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추진하면서 20대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언론정책이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여야가 9월말 언론중재법 처리에 합의했지만 여야와 언론계 등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에 향후에도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고, 이번 언론중재법에서 다루지 않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지역언론 지원 방안 등 여타 언론계 현안도 대선 정국에 다뤄질 수 있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주자들의 비전발표회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EBS 외 모든 방송을 민영화’와 ‘수신료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놓으며 앞으로 대선도전자들이 어떠한 언론정책을 약속할지 관심사다. 지난 19대 대선에 도전했던 주자들이 이번 대선에도 도전장을 내놓는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어떤 언론 공약을 내놨는지 살펴봤다. 당시 후보들이 낸 공약집, 당시 미디어오늘 질의, 시민단체들의 질의 등을 종합했다. 

[관련기사 : 홍준표 “공영방송 민영화” 황교안 “부정선거 안돼”]

공영방송 민영화 내놓은 홍준표
지난 대선 땐 공영방송 사회적 책임 강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홍준표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다. 홍 후보는 당시 미디어오늘 질의나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9개 단체의 질의에 대해 모두 답을 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공약집에는 언론 공약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제고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강화 등 두 가지를 내놨다. 

▲ 지난 대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질의에 대선후보들의 답변서 주요내용. 디자인=이우림 기자
▲ 지난 대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질의에 대선후보들의 답변서 주요내용. 디자인=이우림 기자

 

구체적으로 보면 방송의 공적책임 제고는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 강화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조건이행 점검 강화, 방송 접근 기회 확대로 시청자 권익 증진과 공공성 제고”라고 설명했다. 재허가·재승인이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비판을 고려한 공약으로 보인다. 새로운 방송기술 육성 지원은 “UHD 등 신규시장 개척과 방송콘텐츠 진흥”이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 관련해 “일탈방지를 위한 등록요건 세밀화”, “기사 게재와 작성시 엄격한 지침을 제정해 운용하도록 자율규제 개선” 등을 ‘건강한 저널리즘 형성’을 위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당시에도 논란이 된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이지만 포털이나 언론사 등록요건 강화를 정치권에서 주장할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권리 침해시 구제절차 강화를 위해 “불법정보 유통금지의무 준수 철저”,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시 30일간 접근차단(임시조치) 내실화”, “심의기관(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모니터링 강화 등 추진” 등을 약속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나 대통령 관련 비판 글을 올렸다가 접근차단(임시조치)를 하는 것이 논란이 된 가운데 역시 불법여부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요청이 있으면 차단이 가능해 비판을 받았다.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사진=홍준표 캠프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사진=홍준표 캠프

 

바른미래당 공약집, 언론 공약 없어

이번 대선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유승민 후보는 지난 대선 바른미래당 후보였다. 당시 바른미래당 공약집에는 언론이나 미디어 관련 공약이 없다. 

지난 대선 당시 유 후보는 종편 특혜 환수에 대한 미디어오늘 질의에 “공청회를 통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제도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한 유 후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원론적 찬성 입장을 보였지만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국회 중심의 이사추천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정부시절 벌어진 ‘언론탄압 진상조사와 해직자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유 후보는 찬성했다. 

유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아직 언론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언론공약 9개 내놨던 정의당 
방송·통신계 비정규직 문제, 지역신문 지원 문제 등 다뤄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도 정의당 예비후보로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당시 정의당 공약집에는 언론 관련 공약 9개를 내놨고 설명도 구체적이었다. 

정의당은 대통령 직속 ‘미디어국민주권실현위원회’ 설치, 미디어 정책 총괄 기구의 독립성 강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회복, 종편 특혜 철폐,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심의제도 개선, 시청자 참여와 권리 확대, EBS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과 평생학습권 보장, 유료방송·통신산업 비정규직 철폐와 공적책무 강화, 신문진흥과 지역신문 활성화 등이다. 눈에 띄는 건 진보정당으로서 방송과 통신계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 지난 대선 당시 정의당 공약집 일부
▲ 지난 대선 당시 정의당 공약집 일부

 

미디어국민주권실현위원회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회복과 연결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언론자유 침해와 부당징계 진상규명과 회복 작업을 진행하는 컨트롤타워를 뜻한다. 

미디어정책 총괄기구의 필요성은 방송분야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부), 신문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독임제 부처가 미디어정책을 주도하고 방송통신위원회도 형식상 합의제 기구이지만 청와대 입김이 작용하는 곳이다. 이러한 곳들을 통합하고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으로 이는 현 시점에도 가능한 주장이다. 이 기구에서 방송심의 기능도 일부 담당하고, 방통심의위는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공약집에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개정해 2022년까지 지역신문발전기금 조성이 가능하지만 기금 총액이 줄고 언론사가 늘어나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지역신문 지원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의견제시 역할에 국한됐다고 비판하며 기금의 규모확대와 지발위 권한 강화를 주장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개선된 사항이 없어 이번 대선에서도 유효한 공약이다. 

최근 대선 도전의 뜻을 밝힌 심 후보는 아직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잊혀질 권리·수신료 적절성 검증 등 약속했던 안철수
방송사-제작사 불공정거래, 홈쇼핑업계 갑질문제 지적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나선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 역시 공영방송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영방송이사회 구성과 운영 투명화, 공영방송 사장 추천위원회 구성과 특별다수결제 도입, 정치권력의 보도지침·개입 배제 등 공영방송이 정치권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또한 TV수신료 적절성 검증을 위한 전문가위원회 구성을 공약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감안한 정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언론자유가 위축됐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방통심의위 심의위원 구성 방식 개선, 시청자가 참여하는 국민참여심의제 도입, 방송보도제작 자율성 보장 등을 공약집에 담았다. 

방송사와 외주(독립)제작사 간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TV홈쇼핑 업계의 고질적 갑질 문제 해결 등 방송시장 불공정 거래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역언론에 대한 공약도 담았다. 지역민방 편성규제 완화 검토, 지역·중소방송 지원 강화, 신문 지원제도 재정비 등을 내걸어 언론계에서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고려했다. 

‘디지털정보격차 축소를 위한 보편적 미디어서비스 제공 확대’를 국정과제로 공약한 것도 다른 후보와 차별점이다. 안 후보는 ‘모든 네트워크 상 공영채널 무료접근권 보장’, ‘디지털 민주주의를 위한 가칭 미디어교육지원법 제정’, ‘유·아동과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확대’, ‘시청각 장애인용 TV보급 확대와 장애인 방송 제작 지원’ 등을 공약했다. 

표현의 자유 강화 방안으로는 진실(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형사상 모욕죄 폐지와 혐오표현 금지 규정 제정 등을 공약했다. 다만 안 대표는 이후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잊혀질 권리’ 보장을 법제화하겠다는 공약도 다른 후보들이 주장하지 않은 정책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아직 내년 대선에 나서겠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대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기사 : 종편특혜환수, 심상정·문재인·안철수·유승민 순]
[관련기사 : 유승민도 ‘공영방송 청문회’ ‘통신심의 폐지’ 찬성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