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임 이사들이 처음 모인 자리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화두에 올랐다. 이사장 선출을 앞둔 남영진 이사에게 관련 질의가 이뤄지면서다.

제12기 KBS 이사 11인은 6일 서울 KBS 본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남영진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연장자가 이사장을 맡는다는 관례에 따라 남 이사를 이사장에 추대할지 거수로 투표한 결과, 11인 중 7인이 찬성했다.

다만 법적 근거나 규정 없는 ‘나이’ 기준의 관례를 따를지를 두고 이사들간 의견이 부딪혔다. 이사장으로서의 권한이 어디까지냐를 두고도 한동안 공방이 이어졌다. 이에 이사회가 시작된 지 30여분 뒤쯤 관행에 따른 합의추대와 자·타천 후보 중 선출 방안을 두고 표결이 진행됐고, 6명 찬성으로 기존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이후로도 최연장자인 남영진 이사의 정견 발표, 이에 대한 이사들의 질의가 이뤄지면서 흡사 이사장 후보 면접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연장자 추천에 형식적 표결을 거쳤던 보통의 이사회에 비해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사 사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사 사옥
▲남영진 신임 KBS이사장. ⓒKBS
▲남영진 신임 KBS이사장. ⓒKBS

남영진 이사는 이 자리에서 “지난 40년간 수신료 인상을 못했다. 이제 겨우 지난 이사회에서 큰 결단을 내렸고, 12기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이라기보다 수신료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원팀’으로 마음을 합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 이사는 또 지난해 1월부터 맡아왔던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에서 지난 3일 사임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역신문노조협의회가 “공영방송 이사로 자리를 갈아탄다는 건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을 당시에만 해도 그는 “지발위 부위원장과 KBS 이사 모두 비상임이다. ‘갈아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선 김종민 이사 질의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김 이사가 “저는 대학교 85학번으로서 KBS ‘땡전뉴스’를 보며 다녔다. 언론기본법 부활이라 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때문에 시끄럽다”며 “당장 현안이 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KBS 이사회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여쭙고 싶다”고 물은 데 대한 답이다.

남영진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 면접에서도 질문을 받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찬성한다”고 밝혔다. 남 이사는 과거 김영란법 등이 반발 속에 통과된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언론중재법에 독소조항 있다. (하지만) 상징적인 법이라도 통과돼야 한다. 제가 한국기자협회 고문이지만 기자협회 공식 의견과는 다르다”며 “우리나라 현실이 ‘가짜뉴스’나 큰 레거시미디어 ‘빅 파이브’ 등의 잘못이 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등과 관련해선 “많은 토론을 거쳐서 (이견을) 줄여나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이사들이 이 발언을 지적하고 나섰다. 권순범 이사는 “이사의 한 사람으로서의 발언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은수 이사도 “언론중재법 입장에 대단히 유감을 표명하고 싶다”며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는 개인적 의견에 대해선 정말 유감”이라고 했다. 이 밖에 여러 이사들 발언이 이어진 가운데 윤석년 이사가 “이사장 후보로서 의견을 내신 것”이라며 “일단 서둘러서 (이사장 추대 여부를) 의결하고 이사장님이 되신다면 그때 의견을 들어도 될 것 같다”고 말하며 마무리됐다.

▲9월6일 서울 KBS 본관에서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이석래 이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9월6일 서울 KBS 본관에서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이석래 이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한편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부른 이석래 이사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이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박근혜 ‘국정농단’ 보도를 ‘가짜뉴스’로 칭하는 한편, “문재인 정권은 처참하게 망가질 것이다. 저도 거기에 앞장설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이사회 회의장에 들어서는 이석래 이사를 두고 “정치하러 여기 왔나” “당신 발언 때문에 국민들이 KBS를 무슨 눈으로 바라보겠나” “임기 시작부터 망언으로 공영방송 흔들러 왔느냐”고 항의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이석래 이사는 KBS본부 등 비판에 대해 “8월31일까지는 KBS 이사가 아닌 자연인의 신분이었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저 개인의 자유 의지로 발언하였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자신의 발언은 “양심”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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