서 비판도 함께 쏟아졌다. 사진 속에는 소녀와 함께 멀리 있는 독수리의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사진을 본 이들은 소녀가 독수리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카터 사례는 이번에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황제 의전 논란 사진이나 아프간 특별기여자 망원 렌즈 촬영 논란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카터의 사례는 ‘관찰자적 시각의 언론 행태’ 자체에 대한 물음들로 연결됐다.

국민일보는 7일 ‘연출 사진’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일보는 1면에 코로나19 백신자 포함, 5명의 남성이 식사하는 사진을 실었다. 해당 사진에는 같은 회사 사진 기자와 다른 매체 동료 사진 기자들이 담겼다.

국민일보는 이를 두고 “직장인들이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휴대전화로 예방접종 증명서를 보여주고 있다”고 사진을 설명했다. 해당 사진에 바이라인을 올린 기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사진 속에 포함된 동료 국민일보 사진 기자는 “우리도 직장인”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은 10여 년 전에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2008년 7월 ‘광우병 논란’ 속 미국산 쇠고기를 띄우기 위한 연출 사진을 지면에 실었다 사과한 바 있다. 당시 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라는 제목의 사진과 함께 두 명의 여성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해당 사진 속 여성들은 중앙일보 소속 경제부 기자와 대학생 인턴 기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앙일보는 사과까지 나섰다.

▲지난 2008년 7월8일 자 중앙일보 아침신문에 실린 기사. 중앙일보는 광우병 논란 속 미국산 소고기 띄우기를 하던 도중 기자들이 소고기 먹는 사진을 연출해 지면에 실었다. 사진=중앙일보 갈무리
▲지난 2008년 7월8일 자 중앙일보 아침신문에 실린 기사. 중앙일보는 광우병 논란 속 미국산 소고기 띄우기를 하던 도중 기자들이 소고기 먹는 사진을 연출해 지면에 실었다. 사진=중앙일보 갈무리

관행 입각 취재·자극적 보도에 대한 고민 필요

현장 기자들은 포토 저널리즘으로 향하는 이 같은 비판들을 두고 △현장에 개입하지 않는 취재 △사안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침해 방지 등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기본을 외치면서도 현장에서는 이에 충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앞서 언급된 것처럼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현장 취재에 집중했던 카터의 사례와도 궤를 같이한다.

A 사진 기자는 “세 가지 사안이 다 다르지만 황제 의전 논란과 국민일보 연출 논란은 사진 기자가 개입했기에 발생했던 문제”라며 “카메라에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 사진 기자가 아닌 방송 촬영 기자의 요청 사안이지만, 법무부의 잘못과는 별개로 결국 촬영 기자가 현장에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일보 사진 같은 경우에는 최근 코로나19로 현장 시민 섭외도 쉽지 않다 보니 벌어진 일 같지만 저널리즘 원칙에 분명 어긋난 것”이라며 “아프간 특별기여자 망원 렌즈 촬영은 분명 사진 기자들에게 고민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현장 스케치 수준으로 끝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B 사진 기자는 “고민 없이 ‘이렇게 해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연출 논란을 낳는 것이고 지나친 사생활 침해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사진 기자들이라고 ‘기레기 담론’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일부다. 비판받을 행동을 하는 이들은 일부”라며 “특히 내밀한 사생활 취재까지 원하는 데스크의 요구에 마지못해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에 대해 현장 기자의 입장에서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