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시즌3)가 드라마 속 건물 붕괴 장면에 실제 참사 관련 영상을 넣어 질타 받고 있다. 제작진은 사과 입장을 내고 관련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해당 화면을 사용하게 된 취지와 경위 등이 충분히 설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펜트하우스’ 제작진은 4일 전날 방영된 ‘펜트하우스’와 관련해 “일부 장면에 광주 학동 붕괴 사고 및 포항 지진 피해 뉴스 화면 등 부적절한 장면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광주 학동 붕괴 사고 피해자 및 가족 분들, 포항 지진 피해자 및 가족 분들, 그리고 모든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문제를 파악한 후, 해당 장면을 재방송 및 VOD에서 삭제 조치 중”이라며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 해당 장면을 쓰게 된 경위를 파악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일로 인해 아픔과 실망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고 했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 공식 포스터(왼쪽)와 9월 4일 방영된 13회차에서 논란이 된 장면들 ⓒSBS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 공식 포스터(왼쪽)와 9월 3일 방영된 13회차에서 논란이 된 장면들 ⓒSBS

지난 3일 펜트하우스 13화는 악역 주단태(배우 엄기준)가 자신의 탐욕으로 쌓은 초고가 고층 건물 ‘헤라펠리스’에서 폭탄 테러를 한 사건과 그 이후를 다뤘다. 극중 뉴스에선 무너진 헤라펠리스의 잔해와 이를 처리하는 소방대원들, 폭탄 테러로 재산을 잃은 주민들의 모습을 전했다.

이를 두고 실제 참사 현장을 드라마 장면에 썼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극중 건물이 붕괴된 현장으로 사용한 영상이 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붕괴 참사 현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6월9일 이를 보도한 SBS ‘8뉴스’ 리포트 장면과 동일하다. 폭탄테러로 갈 곳 잃은 주민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2017년 포항 지진 피해자들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극중에서 주단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주단태 장례 반대” 집회를 이어가는 장면은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의 촛불집회 모습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검찰개혁’ ‘조국사태’ 등으로 촉발된 맞불 집회 현장으로 보도됐던 장면이다.

현재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물론 펜트하우스3 시청자 게시판에 제작진 및 SBS 차원의 사과가 나와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해당 영상이 사용된 경위에 대해 제대로 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 시청자 게시판 갈무리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 시청자 게시판 갈무리

한 시청자는 게시판을 통해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광주 붕괴사고를 자료영상으로 쓰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영상을 넘긴 보도국은 같은 한국 사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제작자 및 관리자 윗선들이 제대로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자료를 이렇게 막 사용해도 되는 건가. 이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후벼파는 사건”이라면서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현재 해당 회차 VOD 서비스는 중단된 상태다. 논란이 확산된 뒤 펜트하우스3를 제공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는 “내용 이슈로 인한 재편집” 사유로 관련 에피소드 서비스가 중지됐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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